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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억 원 vs 7억 원.’
160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렛 잇 고’ 열풍을 일으키며 900만 관객을 돌파한 가운데 100% 국산 애니메이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장형윤 감독)가 오는 20일 개봉한다.
제작 기간 5년, 5만 장의 작화로 완성된 ‘우리별~’은 마음을 잃고 얼룩소가 된 음악가 경천과 마법의 힘으로 소녀로 변한 인공위성 우리별 일호가 화장지 마법사 멀린과 함께 악의 무리에 맞선다는 내용이다.
마음을 잃고 동물로 변한 사람들의 간을 빼려는 사냥꾼, 멧돼지 북쪽 마녀 등 한국적인 정서가 담긴 동화 같은 이야기와 따뜻하고 정감 가는 화면, 고 김광석의 노래처럼 잔잔하게 감성에 호소하는 음악에 배우 유아인과 정유미가 목소리 출연했다. 지난 2011년 220만 관객을 돌파한 ‘마당을 나온 암탉’의 뒤를 잇는 국산 애니메이션이 될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스타 애니메이터로 주목받고 있는 장형윤(39) 감독은 2005년 단편 ‘아빠가 필요해’로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히로시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외국인 최초로 히로시마상을 수상했다. 2007년 ‘인디 애니박스 : 셀마의 단백질 커피’ 중 ‘무림일검의 사생활’로 서울독립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미쟝센단편영화제, SICAF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등에서 상을 휩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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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별’~로 첫 장편 애니메이션에 도전한 장 감독을 최근 서울 연남동의 제작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처음에는 밤마다 얼룩소로 변하는 여자 친구와 그녀에게 반한 첼리스트 남자의 이야기와 대관령에 사는 얼룩소가 대관령 록페스티발에 공연 온 남자에게 반해 서울까지 쫓아가는 이야기, 여주인공이 인공위성인 이야기 등 평소 구상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빠가 필요해’에선 소설 쓰는 늑대, ‘무림일검의 사생활’에선 커피 자판기로 환생한 강호의 고수에 이어 ‘우리별~’까지 기발하고 독특한 어른들이 주인공이다. 대학에서 강의하는 장 감독은 요즘 대학생들이 현실적이고 하고 싶은 일도 미리 재보며 학점에 매달리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마음을 잃고 간을 빼앗길 위기에 놓인 동물들은 꿈이 없이 사회에 노동을 착취당하는 지금 세대들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목소리 출연한 유아인, 정유미와 인연에 대해 “MBC 드라마 ‘케세라세라’의 정유미 씨 캐릭터를 정말 재미있게 봤다. 착하면서 엉뚱한 인물로, 내가 생각하는 일호가 그런 이미지여서 정유미 씨가 하면 잘 어울릴 것 같아 소속사를 통해 시나리오를 전달했다. 나랑 동갑인 김종관 감독의 ‘폴라로이드 작동법’(2004년)에 정유미 씨가 출연해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정유미 씨도 내 단편을 봤다고 하더라. 정유미 씨는 숲속 마법사로 벌목돼 휴지가 된 마법사 멀린 캐릭터에 끌렸고, 절친한 유아인 씨에게 추천해 운 좋게도 두 사람이 목소리 출연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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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기간의 상당 부분은 7억 원의 제작비를 마련하느라 보냈다. “초반 2년은 투자 지원이 전혀 안 돼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지원을 받고 풀리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건 굉장히 힘들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곳이 없어 감독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자기 회사를 만들어야 투자받는 게 가능하다. 그나마 그렇게 해서 한 작품이 성공하지 못하면 다음 기회가 잘 안 온다. 2007년 ‘천년 여우비’ 이후 2년간 국산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한 편도 없었던 적도 있었다.”
국내 3D 애니메이션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2D 애니메이션 전문 인력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국산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은 ‘마당을 나온 암탉’ 이후 흥행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1년 ‘소중한 날의 꿈’이 5만 명, 2012년 ‘파닥파닥’은 1만 명, 지난해 연상호 감독의 ‘사이비’가 2만 명에 그쳤다.
일호가 경천의 음악 소리에 끌려 지구로 온 이야기에서 경천 역의 유아인과 경천의 모델이자 OST를 부른 고경천 음악 감독의 음색이 놀랄 만큼 비슷하다. 윤도현 밴드를 비롯해 크라잉넛, 루시드폴, 강산에밴드 등의 키보디스트로 활약했고 영화 ‘반칙왕’ ‘사생결단’, SBS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에 참여한 고 감독의 담백하면서도 잔잔한 음악이 극의 완성도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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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감독은 자신이 작사한 ‘우리별~’의 엔딩곡 ‘아름다운 기억도’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감정의 수도꼭지는 얼지 않게 조금만 틀어놔야지~. 심장소리에 귀 기울이며 앞으로 나가야 돼 걸어가야 돼 꿈을 향해~.”
‘우리별’을 위해 차린 제작사인 ‘지금이 아니면 안돼’의 독특한 이름에 대해 “어려울 때 애니메이션 말고 딴 걸 할까 할 때 노트에 적어 놓은 글귀인 ‘사랑도 음악도 시도 영화도 지금이 아니면 안돼. 나중엔 너도 나도 변할 테니까’에서 따왔다. 미래만 준비하다 죽을 수는 없어 인생을 유예시키지 않고 당장 해보자는 염원을 담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조현정기자 hjch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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