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_기자간담회_2017-08-02-018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선후배 모두 배수의 진을 치고 ‘이게 아니면 안된다’는 결연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방송 19년이 되었고, 지난 5월 900회를 맞은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위기를 맞고 있다. 지상파에 남은 유일한 코미디 프로그램이지만 화제성과 시청률 모두 이전만 못하다. 새로운 스타도 없고, 시청자의 박수와 환호도 사라졌다. 개콘이 1999년 TV에 성공적으로 이식시킨 ‘공개 코미디’ 형식이 수명을 다한게 아니냐는 회의론이 차츰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개콘 기자간담회 분위기는 사뭇비장했다. 최근 개콘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긴급 투입된 김대희, 신봉선, 안상태, 강유미, 박휘순, 김지민, 박성광 등은 “공개 코미디의 수명이 다한 게 아니냐”는, 프로그램의 존폐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근원적인 질문에 단호히 아니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개콘 첫회 이전에 파일럿 프로그램 때부터 참여한 개콘의 ‘살아있는 역사’ 김대희는 “공개 코미디 포맷이 생명력을 다했다는 말이 있지만, 우린 아직은 아니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시도할 게 많이 남았는데 못한게 많다. 해볼 걸 다 해보고 싶고, 해보는 데 까지 해보다가 정말 더 시도할 게 없다고 느껴지면 방송국과 개그맨들이 고민해서 새로운 포맷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봉선은 “공개 코미디가 식상하니 없애야 하는거 아니냐는 말은 우리 입장에선 ‘드라마가 재미없으니 드라마 자체를 없애자’는 말로 들린다. 현재 드라마가 재미없으면 다른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듯, 공개 코미디 안에서 최선을 다해 볼만한 코너를 만드는게 우리 일”이라며 공개 코미디 형식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현재 개콘은 화면에 컴퓨터 그래픽을 입힌다든가, ‘지난 줄거리’를 통해 극에 연속성열 부여한다든가 하는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봉숭아 학당’, ‘대화가 필요해 1987’ 등 과거 인기 코너를 부활시켜 분위기 전환을 꾀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해 박휘순은 “요즘은 유머의 호흡이 갈수록 빨라져 개그맨들도 빨리 웃겨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봉숭아 학당’와 ‘대화가 필요해 1987’은 오히려 긴호흡으로 예전같은 웃음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역발상’을 강조했다.

김지민은 “내가 신인 때 코너를 진행하면 선배들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선배 중에는 연기력으로 재미 주는 분들이 계셨다. 그런 선배가 우리 후배들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선후배가 조화를 이루는 코너, 다음주가 기다려지는 코너를 만들어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휘순은 “‘개콘’이 19년 됐다. ‘개콘’ 때문에 많이 웃었고 열정을 불태웠던 것 뿐이다. 잠깐 아픈거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시니까 다시 건강한 상태로 만들어놓겠다”고 설명했다. 안상태 역시 “‘개콘’을 통해 생겨났던 유행어가 있는데, 그 의미를 생각해보면 저 신인 때도 그렇고 항상 위기가 있었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박휘순은 “잠깐 아픈거다. 곧 호전될 것이다. 중환자가 호흡기를 뗄지 말지를 결정할 상황은 아니다. 잠깐 아픈거다. 건강해질거다”라고 말했다.

현재 동시간대 방송되는 SBS ‘미운우리새끼’, JTBC 효리네 민박에 대해 박휘순은 “‘효리네 민박’ 성수기다. 곧 비수기 온다. ‘미운우리새끼’ 상민이 형 빨리 빚 갚았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우리는 묵묵히 버티겠다”고 전했다. 장동민은 “난세가 영웅을 만들고 시청률 저조가 스타를 만든다”며 “가을 정도 되면 우리 후배들 중에 정말 걸출한 스타가 배출할 거라 생각이 든다”는 기대감을 표현했다.

김대희는 “옛 멤버들이 복귀하다고 해서 바로 시청률이 오르진 않을 것이다. 새로운 변화를 꾀할 때 반응이 오려면 최소한 3개월이 걸리더라. 시간을 좀 달라”고 당부했다.

‘개그콘서트’는 매주 일요일 오후 9시 15분 KBS2를 통해 방송된다.

monami153@sportsseoul.com

<2일 개그콘서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대희(왼쪽부터) 신봉선 안상태 강유미 장동민 박휘순 김지민 박성광. 사진 |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