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살아야죠.”

짧은 한마디. 많은 것이 보였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일면식도 없는 대선배를 찾아가 조언을 구할 정도다. 롯데 4선발 김진욱(23)이 주인공이다.

2021년 화려하게 프로에 왔다.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다. 첫 시즌부터 1군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2023년까지 세 시즌 연속 6점대 평균자책점이다. 2024시즌 19경기 84.2이닝, 4승3패, 평균자책점 5.31을 기록했다.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했다.

전환점이 필요했다. 상무 입대를 계획했다. 갑자기 왼쪽 팔꿈치 인대 손상이 발견됐다. 입대 이틀 전 취소했다. 수술 대신 재활을 택했다. 보강을 통해 무탈하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5년 승부를 걸었다. 칼을 갈았다. 김태형 감독도 4선발로 낙점했다. 지난 10일 시범경기 LG전에 등판해 4이닝 1안타 1사구 5삼진 무실점 호투를 뽐냈다.

김진욱은 “경기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공만 던질 수 없다. 그날 좋은 공을 써야 하고, 안 좋아도 활용해야 한다. 다양하게 던지려 했다. 스프링캠프에서 느낀 게 많다”고 설명했다.

변화도 줬다. ‘비밀무기’를 꺼냈다. 체인지업이다. 속구-슬라이더 기본에 낙차 큰 커브가 좋은 투수다. 다른 무기가 필요했다. 고심 끝에 ‘대가’를 찾아갔다. 한화 류현진이다.

김진욱은 “지난시즌 마지막 한화전 때다. 체인지업을 던지고 싶은데, 힌트라도 얻고 싶었다. 대전 경기였다. 무작정 가서 여쭤봤다. 답변을 너무 잘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류현진 선배님과 인연이 없다. 그냥 가서 물어봤다. 간절한 마음이 가장 크지 않았나 싶다. 일단 내가 살아야 했다. 살고 싶었다. 그래서 갔다”며 웃었다.

힌트를 얻었고, ‘김진욱표’로 다듬었다. “우리 팀 외국인 선수에게도 물어봤다. ‘중지를 세워보라’고 하더라. 타점이 높으니까 각이 더 생길 것이라 했다. 약간 너클 커브 잡듯이 잡아서 약지에 더 힘이 실리도록 한다”고 말했다.

뭐가 됐든 잘하면 좋은 법이다. 대략 3~4개월 정도 흘렀는데, 실전에서 써먹을 정도가 됐다. 그만큼 혹독하게 준비했다는 의미다. 흔쾌히 알려준 류현진도 대단하지만,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애쓴 김진욱 또한 놀랍다. 김태형 감독도 “괜찮은 공이 나온다”고 했다.

롯데는 2025시즌 가을야구를 노린다. 좋은 성적을 내려면 선발투수가 잘해야 한다. 기본이다. ‘간절함’으로 무장한 김진욱이 한 축을 맡는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