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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한화 김태균(35)이 14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전에서 69연속경기 출루에 성공했다. 지난해 8월7일 대전 NC전 이후 69경기에서 적어도 한 차례 이상은 1루를 밟았다는 얘기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단 한 차례 밖에 나오지 않은 대단한 기록이다. 지금은 메이저리거로 더 많은 기록을 쌓은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가 데뷔시즌이던 1994년 작성했다. 이치로는 이듬해 67연속경기 출루를 기록했지만 자신의 기록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김태균과 이치로보다 나은 기록을 세운 이는 전설적인 타격왕 테드 윌리엄스와 조 디마지오 등 2명 뿐이다. 윌리엄스는 1949년 84연속경기 출루에 성공했고 디마지오는 1941년 74연속경기 출루를 달성했다.
김태균의 연속경기 출루 기록은 ‘아시아 기록과 타이’라고 알려져 더욱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일본 프로야구 기록과 타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 대만 프로야구(CPBL)에서 지난해 ‘세계 신기록’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대만 국가대표팀의 간판타자인 중신 브라더스의 린즈셩은 2015년 6월20일 라미고 몽키스전부터 무려 109경기 동안 단 한 번도 출루를 거르지 않았다. 그의 연속경기 출루행진은 지난해 6월16일 EDA 라이노스(현 푸방 가디언스)전에서 비로소 제동이 걸렸다. 2015년에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49경기 연속출루에 성공한 린즈셩은 프리에이전트(FA)로 중신 유니폼을 갈아입은 뒤에도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4월에 이치로의 아시아 기록을 뛰어넘었고, 5월5일 윌리엄스의 기록과 타이를 이루더니 이튿날 가볍게 세계 신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린즈셩은 이후에도 24경기나 자신의 기록을 연장시켜나갔다. 연속출루 기록이 끊기기까지 린즈셩은 21연속경기 안타를 터뜨리고 있었다.
김태균의 기록이 ‘아시아 타이 기록’으로 잘못 알려진 것은 대만 프로야구를 한 수 아래로 바라보는 선입견 때문이다.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 기록만 들춰보다보니 대만 프로야구에서 나온 대기록에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은 탓이다. 김태균이 16일 넥센전에서 70연속경기 출루 기록을 세우더라도 ‘아시아 신기록’과 ‘세계 신기록’은 린즈셩의 것으로 남겨두는 것이 옳다. 김태균의 기록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아시아 신기록’이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옹졸한 처사다. 만약 KBO리그에서 또 다른 ‘아시아 신기록’이나 ‘세계 신기록’이 탄생할 경우 같은 이유로 일본이나 메이저리그에서 외면 당할 수도 있다. 리그의 수준차를 고려하더라도 기록이 갖는 의미 자체는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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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즈셩의 기록은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메이저리그 공식홈페이지(MLB닷컴)는 그가 윌리엄스의 기록을 넘어 100경기째 연속출루를 이어가자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2003년 삼성 이승엽이 56홈런을 터뜨려 당시 오사다하루(왕정치)가 보유했던 단일 시즌 아시아 홈런 기록(55개)을 깨뜨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본 언론은 이승엽의 기록을 대서특필했다. 물론 이승엽이 당시 2003년을 끝으로 해외진출을 선언했고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자국에 비해 수준이 낮은 리그라고 해서 그의 의미를 평가절하하지는 않았다.
야구는 기록의 경기이고 기록은 그 자체로 객관적이어야 한다. 김태균의 기록이 ‘아시아 신기록’이나 ‘세계 신기록’이 아니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다. 이미 김태균은 ‘전설’이 될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췄기 때문이다.
j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