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신혜연기자] 연극 무대와 드라마 현장의 긴장감은 다르다. 연극 ‘클로저’와 ‘웨딩스캔들’, ‘취미의 방’ 등 관객들과 소통하며 화려한 연극배우의 삶을 살았던 송유현은 무대를 넓혀 드라마 속 숨은 신스틸러 역할을 해내고 있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체 연기에 나섰지만 아직까지도 드라마 세트 촬영과 모니터링 하는 일이 신기하고 재밌다는 그다.

지난 10년간 연극계에서 주로 활동해온 송유현은 올해 tvN ‘마더’와 KBS1 ‘미워도 사랑해’를 통해 대중에 얼굴을 확실히 알렸다. 두 작품을 모두 마친 송유현에게 ‘마더’와 ‘미워도 사랑해’는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마더’ 이야기에 송유현은 활짝 웃으며 “정말 특별하다.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너무 좋았고, 출연 배우들에게 배운 것도 많았다. 모니터를 할 때도 배우의 입장보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볼 정도로 ‘마더’에 푹 빠져 있었다. 이 드라마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라며 만족해했다.

‘마더’ 합류 계기를 묻자 “드라마 ‘공항 가는 길’, ‘파라다이스 목장’, ‘응급남녀’ 등을 연출한 김철규 감독님 덕분이다. ‘시카고 타자기’의 오디션도 봤지만 아쉽게도 2차 오디션에서 탈락했다. 이번에 ‘마더’를 연출하시면서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연락해 주셨다”라고 말했다.

송유현이 연기한 예은은 가정에서 방치되는 혜나(허율 분)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돕는 선생님이다. 할 말은 하는 보기 드문 ‘참선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평소 모습과 비슷한 면이 있냐’라고 묻자 “나도 예은을 연기하면서 각박한 시대에 할 말은 하는 유일한 어른이라는 느낌이었다. 내 성격과 비슷한 부분도 많아서 더 좋았다. 극중 이보영 선배와 청소년 센터장과 암담한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라고 캐릭터에 푹 빠진 모습을 보였다.

‘마더’와 병행했던 KBS1 ‘미워도 사랑해’도 최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장장 6개월 동안 드라마에 집중했던 송유현은 시원 섭섭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미워도 사랑해’에서는 조카 홍석표(이성열 분)의 극성 이모 구종희로 분했다. 홍석표를 위하는 마음에 길은조(표예진 분)와 떼어놓기 위해 후반부로 갈수록 악녀가 되어갔다. 송유현은 “입체적인 캐릭터여서 더 좋았다”라고 기뻐했다. 악녀지만 명분이 있는 악녀였기 때문에 캐릭터를 다각도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며 만족해했다.

그의 노력 덕분인지 후반부로 갈수록 방송 분량도 점점 늘어났다. 역할의 변화에 대해 “구종희가 입체적인 캐릭터라 재밌지만 한편으로 어렵기도 했다. 그래서 이성열, 표예진, 이동하 등 배우들과 서로 소통하며 캐릭터를 빚어갔다”고 설명했다.

KBS 미워도 사랑해 송유현‘ 2018.05.3.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살뜰히 챙겼던 조카 역의 이성열과 호흡은 어땠냐는 질문에 “성열은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다. 그룹 인피니트 스케줄 때문에 한 시간 밖에 못 자고 촬영장에 나와도 대사 하나 안 틀리고 연기를 하더라. 정말 노력하는 배우구나. 저래서 배우로서도 인정을 받는구나 싶었다. 초반에는 감독님이 리딩을 많이 해보라고 하셔서 주말에 모여서 5~6시간씩 대본 리딩을 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그때도 빠짐없이 참여했고, 자연스럽게 ‘이렇게는 어때요?’라며 대본을 맞춰봤다. 대본 보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수시로 전화해서 물어보고 의견을 계속 주고받았다”라고 그의 연기 열정을 칭찬했다.

이동하와는 연극 ‘클로저’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미워도 사랑해’에서 다시 만나 너무 반가웠다. 같은 길을 걸어왔고 동갑내기여서 큰 힘이 됐다. 동하가 먼저 캐스팅됐었는데 그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다. 서로 연기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했다”라고 덧붙였다.

음식을 챙겨와서 배우들에게 나눠줬던 송옥숙에게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드라마를 이끌어 가시는 것도 힘드실 텐데 과일, 도시락 등을 준비해와서 배우들의 배를 채워주셨다. 고마워서 어쩔 줄 모르는 내게 ‘너도 나중에 선배가 되면 이렇게 후배들 챙겨줘’라고 하셨다. 정말 배울 부분이 많은 선배님이다”라고 인품을 추켜세웠다.

작품 외적으로 친한 배우를 묻자, 배우 전혜진과 신동미를 뽑았다. “전혜진은 롤모델이자 연기 뮤즈다. 연극 무대에서도 너무 멋지시고 드라마, 영화 모두 잘하고 계시지 않냐. 매체 연기를 하면서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데 그때마다 전혜진, 신동미한테 조언을 얻곤 한다. 고민을 털어놓으면 열일을 제쳐두고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 너무 고마운 존재들이다”라고 말했다.

연극 무대에서 십여 년간 몸담았기에 최근 이슈가 된 미투 운동이 더 와닿았을 송유현은 “너무 안타깝긴 하지만 언젠가는 알려졌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용기를 내신 분들이 많은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겠지만 지지한다. 이번 일로 많은 사람의 의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라며 연극인들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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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