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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이태선 밴드가 연주하는 프로그램 마지막 음악은 한때 월요병 극복의 상징이었다. 한주가 끝났다는 신호였다. 요즘 그렇지 못한 건 사실이다.”
지난 1999년 9월 첫방송된 뒤 19년간 800여개의 코너를 내보낸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를 둘러싼 ‘위기설’이 계속 흘러나온다. 전성기 때 30%를 웃돌았던 시청률은 최근 10% 미만으로 떨어져 있다. 화제성도 예전만 못하다. 900회를 맞아 10일 오후 KBS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정규 PD는 ‘예전만 못한 인기’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 PD를 비롯해 주축 개그맨들 모두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 근거는 19년 역사에서 오는 자존심이었다.
개콘은 오는 14일부터 3주간에 걸쳐 900회 특집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이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간담회에는 이 PD를 비롯해 개콘의 ‘개국공신’인 KBS 공채 개그맨 14기 김대희, 김준호부터 주축 멤버들인 오나미, 유민상, 이수지, 이상훈, 서태훈과 31기 막내 박진호, 손별이 등이 참석했다.
개그맨들이 개콘에 느끼는 감정은 ‘자부심’이었다. 김준호는 “1999년 9월 개콘 첫회부터 시작된 ‘사바나의 아침’이라는 코너에서 ‘어리버리’라는 캐릭터를 맡았는데 아무도 모른다. 2001년 이장님으로 알려지며 개그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900회를 맞이하니 마음이 찡하다. 개콘에서 지금까지 100개 정도 코너를 선보였는데 15~20개 정도만 알려졌다. 그러나 안 알려졌지만 꾸준히 한 코너도 있다. 그렇게 700, 800회를 넘어 900회를 맞이하니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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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희는 “누구보다 900회를 맞이한 감회가 새롭다. 김준호는 기억할래야 할 수 없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99년 7월 참여했다. 김준호는 그걸 경험 못해봐 모른다. 어떻게 시작해서 끝났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녹화했다. 최근 2년 4~5개월 쉬었는데 복귀 무대가 900회 특집이라 감회가 새롭고 떨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근 ‘위기설’에 대한 제작진과 출연진의 고민은 치열했고, 반응은 진지했다. 김준호는 “99년 처음 선보일 때 인기가 있다가 2000년대 초반 ‘육아일기’에 밀려 무너졌다. 그후에도 계속 시청률이 오르락 내리락했다. 그런 걸 19년 동안 봤더니 지금상태에 대한 걱정이 없다. 지상파 시청률 전체가 내려앉은 영향도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선후배들이 단단히 뭉쳐 연습하는 걸 보면 큰 걱정은 없다”면서도 “우리나라 코미디가 갈수록 빨라진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으로 짧게 ‘움짤’로도 1분 안에 웃겨야 하니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2초 안에 웃겨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보는 분들도 좀 여유로워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대희는 “지금 정통 코미디는 개콘을 비롯해 tvN 코미디빅리그, SBS 웃찾사 등 단 3개 뿐이다. ‘침체’를 강조하다 보면 대한민국 코미디가 다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코미디를 보며 웃으면 건강에 좋으니 여유를 갖고 격려해달라.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고, 이상훈은 “버라이어티는 CG와 편집을 사용한다. MSG를 많이 넣은 음식에 비유할 수 있다면 개콘, 코빅, 웃찾사는 5분짜리 맑은 무국이다. 자극적인 것과 비교하면 싱거울 수 있지만 담백하고 진한 맛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정규 PD에게 침체의 이유를 묻자 “눈에 띄는 캐릭터가 많진 않다. 최근 몇년간 개콘을 돌아보면 개그맨 본인과 캐릭터에 집중하기 보다는 대본, 콩트의 완성도를 중시했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의 눈에 띄는 캐릭터나 흡입력이 없어서 최근 많은 분이 보지 않은 것 같다. 개그 템포의 문제도 있다. 900회 특집을 위해 지금 개콘에 나오지 않는 개그맨들을 접촉하면 모두 적극적으로 도와주면서 똑같이 ‘그래도 개그 프로그램은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웃찾사, 코빅과 함께 살아나고자 노력해 보겠다. 900회 특집이 끝나는 다음주부터 당장 코너 절반 이상을 바꾸며 큰 변화를 줄 계획. 또 조금 더 시간을 갖고 형식, 관점의 변화를 고민해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19년간 800여개의 코너를 통해 안방 극장에 웃음을 선물해온 개콘은 오는 14일부터 3주간에 걸쳐 900회 특집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900회 특집에는 KBS 공채 개그맨 7기인 유재석을 비롯해 배우 김응수, 그룹 트와이스 등이 출연한다. 특히 유재석은 MBC ‘무한도전’ 촬영 스케줄 탓에 사전 녹화를 했지만 그날 후배 개그맨 60~70여명 전체의 회식을 한턱 쏘고 막내 열명에겐 각각 통닭 한마리씩을 포장해 보냈다는 게 이 PD의 전언이다.
monami153@sportsseoul.com
KBS 개그콘서트 출연진이 프로그램 900회를 맞아 10일 오후 KBS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 KBS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