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유기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다양한 예능 콘텐츠가 범람하고 있지만 정작 웃음에만 집중한 프로그램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신서유기’는 말 그대로 작정하고 안방극장을 웃기고 있다.

강호동·이수근·은지원·안재현·송민호에 이어 피오가 새롭게 합류한 ‘신서유기5’는 웃음을 위해서 방송 중 시즌을 전환하는 파격적인 행보까지 선택했다. 기존 캐릭터에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 귀신과 과일로 확장 꾀했고 그 결과 웃음의 세기는 더 강해졌다.

일요일 심야 시간대 편성됐지만 시청률은 6%대를 넘어섰고, 마니아 층은 물론 젊은 세대에서 큰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과거 KBS2 ‘개그콘서트’와 같이 월요일 오전까지 높은 화제성을 이어가며 역대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나영석 PD와 ‘1박2일’ 시절부터 호흡해오며 시즌1부터 공동연출을 맡고 있는 신효정 PD 는 “우리도 놀라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안정적으로 3%만 넘었으면 했는데 ‘이게 가능해’라는 시청률을 받아 얼떨떨하다”면서도 “이전 시즌에 비해 조금씩 ‘신서유기’라는 웃기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아시는 것 같다. 시청률도 좋지만 월요일 오전에 짤이나 입에 오르는 것이 더 좋다”며 미소지었다.

사실 2015년 웹예능으로 시작한 시즌1부터 웃음에만 집중해 탄생한 ‘신서유기’는 기존 나영석 PD의 다른 예능과는 분명 결이 달랐고 주류 혹은 현재 예능 트랜드와도 궤를 다르게 자신의 발걸음을 묵묵히 걸어왔다.

“힐링이 대세고 관찰 프로그램을 좋아하시는데 우리는 마이너한 프로그램이다. 물론 나 역시 TV에서 힐링과 위로를 받고 싶은 콘텐츠를 찾아보기도 한다. 반면에 한 구석에는 그냥 웃고 싶어 하는 분들도 있다. 대박을 바라고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고 생각 없이 웃어도 되는 프로그램이고 싶었다. 최근에 시청자들도 이러한 갈증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우리도 딴 생각하지 말고 ‘재밌자’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재밌으면 장땡이라고 생각하고 만들고 있다.(웃음)”

신효정-나영석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신효정 PD는 웃으며 이야기 했지만 누군가를 웃기기 위한 노력은 여타 다른 프로그램 보다 많은 공력이 들어가기에 ‘신서유기’의 인기에도 이를 따라하는 아류작이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

신 PD는 “한번 웃긴 건 다음에 하면 안된다. 무언가 쉽게 가려고 하면 시청자는 바로 아신다. 타협을 하면 반응이 즉각적으로 와서 만드는 입장에서는 피와 살을 갈아서 만든다. 편하게 보시며 웃으셔야 하기에 티가 나지 않도록 표현이나 편집 하나에 신경을 많이 쓴다”면서 “대중의 흐름도 읽고 어떤게 트렌드인지도 잘 봐야 하는데 예상과 계산대로 되지 않는다. 과하지 않게 중간 선을 타야하는데 다행히 운 좋게 시청자가 재밌게 받아들이신다. 처음 시즌1 당시 우리를 좋아해 준 ‘3%의 시청자’를 실망시키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대중적으로 시청률이나 확장성을 선택하면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시즌4 이후 외전으로 선보인 ‘강식당’의 성공이 새로운 시즌에 부담이나 변화를 주진 않았을까. 신효정 PD는 “‘강식당’과 ‘신서유기’는 시청층이 다른 것 같다”고 선을 그으며 “물론 인식을 넓히는 것에 도움은 받았고 일부에서는 ‘강식당’ 시청률을 ‘신서유기’에 기대하는데 ‘강식당’은 이미 성공한 ‘윤식당’의 포맷”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스핀오프나 외전의 가능성은 적절히 열어 두고 있다. ‘강식당’ 같은 경우도 처음에는 멋 모르게 했는데 이제는 준비를 잘 해서 이 정도면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할 단계서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신서유기’가 실내 게임에 집중하고 있어 해외를 돌아다니는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신 PD 는 “새로운 나라를 갔을때 낯선 환경이 주는 것이 분명히 있다. 멤버들도 더 긴장할 수 있고 음식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나눠서도 할 수 있지만 여행이 가지는 힘과 끈끈함도 있다. 대신 외전이라는 형식을 가졌기에 ‘신서유기’ 멤버들과 다른 재미를 가지고 갈 수도 있다. 대신 ‘강식당’을 한국에서 한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신서유기’를 이야기 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또 다른 인물은 바로 나영석 PD다. 누구보다 나 PD와 오랜기간 함께 해온 신효정 PD는 “후배들에게 나 PD 같은 선배를 만나 여기까지 왔다고 많이 이야기 한다. 나도 ‘아싸’에 가까운 편인데 후배를 바라보실때 항상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고 역량을 키워주신다.물론 입에 발린 말을 하시지 않기에 더 와 닿는다. 말도 안되는 아이템도 가장 재밌게 들어주시고 프로그램의 방향키 같은 분인데 몇년 뒤 내가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보이는 롤모델”이라고 칭찬했다.

“솔직히 들이는 품이나 공에 비하면 시청률이 10~20% 나왔으면 좋겠다.(웃음) 인서트를 위해서 출장을 한달을 가기도 하는데 산술적으로 적자일수도 있다. 한 시즌 하는게 힘들지만 마이너하지만 웃긴 것 보고 싶을 때 틀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생명력을 가지고 오래 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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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