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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광현(오른쪽)과 KIA 양현종이 2015년 9월 21일 문학구장에서 토종 좌완 에이스 맞대결을 펼쳤다. 사진은 경기를 앞두고 김광현이 1000경기 탈삼진 시상식에서 상대 선발 양현종으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는 모습. 스포츠서울DB

[고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판은 벌어졌다. 선택권은 하늘이 쥐고 있다. ‘세기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동갑내기 왼손 에이스 양현종(KIA) 김광현(SK·이상 30)이 드디어 한 무대에서 만난다. 디 데이(D-Day)는 오는 20일, 무대는 광주-KIA 챔피언스필드다.

KIA 양현종은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전을 앞두고 “정상 로테이션대로 등판한다”고 밝혔다. 전날 8이닝 1실점 역투로 시즌 6승(2패)째를 따내 다승 공동선두에 올랐는데 투구수(110개)가 다소 많아 로테이션을 한 번 거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9경기에서 64이닝을 던져 경기당 평균 7이닝 이상 던진만큼 체력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KIA 김기태 감독은 “에이스가 누릴 수 있는 권한은 등판 일정과 등판 경기 투구 이닝 수”라며 본인 선택에 맡기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KIA는 일찌감치 “KBO리그 흥행을 위해서라도 로테이션이 맞으면 일부러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난 13일 문학 LG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5승(1패)을 수확한 김광현은 로테이션상 19일 광주 KIA전에 등판할 계획이다. 하지만 16일과 17일 잠실구장에 비예보가 있어 등판 일정이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SK 손혁 코치는 “예정은 19일이지만 한 경기라도 경기가 취소되면 20일 등판할 예정이다. 다른 투수들은 변동이 있겠지만 (김)광현이는 (우천 취소 경기가 있을 경우) 무조건 20일에 나간다”고 설명했다. 우천 취소 변수가 있지만 1985년 5월 1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해태 선동열과 롯데 최동원의 ‘세기의 맞대결’ 이후 31년 만에 모든 야구팬의 눈을 사로잡을 맞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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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23일 SK 김광현(오른쪽)과 한화 류현진(현 LA다저스)이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었으나 비로 취소됐다. 스포츠서울DB

김광현은 ‘코리언 몬스터’ 류현진이 한화에 있던 2010년 5월 23일 대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맞대결을 준비했지만 경기 직전 세차게 내린 비로 취소됐다. 당시 둘의 선발 맞대결 소식은 미디어는 물론 다른 구단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 정도로 폭발력이 컸다. 수 년째 이어지는 타고투저 탓에 타격전에 염증을 느끼는 팬이 많다. 상대적으로 낮아진 마운드에 따른 전력 평준화로 에이스 투수간 맞대결을 회피하는 경우도 늘어나 투수전다운 투수전을 보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상대 에이스와 맞대결에서 패하면 단순한 1패 이상 충격을 받기 때문에 외국인 투수가 아니라면 ‘힘 대 힘’으로 맞불을 놓는 경우가 드물다. 무엇보다 양현종과 김광현만큼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투수가 동시에 상한가를 달리는 경우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팀 성적 뿐만 아니라 흥행면에서도 성사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큰 이유다.

지난 2007년 나란히 프로에 입단해 통산 여섯 차례 맞대결을 했다. 둘 다 국가대표 왼손 에이스이자 풀타임 선발로 성장한 2013년부터 치른 네 번의 맞대결에서는 2승 2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이 기간동안 벌어진 맞대결에서는 양현종이 20.1이닝, 14실점, 방어율 6.20을 기록했고 김광현은 23.2이닝, 11실점, 방어율 4.18의 성적을 남겼다. 광주에서는 2015년 9월 26일 한 차례 맞붙었는데 6이닝 2실점으로 역투한 양현종이 5.1이닝 5실점한 김광현에 판정승을 거뒀다.

올해 둘을 모두 상대한 넥센 이택근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일 컨디션이 좌우하지 않을까 싶다. 두팀 모두 타선이 좋아 팽팽한 싸움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임팩트면에서는 김광현이, 경기운영 능력에서는 양현종이 우위”라고 전망했다.

하늘이 세기의 맞대결을 허락한다면 SK의 경기를 비로 한 번만 지우면 된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