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훈련 보안
축구대표팀 구자철이 3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보조구장에서 진행된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날 우즈베키스탄 언론도 한국 훈련장 취재에 나섰으나 협회 관계자 만류로 돌아갔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타슈켄트=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인터뷰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3일 오후(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 타슈켄트에 있는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보조구장.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이 걸린 우즈벡 원정 경기를 앞둔 신태용호가 예정대로 훈련 초반 15분 공개를 했을 때다. 수많은 한국 취재진은 앞서 선수 인터뷰를 마친 뒤 훈련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우즈벡 국영방송 TVR 취재진이 다가와 카메라를 들이댔다. 축구국가대표팀 미디어담당관인 이재철 대한축구협회 과장이 다가가 정중하게 만류했다. 결국 TVR 측은 기사송고에 집중하는 한국 취재진 모습만 카메라에 담은 뒤 차량을 이용해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우즈벡인은 고려인 이주 후 80년간 함께 지내며 우정을 쌓으면서 한민족의 우수성을 느껴왔다. 산업과 행정 모든 분야에서 한국을 최고로 여긴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우즈벡 양국 축구협회는 오래전부터 매우 우호적인 관계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우즈벡과 일하면 참 편하고 좋다. A대표팀간의 평가전도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기타 행정적인 부분에서도 소통이 잘 된다”며 “이번에도 월드컵 본선 직행권을 두고 겨루는 대결임에도 한국 대표팀에 최상의 대우를 해주고 있다. 훈련장 잔디를 깎아달라거나, 기타 협조 요청에도 바로 응해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워낙 중대한 승부를 앞둔만큼 이번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한국과 우즈벡은 정보전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정보 유출이 가장 빠른 미디어 접근을 우선으로 막는 이유다. 애초 신태용호는 우즈벡 취재진 접근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이날 협회 관계자가 우즈벡 방송국을 돌려보낸 건 우즈벡축구협회 측에서 먼저 한국 미디어 취재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우즈벡 대표팀은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차량으로 15분여 떨어져 있는 파크타코르 스타디움에서 훈련하고 있다. 전날 한국 취재진이 우즈벡 훈련장에 방문하려고 했는데 우즈벡이 비공개를 요청하며 시간, 장소를 공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자연스럽게 우리 측도 우즈벡에 전면 비공개로 받아쳤다. 협회 관계자는 “우즈벡에서 적대적으로 나온 건 아니다. (우즈벡) 감독 역시 경기를 앞두고 민감한 부분이 있어서 특별하게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A매치를 앞둔 양 팀이 매일 훈련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 경기 전날 초반 15분만 미디어에 공개하면 된다. 다만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소집 이후부터 초반 훈련 스케치 정도는 대체로 허락하는 편이다. 양 팀의 보안 전쟁은 어느 정도 수긍할만하다. 전날 우즈벡 몇몇 기자들은 대표팀이 묶는 호텔까지 찾아왔다. 첫날 훈련을 한 뒤 호텔에 도착해 각자 방으로 들어가고 있을 때다. 이재철 과장은 “처음엔 그냥 우즈벡 축구 팬이 온 줄 알았는데 나중에 기자라고 신분을 밝히더라”며 “선수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양 협회가 합의한 내용에 따라 취재를 불허했다. 그랬더니 코치라도 만나고 싶다는 등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연히 우즈벡 기자들은 돌아갔다.

신태용호의 구체적인 훈련 내용을 알 수 없는 건 한국 취재진도 마찬가지다. 신 감독은 올림픽, U-20 월드컵 수장을 맡았을 때 대체로 한국 기자들에게 자신이 구상하는 전술, 전략을 밝히면서 소통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A대표팀에 부임한 뒤엔 단두대 매치 경기를 연달아 치르는 만큼 보안에도 각별하게 신경 쓰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