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에도 수 많은 음악이 탄생하지만 우리의 귀에는 선택 받은 몇몇 곡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 선택을 받기 위해 기획사와 제작사는 음원을 제작 하기 전부터 치밀한 전략과 다양한 계획을 세운다. 해를 거듭할수록 점점 예측이 힘들어지는 가요계, 2017년 탄생한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는 새로운 방식의 접근법을 제시하며 리스너의 선택 확률을 높이고 있다.
음악 창작, 유통 플랫폼, 소비 패턴의 변화 속 스페이스 오디티는 뮤직비디오 감독, 작사가, 가수 등 음악 콘텐츠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분명 유의미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스페이스 오디티는 올해에만 폴킴, 김나영, 멜로망스, 휘인을 가창에 참여시킨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 ‘옐로우’ OST로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또, 워너원 데뷔 티저, 이성경X요조의 ‘반짝이게 해’, 박경의 ‘순간삭제’, 멜론 브랜드 필름과 같은 브랜드 콘텐츠를 선보였다.
스페이스 오디티를 이끌고 있는 김홍기 대표(42)는 한양대학교 광고홍보학과 재학 시절 가수 이승철 콘서트 보도자료를 만드는 것으로 음악 산업에 입문했다. 이후 좋은 콘서트에서 ‘시월에 눈내리는 마을’, ‘이문세 독창회’, ‘싸이 콘서트’ 등 브랜드화된 공연을 탄생시켰고 서울음반을 거쳐 네이버뮤직, 카카오뮤직 그리고 메이크어스-딩고뮤직까지 음악산업의 변화와 흐름을 직접 경험했다. 올초에는 메이크어스에서 나와 과감히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 그에게 그와 스페이스 오디티 이야기를 들어봤다.
-네이버뮤직과 카카오뮤직을 거쳐 올초까지 메이크어스에서 일을 했다. 변화하는 음악 시장에서 항상 변화의 첨병으로 서 있었다.의도하거나 의식적으로 한 것은 아닌데 넥스트에 대한 기회가 왔다. 네이버 뮤직과 카카오 뮤직도 모험이었지만 메이크어스로 갈 때는 앞서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네이버에는 네이버 메인과 기본 트래픽이 있고 카카오에서는 카카오 스토리와 카카오 플러스 친구가 막강했다. 당시 허니 버터칩과 EXID 역주행 등이 퍼지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당시 용기 내서 갔던 것은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데 먼저 가 있지 않으며 늦을 것 같았다. 소셜미디어와 모바일에 관심과 잘 아는 사람이 없어 초창기에는 모든 것을 험난하지만 직접 개척해나갔다. 역주행과 소셜미디어의 상관관계에 대해 몆주간 고민과 토론을 하다가 이제는 도표로 그릴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메이크어스에는 모바일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해서 세로라이브 등 여러가지 작업을 했다.
-메이크어스에서 딩고뮤직을 정착시켰는데 왜 다시 새로운 시도를 했는지 궁금하다.메이크어스에서 음원을 가지고 역주행을 하는 마케팅을 했는데 딩고뮤직 밖에서 우리가 직접 음원을 기획해보자고 했다. 처음 했던 것이 ‘힙알못 프로젝트’로 홍대광과 키썸의 콜라보레이션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과거 싸이월드 시절 BGM을 되새겨보는 프로젝트로 아소토유니온의 ‘Think About’ Chu’를 샘김과 로꼬가 리메이크했다. 이후에 여러가지를 고민하다 우리끼리 한번 새롭게 해보자해서 나를 포함해 메이크어스서 함께한 2명과 함께 나와 창업하게 됐다.
|
-회사이름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는 데이빗 보위가 1969년 발표한 곡과 같다
.
26살 막내가 낸 이름이었다. 나 역시 중년 창업을 하면서 자신감을 찾기 위해 본 영화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였는데 그 중 한 장면에 이 노래가 등장한다. 아직 우리가 가진게 없지만 우주를 외롭게 유영하는 우주비행사를 위한 노래인 스페이스 오디티처럼 작은 뮤지션과 소속이 없는 뮤직 크리에이터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었다.
-변화에 앞장서지만 쉬운 길이 아니다.네이버뮤직과 카카오뮤직에만 있을때도 거대한 조직이 등 뒤에 있었다. 메이크어스에서도 다 놓고 나오는 상황인데 스페이스 오디티는 페이스북 페이지나 매체가 전혀 있지 않아 고민을 했다. 당장 남은 것은 인맥과 경험 뿐이라 생각했고 몇달간은 월급 못 가져갈 생각으로 했다. 4월에 법인을 냈는데 전공이 광고여서 온라인 광고쪽과 연결된 브랜드 콘텐츠로 시작을 했다. 당시 ‘이성경X라네즈’ 콘텐츠를 제작했는데 ‘라라랜드’와 같은 뮤지컬 같은 영상을 만들고 싶어 뮤직비디오 감독, 작곡가 등 분야별로 잘하는 사람을 찾아 프로젝트 팀을 만들었다. 주변 반응과 광고주 측에서 좋아해 온라인용으로 제작했는데 TV광고도 나가고 OST까지 제작하게 됐다.
|
-‘연애플레이리스트’ OST로 두각을 냈고, 9개 브랜드 콘텐츠와 14개 음원을 공개했다.
자체적으로 음원을 기획하고 제작하려고 했는데 ‘연애플레이리스트’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함께 한 것도 좋은 기회였고 좋은 결과까지 이어졌다. 멜론 같은 경우에도 브랜드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좋은 제안이 왔다. 올해를 돌아보면 생각했던 것 만큼 재밌는 것을 했고, 음원시장이 힘든데 결과적으로 대부분이 차트에서 좋은 성적이 나와 감사하게 생각한다.
-맞춤형 콘텐츠의 성격이 짙다.이제는 다매체시대다. ‘응답하라 1988’처럼 모두가 하나의 TV를 보지 않는다. 각자 똑같은 핸드폰을 봐도 보는 콘텐츠는 다 다르다. 초등학생도 저학년과 고학년이 보는 콘텐츠와 미디어가 다를 정도다. 모든 연령대를 만족시키는 전략으로 가면 실패한다. 우리는 20대를 공략, 음원 차트로 나오게 하는 흐름을 보고 있다. 소비행태가 다양해지는데 매주 데이터를 가지고 회의를 한다. 역주행이 나오면 ‘이게 뭐야’가 아니라 역주행 할 것 같거나 수면 위로 올라오는 콘텐츠를 찾고 있다.
-음원을 제작하지만 소속 아티스트는 없다는 점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처음 콘서트로 일을 시작했고 서울음반에서는 제작과 음원 유통을 했다. 또 네이버에서는 인디 아티스트부터 조용필 선생님까지 다양한 가수를 만나보면서 쌓인 노하우가 있다. 많은 가수들과 일을 하려면 내 것이 없어야 하더라. 해외는 매니지먼트와 에이전시가 분리되어 있다면 우리는 결합된 형태다. 오히려 우리 같이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는데 소속 가수가 있으면 리스크가 커지게 된다. 우리는 다른 모델을 만들어가면서 많은 가수와 생산성 있는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아이돌과의 작업도 하고 있는지.‘프로듀서101’ 워너원 멤버별 컴백 티저 콘텐츠, K-swiss 광고, 박경 ‘순간삭제’ 등 작업을 해왔다. 사업을 하는데 파트너가 될 수 있는데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 또 향후에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인디 뮤지션과 의미 있는 작업도 하고 싶은데 우선은 모두와 함께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
|
-딩고뮤직 당시 세로라이브, 이슬라이브와 같은 작업을 스페이스 오디티에서도 기대해도 되는지.
메이크어스에서는 여러 시도와 자체적인 재미난 작업을 해왔는데 딩고 뮤직에 특화되어 있었다. 스페이스 오디티는 좀 더 열린 방향으로 음악적인 부분을 필요로 하는 분들과 협약을 통해 다양한 플랫폼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감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시장인데 올해 여러 실험을 통해 시스템화를 구축하려고 했고 체계화를 하려고 한다.
-스페이스 오디티는 새로운 방식의 음악 콘텐츠 회사로서 아티스트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우리와 결이 맞고 불꽃이 튀며 올라오는 많은 친구들이 있다. 우리가 그들은 찾아내고 그들도 우리를 찾아 함께 플랜을 잡아주고 작업을 통해 시너지를 계속해 낼 것이다. 매력적인 아티스트에게 우리 역시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제안서를 내고 그들도 함께 제안을 하면서 만들어 가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누가 먼저 하느냐와 실패없이 하느냐의 문제인데 우리는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올해 어느 정도 결과치가 나온 것 같다.
-스페이스 오디티가 가고자 하는 지향점은 무엇인지4차산업혁명 시대, 음악 전체 시장의 구조와 소비 패턴 등도 계속 바뀌고 있다. 음악 산업은 엄청난 숲처럼 거대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데 대형 기획사와 대형 스타의 탄생도 중요하지만 생태계에 포함되지 않거나 없는 스페이스 오디티도 많다. 우리가 나사(NASA)처럼 서포트하는 플랫폼이 돼서 가치를 높이고 브랜딩을 해서 그분들이 새로운 스타가 되도록 지원하고 싶다. 소속된 가수는 없지만 최고의 기획사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음악과 관련된 재밌는 작업을 해내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했다면 2018년에는 뮤지션 모두가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홍승한기자 hongsfilm@sportsseoul.com
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