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신태용 감독, 답답한 마음을...담아...
신태용 감독(왼쪽)과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 김도훈기자, 멕시코축구협회 홈페이지

[상트페테르부르크=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여우’ 대 ‘여우’. 전술가 두 감독이 러시아 월드컵 16강을 위한 ‘사생결단’의 승부를 펼친다.

한국과 멕시코가 23일 밤 12시 러시아 로스토프 나도누(이하 로스토프)에서 펼치는 러시아 월드컵 B조 2차전은 두 나라의 생존과 직결된 한 판이다. 스웨덴전에서 쓴 패배를 맛 본 한국은 멕시코전에도 패할 경우 조기 탈락이란 최악의 성적표에 다가갈 가능성이 높다. 그야말로 배수진을 치고 싸워야 한다. 독일을 물리쳐 조별리그 1라운드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된 멕시코도 아직은 안심할 수 없다. 한국에 무너지면 독일전 승리의 의미가 없다. 높이가 부담스러운 스웨덴전을 앞두고 한국전 필승을 다짐하는 중이다. 그런 가운데 두 나라를 넘어 아시아와 중남미에서 전술가, 지략가로 인정받고 있는 두 감독의 수싸움이 화두로 떠올랐다. 신태용 한국 대표팀 감독과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 대표팀 감독, 서로가 서로의 수를 감추고 있어 로스토프에서의 외나무다리 싸움이 더욱 흥미진진하다.

◇나란히 월드컵 데뷔 무대…감독으로 더 빛났다

둘은 선수 때 보다 지휘봉을 잡고 나서 화려하게 빛난 지도자들이다. 신 감독은 K리그 시절 MVP도 두 차례나 차지하고 국가대표로도 활약했으나 월드컵 무대를 밟을 만큼 각광받진 않았다. 2009년 코치 경험 없이 성남 감독에 곧바로 취임, 그 해 K리그 준우승을 이끌어내고 이듬 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제패, 2011년 FA컵 정상 등극에 성공하면서 좋은 감독의 자질을 일찌감치 증명했다. ‘형님 리더십’과 전술 구사 능력 등이 뛰어나다. 2014년 대표팀 감독대행을 시작으로 2016년 리우 올림픽 8강, 지난 해 U-20 월드컵 16강의 성적을 내는 등 각급 대표팀에서도 준수한 결과를 냈다. 콜롬비아 출신 오소리아 감독은 자국 명문 온세 칼다스에서 활약하다가 26살에 부상으로 조기 은퇴했다. 이후 미국 대학에서 운동학을 전공하고 영국 리버풀 존 무어 대학에서 ‘사이언스와 풋볼’ 학위를 받는 등 지도자 데뷔 이전에 운동과 축구에 필요한 각종 이론을 섭렵했다. 2008년 미국 MLS 뉴욕 레드불스에서 우승 감독이 된 그는 2012년부터 콜롬비아 아틀레티코 나시오날의 3연속 우승을 지휘했다. 축구로는 자존심이 강한 브라질에서 명문 상파울루 벤치에도 앉았다. 그리고 2015년 멕시코 대표팀으로 이동해 선수로 이루지 못한 월드컵 데뷔 꿈을 이뤘다.

◇다채로운 전술 변화…왔다 갔다도 심하다

둘의 축구적인 공통점은 전술 변화가 쉴 새 없다는 점이다. 신 감독은 포백과 스리백, 투톱과 스리톱을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바꾸는 국내 유일의 지도자다. 4-4-2를 써도 올림픽대표팀 시절엔 미드필드는 마름모 꼴로 세우는 다이아몬드 4-4-2를 써보는 등 ‘한국 축구는 전술 구사가 떨어진다’는 통념을 깨고 있다. 오소리오 감독은 신 감독보다 변화의 폭이 더 크다. 그는 멕시코의 러시아 월드컵 북중미 예선에서 총 6개의 포메이션을 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 18일 독일전에선 4-2-3-1 포메이션으로 상대의 측면 뒷공간을 집요하게 공략해 대이변의 기틀을 다졌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은 “멕시코엔 여러 포지션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은데 오소리오 감독의 전술과 딱 맞는다. 한국의 포메이션과 전술을 본 뒤 몇몇 선수들의 포지션 변경을 통해 바로 수정 가능한 팀이 멕시코”라고 했다. 그러다보니 두 감독 모두 안정감은 다소 떨어진다는 공통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국내 일각에서 신 감독의 축구를 ‘모 아니면 도’로 부르는 이유다. 오소리오 감독도 그렇다. 월드컵에선 독일을 이겼지만 예전 코파아메리카에선 칠레에 0-7로 대패한 적이 있다.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선 독일에 1-4로 졌다.

◇신태용은 기본으로, 오소리오는 변화로…맞대결 어떨까

두 지략가의 한판 승부는 어떻게 전개될까. 신 감독은 기본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그는 스웨덴전에서 김신욱을 원톱으로 세워 공격과 수비에 모두 활용하는 4-5-1 전술을 꺼내들었다. 후반에 공세를 늘려 이겨보겠다는 생각이었으나 스웨덴의 페이스에 말려 뜻을 이루지 못하고 패했다. 선수들도 일주일 남짓 훈련한 전술에 적응되지 않았다. 지난 해 7월 부임한 뒤 가장 좋은 내용을 펼친 손흥민-황희찬 투톱 중심의 4-4-2 포메이션 회귀가 거론된다. 결국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오소리오 감독의 코드는 변화다. 독일전에선 전력의 열세를 인정하고 선수비 후역습의 4-2-3-1을 썼으나 한국전에선 볼점유율을 높여 2연승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좌·우 윙백이 한국 수비 진영 깊숙하게 파고드는 3-4-3 활용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의 전술을 보면서 실시간 대응할 것으로 보이나 밑그림은 변화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변화에 잘 대응한다면 신태용호는 멕시코전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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