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 피디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OCN ‘라이프 온 마스’로 또 한 번 리메이크작을 성공시킨 이정효 PD가 리메이크의 매력을 밝혔다.

얼마전 종영한 OCN ‘라이프 온 마스’(이하 라온마)는 OCN이 장르물 명가를 사실을 다시금 확인해주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OCN 오리지널 드라마 역대 두번째 시청률 기록을 세울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또한, 지난 2006년 영국 BBC가 인기리에 방영한 동명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것으로, 국내 정서에 맞게 현지화하면서도 원작의 장점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연출자 이정효 PD는 그동안 tvN ‘로맨스가 필요해’와 JTBC ‘무정도시’ 등 로맨스물과 액션 장르물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출력을 보였는데, 이번 ‘라온마’로 리메이크 전문 PD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대만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tvN ‘마녀의 연애’(2014)부터 tvN ‘굿와이프’(2016)에 이어 이번까지 세번째 리메이크인데, 모두 성공궤도에 올렸다.

라이프 온 마스 포스터

이 PD는 “세 편을 (리메이크)했다. ‘마녀의 연애’ 때는 그냥 (제의가)들어왔던 것 같고, ‘굿와이프’는 미드 리메이크가 국내에서 처음이었는데, 당시 CP님이 다른 걸 하고 있던 나에게 ‘그때 (미드)굿와이프 재밌게 봤다고 하지 않았냐’면서 해보자고 하면서 시작하게 됐다. 그때가 가장 두려웠던 것 같다. 미드 리메이크가 처음이어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거라. 그런데 ‘굿와이프’를 하고 나니 리메이크 제의가 많아진 것 같다”며 리메이크작들과 남다른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을 들려줬다.

이어서 “사실 ‘라온마’는 대본을 보기 전 원작을 봤는데, 영국 사람들의 정서나 농담을 전혀 모른채 봐서 내용을 잘 모르겠더라. 그래도 ‘대본 한번 보세요’라는 말에 대본을 보니까 한국식이라 그걸 보고나니 오히려 영국 드라마가 이해가 되더라. 그래서 하기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나라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하고, 성공시킨 이정효 PD가 리메이크를 할 때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이 PD는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원작팬들이다. 이미 재밌게 본 사람들에게는 내가 그걸 다시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부정하고 싶은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나도 원작을 좋아하고 존경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굿와이프’ 때는 첫회를 (원작과)똑같이 찍었다. ‘라온마’에서는 주인공 사고씬을 원작과 앵글도 똑같이 찍어서 원작에 대한 존경을 보여줬다. 그걸 보는 사람들이 알아주면 고마울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일부러 똑같이 찍는 장면들을 만들었다”고 했다.

원작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게 리메이크의 단점이지만, 리메이크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 세 차례의 경험으로 리메이크작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정효 PD는 “리메이크함에 있어서 가장 큰 장점은 끝까지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확정하는 거다.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작의 재미와 그에 대한 신뢰감이 리메이크작의 힘이 되는 것이었다. 그는 “부담은 크지만, 그 부담을 이겨내면 사실은 재밌다. 이미 검증된 이야기라 그렇다. 또, 검증된 이야기를 제작진과 배우들이 큰 흐름이 바뀌지 않는 선에서 내식대로 이렇게 해볼래 하는게 있으니까 만드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또, “앞선 드라마가 있으니까 오히려 공부는 더 하게 되는 거 같다. 난 저렇게 안하고 다르게 해야지 하는데, 나중에는 ‘아 그 사람들도 이렇게 하다가 안되니까 이렇게 했구나’ 하는 것도 있다. 그런 재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아무래도 넘을 수 없는 산은 원작이다. 그 분위기나 정서는 원작을 따라갈 수 없는 것 같다”며 리메이크작의 한계를 이야기 했다.

그런 이유로 리메이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정효 PD는 “완전 0에서 나오는 크리에이티브가 있다면 완성된 걸 보고서 ‘나는 좀 다르게 할수 있을 것 같아’ 하면서 하는 새로운 욕구가 있는 것 같다. 어차피 스토리는 비슷비슷하게 정해져 있는데, ‘난 다르게 할 수 있는 것 같아’라는 출발선상에서 많이들 출발하는 것 같다. 그런데 리메이크에 대해선 ‘넌 원래 있는 것에서 시작하는거잖아’ 말하면 할말은 없다. 그래도 이걸 다르게 했어 라고 말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우린 스타일이 달라라고 말이다”라며 소신을 전했다.

이정효 피디1

그렇다면 ‘라온마’만의 스타일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사실 원작팬 다음에 신경쓰는건 원작의 정서인데, ‘라온마’는 정서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물의 구도는 영화 ‘살인의 추억’와 비슷하다. 도시형사와 시골형사의 이야기였다. 작가님이 에피소드를 우리나라 현실에 잘 대입했다”며 국내 정서에 맞게 녹여낸 비결을 전했다.

또, “꿈인지 생시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을 시청자들과 함께 가려고 했다. 이명과 관련된 효과를 썼고, 빛이나 CG로 멀어지는 모습 등으로 그런 혼란스러움을 표현하려 했다. 원작에서는 일부러 안한 것도 같지만, 나는 그런걸 다 했다”고 연출의 묘을 이야기했다.

이처럼 리메이크 매력에 흠뻑 빠진 모습인데, 이 PD는 “차기작은 로코다. 리메이크는 아니다”라며 큰 미소를 지었다. ‘라온마’의 흥행을 두고 “전작들도 잘 됐는데”라며 고개를 갸웃하던 이정효 PD가 새로이 맡은 작품은 전작인 tvN ‘로맨스가 필요해’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정현정 작가와 다시 의기투합하기로 한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다. 리메이크 전문 PD라는 수식어를 단 이정효 PD가 조만간 로코 귀재라는 타이틀도 딸지 주목된다.

cho@sportsseoul.com

사진| 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