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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김신욱이 또 날았다. 그러나 수비 불안 숙제는 이번에도 해결하지 못했다. ‘두 얼굴의 자메이카전’으로 90분이 끝났다.
‘신태용호’가 터키 A매치 3연전 중 가장 강한 상대 자메이카를 만나 김신욱의 멀티골로 전세를 뒤집고도 끝내 동점을 허용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터키 안탈리아의 마르단 경기장에서 열린 자메이카와 평가전에서 2-2로 비겼다. 한국은 196㎝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 후반 10분과 후반 17분 머리로 연달아 동점포와 역전포를 터트려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으나 10분 뒤 통한의 동점포를 내주고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자메이카는 지난해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골드컵에서 준우승하는 등 사흘 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6위 몰도바보다는 한 수 위 팀으로 꼽힌다. FIFA 랭킹도 55위로 한국(59위)보다 높다. 신 감독은 이 점을 감안한 듯 몰도바전과 달리 자메이카와의 맞대결에선 터키 전훈 정예멤버를 꺼내들었다. 김신욱과 이근호가 투톱을 이룬 가운데 이창민과 손준호, 정우영, 이재성이 미드필드를 형성했다. 포백은 김진수, 윤영선, 장현수, 최철순이었다.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전 뒤 부상으로 A매치에 계속 빠졌던 김승규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한국은 초반 불안했다. 전반 4분 상대의 긴 패스 때 장현수가 헤딩으로 걷어낸 것이 자메이카 공격수 데인 켈리의 슛으로 연결돼 실점한 것이다. 이후 한국은 김신욱, 이재성, 손준호 등의 분전으로 일방적인 경기를 했음에도 전반전을 뒤진 채 마쳤다. 후반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태극전사들은 좌·우 측면에서 크로스를 줄기차게 올렸다. 갈수록 예리함이 살아났고 결국 후반 중반으로 흐르는 시점에 김신욱의 헤딩골이 쾅쾅 터졌다. 김신욱은 후반 10분 전북 동료 최철순의 터치라인 부근 크로스를 훌쩍 뛰어올라 내리 꽂았다. 7분 뒤엔 중앙 미드필더 정우영의 한 템포 빠른 크로스를 골문 가까운 쪽에서 잘라먹는 헤딩골로 완성했다. 하지만 후반 27분 말리크 포스터의 기습 공격 때 장현수와 윤영선이 그를 놓치면서 통한의 동점포를 얻어맞았다.
이날 최대 소득은 김신욱의 경쟁력을 확실히 확인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전 및 세르비아전 명단에 제외됐던 김신욱은 러시아행이 불투명해 보였다. 신 감독은 지난달 일본 동아시안컵에서 그를 다시 불러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를 줬다. 김신욱은 중국전 역전골(2-2 무), 일본전 멀티골(4-1 승)로 펄펄 날아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어 몰도바전 헤딩골로 1-0 승리를 이끌더니 자메이카전에선 다시 멀티골로 원맨쇼를 펼쳤다. 최근 5경기 5득점이다.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만점 해내고 있다. 자메이카가 한국의 러시아 월드컵 본선 상대팀 중 같은 북중미 대륙의 멕시코와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키 작고 힘이 떨어지는 멕시코전에서 김신욱이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경기장엔 멕시코 대표팀 전력분석원 둘이 찾아와 ‘신태용호’를 관찰했다.
그러나 끝 없는 수비 불안은 ‘신태용호’의 16강 가능성을 낮추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신태용호’는 지난 8월 출범 뒤 11경기를 치렀는데 무실점 경기는 4번이다. 나머지 7경기에서 총 14실점을 했다. 특히 비아시아 국가들과의 A매치에서 무실점 경기가 166위 몰도바전 하나밖에 없다. 신 감독도 이날 수비가 아쉬웠는지 후반 막판 김민재와 정승현을 센터백으로 교체투입하고 장현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렸다. 한국은 내달 3일 같은 경기장에서 FIFA 랭킹 131위인 동유럽의 라트비아와 터키 전훈 최종전을 치르고 다음 날 귀국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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