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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그룹 포미닛이 해체되고 지난 1년간 전지윤에겐 많은 일이 있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큐브엔터테인먼트를 떠난 뒤 두차례 기획사에 들어갔지만 자의반 타의반 지금은 소속사가 없다.

오는 12일 솔로 가수로서 신곡 ‘저기요’를 발표하는 전지윤은 예전 화려했던 아이돌 시절과 활동 계획이 180도 다르다. 새 노래의 제작자는 전지윤 자신이다. 자비로 신곡을 완성했다. 작업 공정 대부분을 스스로 주도했다. 완벽한 인디 뮤지션의 방식이다. 기획사도 매니져도 없기에 화려한 쇼케이스를 열수도, 방송 출연을 시도할 수도,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전지윤은 두렵지 않다. 그가 자신있어 하는 부분은 10년간 갈고 닦은 음악 실력, 그리고 열정이다. 최근 만난 전지윤은 포미닛 멤버로 활동했던 9년 동안을 되돌아보며 자신을 “운 좋은 사람”이라고 정의내렸다. 포미닛 동료 현아에 대해서는 “솔로 대선배”라며 “리스펙트한다”고 높이 평가했다.

다음은 전지윤과의 일문일답.

-걸그룹 포미닛 멤버로 2009년 데뷔해 9년간 활동했다. 인생에 어떤 시기로 남을까.

인생에 100개의 계단이 있다면 한번에 다섯칸 정도 올라간 느낌이다. 한번에 껑충 뛰어오른 시기였다. 좋은 추억, 아름다운 기억이 많다. 그래서 나는 복이 많은 사람 같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별다른 불화 없이 깔끔하게 활동 잘했고, 건강하게 무탈하게 활동을 마무리지었다. 즐겁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고 생각한다. 포미닛은 그나마 시대를 잘 타고난 팀이었다. 지금은 홍수처럼 팀들이 쏟아져나오는데 그때는 그정도가 아니라 우리가 주목받을 수 있었다.

-팀에 있을 때와 솔로일 때 다른 점은.

팀에 있을 때는 내가 어떤 결정에 대한 책임을 안져도 됐다. 책임 회피도 가능했다.(웃음) 혼자 하니 모든 결정권이 내게 있다. 망해도 내가 책임져야 한다. 그런게 다르다.

받는 스트레스의 종류도 다르다. 팀에 있을 땐 여러 스태프와 부대끼며 인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미치겠을 정도로 힘든데, 혼자일 때 내가 하는 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는 그것보다 훨씬 견디기 쉽다. 앨범이 잘 안되면 나중에 잘 되겠지 생각할 수 있는데 인간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나중을 기약할 수 없다.

-포미닛 멤버들과는 교류하나.

언제나 서로를 응원해준다. 내가 앨범 재킷 등 여러가지를 물으면 늘 피드백을 준다. 서로가 서로의 지원군이다. 든든한 느낌이 있다. 이 일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이니, 내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게 해주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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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 외에 다른 멤버들은 소속사 이적후 배우로 전업했다. 음악 외 다른 분야에 대한 욕심은.

예능이나 MC는 기회가 닿으면 하고 싶지만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인정하니 욕심이 사라지더라. 배우에 대한 큰 욕심은 없다. 뮤지컬, 영화도 해봤는데 나와는 잘 맞지 않았다. 난 대기시간을 잘 못 견디겠더라. 인내심을 갖고 시간을 견뎌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는데 ‘나는 하면 안되는구나’ 느꼈다.

-지난 7월 현아가 솔로 컴백했다. 비슷한 시기 솔로로 나서는데 어떤 느낌인가.

리스펙트한다. 현아는 솔로 가수로는 베테랑이고, 나와 비교하자면 솔로 가수로 대선배다. 인정해야 할 건 인정해야 한다. 이미 많은 앨범을 냈다. 활동하는 걸 보면 존경심이 든다. 늘 잘됐으면 좋겠다.

경쟁심은 전혀 없다. 장르도 다르다. 어떤 이들은 우리를 비교를 하겠지만 개의치 않는다. 뭐라 하든 나는 내 길을 직진할 거니까. 각자 가진 색깔을 지키며 자기가 하는 것에 자부심을 갖는다면 윈윈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돌 그룹 해체 후 홀로서기에 나서는 이들이 많다. 본인이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팀 해체 이후 뭘 선택하든 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지고 계속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 엄마가 되든, 배우가 되든, 가수를 하든, 프로듀서가 되든, 제작자가 되든. 꾸준히 성과가 날 때까지 이끌어 나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내 이전에 나와 비슷한 분야의 성공한 사례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없는 길이라면 내가 개척할 수 있다는 각오를 지녀야 할 것 같다.

-원래 도전정신이 있는 편인가.

도전정신이 투철하다. 여행도 혼자 하는 걸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겁이 별로 없었다. 뭔가 실패해도 ‘뭐 어때?’ 생각하는 편이다. 실패하려면 빨리 실패하는 게 낫다.

-지금까지 대중에게 뮤지션 전지윤을 얼마나 보여준 것 같나.

아무 것도 안 보여줬다. 나를 안 본 사람이 더 많고, 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얼굴도 모르는데 내 음악을 어떻게 알겠나. 솔로 독립 이후 2차례 싱글을 냈는데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이제 보여줘야 한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전지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