황정민
배우 황정민.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배우 황정민의 도전은 끊임없다. 액션, 범죄, 드라마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그는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가슴 절절한 멜로에 도전했다.

영화는 마흔 살에 친구의 금융업체에서 일하며 형 집에 얹혀사는 남자 태일(황정민)이 빚 청산을 받으러 갔다가 만난 호정(한혜진)에게 반하면서 벌어지는 운명적인 사랑을 그렸다.

앞서 30대 시절인 2005년 영화 ‘너는 내 운명’과 2007년 ‘행복’을 통해 순애보를 그렸던 그는 40대 중반인 지금 한층 더 깊고 짙어진 농도로 사랑을 얘기했다. 황정민은 “배우를 떠나 개인적으로 작품을 바라봤을 때 앞으로 멜로라는 장르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과 기대가 생겼다”며 만족해했다.

-‘신세계’에 이어 완벽한 변신이다. 멜로를 대하는 남다른 생각이 있었을 것 같다
새롭게 뭔가를 시작하는 마음가짐이라기보다 궁금했어요. 내가 이 나이에 멜로를 했을 때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에 대해서요. ‘너는 내 운명’이나 ‘행복’ 때 못 느꼈던 감정이라고 할까요.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 나이가 들수록 깊이감이 있어지겠지?’라는 기대감이요. 그런 시선에서 극 중 태일을 바라보게 됐고, 연기하면서 스스로 좋았어요. ‘50을 넘어 60대까지도 멜로를 할 수 있겠지?’라는 기대감이 스스로 생겼다고 할까요.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왔다. 황정민, 잘 늙고 있구나!’라고요.

-극 중 사랑하는 여인 한혜진과는 영화에서 첫 만남이다
화면속에 비치는 한혜진은 느낌이 강했어요. 눈이 크고 진해서요. 그런데 전혀 그런 스타일이 아니더라고요. 깜짝 놀랐죠. 무디기도 하면서 무덤덤하고…. 뭔가 순수한 마음이 가득한 배우라고 느꼈어요. 덕분에 서로 마음이 잘 맞았던 것 같아서 기분 좋게 촬영했죠.

-‘배우 황정민은 늘 한결같다’는 평을 듣는다. 그만큼 대인 관계가 좋다는 뜻인데…
황정민의 사람이라? 저도 성격이 급해서 다혈질일 때도 많아요. 다만, 뒤끝은 없어요.(웃음) 언젠가부터, 아니 제 나이 마흔이 넘어서부터 일하는 게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숨쉬는 게 편해졌어요. 대부분 즐기면서 편하게 뭔가를 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특히 이번 촬영은 ‘신세계’ 스태프들이 다시 뭉쳤던 만큼 다 아는 사람들이라 촬영 내내 소풍, 엠티 온 듯한 느낌이었어요.

남자가 사랑할때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포스터.

-영화에서 사랑을 얘기할 때 로맨티시스트였다. 실제 사랑도 궁금하다
저의 사랑이라…. 마흔을 넘기면서 아내와 관계가 더 좋아졌어요. 더 많은 얘기를 하게 됐고, 진짜 친한 친구가 됐죠. 농담 삼아 ‘내가 벌어놓은 것은 집사람의 늘어나는 뱃살’이라고 얘기하면, 아내는 눈을 흘기지만 저는 그것도 진심으로 매력있어요. 이렇게 늙어가는 삶에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니까요. 사랑에 대해 내 것만을 찾으려 하다가 이제는 한 발짝 물러나 객관적으로 상대를 바라보게 됐죠. 마음을 내려놓으니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시선이 편해지기도 했고요. 이런 환경이 멜로를 다시 할 수 있는 용기가 되기도 했죠. 사랑은 부자이건 가난하건, 잘났든 못났든, 사람이 태어나서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니까요.

-‘배우 황정민’이라는 최고 타이틀(?)에 비해 흥행에 큰 한방은 없었다
하하하. 그렇죠? 가끔 “1000만 하지 않았어?”라는 농담을 하시기도 해요. 최고 스코어는 ‘댄싱퀸’ 405만, ‘신세계’ 468만 관객이에요. 어쨌든 숫자 놀음은 아님에도 1000만 관객은 솔직히 부러워요. 얼마 전 (오)달수 형이랑 영화 ‘국제시장’을 촬영했는데 그 형은 ‘7번 방의 선물’, ‘도둑들’, ‘변호인’ 까지 흥행작의 중심에 있었잖아요. 제가 농담으로 “형님! 어떻게 500만도 안 되는 저랑 같이 하세요?”라고 했어요.

-최근 젊은 스타급 배우 중 눈여겨 본 사람이 있다면
상대역인 한혜진이 가장 ‘핫’한 배우였던 것 같은데요? 아 참, (김)아중이(KBS2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도 있었다. 이번에 영화 ‘베테랑’에서 유아인이랑 해요. 그래도 가장 감동받았던 상대역은 전도연이에요. 얼마전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을 본 뒤 문자로 도연이에게 “니가 갑이다”라고 문자 보냈죠. 최근에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1994’의 고아라 씨요. 단 2회만 봤는데 남다르더라고요. 감독님이 정말 잘 찍기도 했고요. 영화로 만들어도 잘됐을 것 같아요. 정우도 잘돼서 기분 좋았죠. 정우는 영화 ‘사생결단’에서 만났는데 당시에도 정말 열심히 잘했어요.

황정민
배우 황정민.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배우가 아닌 평소 아빠 황정민은 어떤가
아무래도 직업이 배우이다 보니 가족과 외출할 때 튀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그런데 아빠라는 게 어쩔 수 없나 봐요. 아이가 축구교실에 가거나 수영대회 나갔을 때였는데 사람들 속에 섞여 뒤에 있다가 우리 애가 앞에 나오는데 너무 귀여운 거예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앞으로 뛰어 나가 한 손에는 캠코더 들고 응원했어요. 올해는 운동회에 꼭 참석하려고요. 영화 찍고 나면 집에서 아들과 오락도 해요. 아내는 싫어하지만 꽤 재미있어요.

-올해 ‘핫’한 계획은
처음으로 100억 짜리 대작(영화 ‘국제시장’)을 찍어요. 이게 저한테는 굉장히 ‘핫’한 거예요. 내년에는 4년 여 동안 준비한 뮤지컬을 아마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배우로서 제일 중요하고 값진 것은 관객들과 함께 치열하게 사는 배우라는 느낌이지 않을까요. ‘저 배우가 내 인생의 젊은 시절에 있었던 배우 중 한 명’이라는 걸 대중이 알아주고 작품을 통해 웃고 울 수 있는 그 감정들이요. 어찌 보면 쉽고 보편적이지만 중요한 거라고 봐요. 더 열심히 연기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남혜연기자 whice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