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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한바탕 광풍이 몰아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활개치는 족속이 있다. 그들은 체육계에선 지탄받아야 할 공적이요, 퇴출되어야 할 개혁 대상자들이라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의 도화선이 된 ‘최순실 사태’는 알다시피 체육에서 비롯됐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지난 2013년 4월 상주 승마대회에서 2위에 머물자 그릇된 자식 사랑에 눈 먼 최순실을 꼬드겨 “한국체육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체육 개혁의 잘못된 밑그림을 그린 이들이 바로 ‘승마 마피아 3인방’이다. 이들은 최순실을 등에 업고 승마계에서 자신들에게 반기를 든 지방 협회장들을 체육개혁의 미명 아래 퇴출시키는 묘책을 꾸몄고,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체육개혁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3인방의 좌장은 2008년 체육계를 들썩이게 한 횡령사건으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살고 나온 장본인이라 체육계가 느낀 분노와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기자는 당시 3인방의 좌장이 작성한 살생부의 원본(
사진 참고)을 비밀리에 입수해 사태의 심각성을 제일 먼저 간파한 사람 가운데 한명이었다. 체육계를 엄습할 검은 그림자에 두려운 가슴을 주체하지 못했던 당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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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에서조차 손가락질을 받던 이들이 체육개혁의 밑그림을 그리는 실로 어처구니 없는 일을 목도한 기자는 잘못 흘러가는 체육개혁의 흐름을 바로 잡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지만 최순실이 낙점한 김종 당시 문체부 제2차관의 방해로 언 가슴만 쓸어내리곤 했다. ‘최순실 사태’는 기자로부터 살생부의 복사본을 넘겨받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이 2014년 4월 8일 국회 대정부 질의를 통해 최초로 공론화했다. ‘공주 승마’를 제기하며 정국을 들끓게 한 안 의원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체부와 구 여당은 조직적인 은폐를 시도하면서 어쩌면 막을 수도 있었던 ‘최순실 사태’를 더욱 키우는 자충수를 뒀다.
정권은 교체됐고 체육개혁의 숨어 있던 진실도 드러났건만 여전히 가슴 한켠이 답답한 이유는 무얼까? 최순실을 꼬드겨 체육계를 유린하는 데 앞장섰던 ‘승마 3인방’의 염치없는 행동 때문이다. 그들은 아직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활개치고 있다. 고개를 숙이고 반성해도 모자랄 이들이 여전히 체육계를 휘저으며 새로운 승마협회장을 옹립하는 무소불위의 힘을 뽐내고 있다면 이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이들이 정의의 목소리에 코웃음치며 체육계에서 여전히 군림하고 있는 이유는 현실적인 상황 탓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그리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사실을 입증해야할 특검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특검은 범죄사실 입증을 위해 ‘승마 3인방’의 진술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들은 본능적인 감각으로 특검의 의도를 간파해 영리한 줄타기를 시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순실 사태’를 정교하게 기획한 이들이 정권이 바뀌자 교활한 생존본능을 앞세워 오히려 영웅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승마 3인방’의 부끄러움 없는 행동에 체육계는 속을 끓이고 있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일도 있다. 이들의 농간에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찍혀 공직을 떠났던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이 새 정부 문체부 제 2차관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노 신임 차관이야말로 ‘승마 3인방’의 실체를 가장 알고 있는 체육개혁의 적임자라 다소 마음이 놓인다. 새 정부 체육개혁의 첫 걸음은 자명하다. 프랑스의 대문호 알베르 카뮈는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자에게 용기를 주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했다. 상식을 비웃는 염치없는 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카뮈의 명언에 귀기울여 할 ‘승마 3인방’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김종찬 전 전무 그리고 박재홍 전 마사회 감독이다.
부국장 jhkoh@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