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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배우 장나라와 김선아의 1차전은 장나라가 먼저 웃었다. 여기에 ‘최강자’ 송혜교가 가세, 등판과 동시에 정상을 낚아챘다. 수목극장 판도 변화가 시작됐다.
28일 tvN 새 수목극 ‘남자친구’가 첫 방송되며 수목극장이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했다. 한주 앞선 지난 21일에는 SBS ‘황후의 품격’과 MBC ‘붉은 달 푸른 해’가 각 방송사의 새 수목극으로 첫 선을 보였다.
첫주는 ‘시청률 퀸’ 김순옥 작가의 흡입력 있는 필력에 힘입은 장나라의 승리였다. 현재가 입헌군주제 시대인 대한제국이란 가상의 배경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에서 장나라가 변함없는 유쾌한 매력으로 시청자의 흥미를 높였다. 무명의 뮤지컬 배우 오써니 역을 맡아 만취 연기 등 과하지 않은 자연스런 연기를 통해 특유의 순수하면서도 유쾌한 매력을 적극적으로 살릴 수 있었다. 복수, 격정 등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황후의 품격’이었지만 장나라만의 청정 매력이 극을 환기시키며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출연작마다 좋은 성적을 거뒀던 김선아여서 이번에도 주목받았지만, 김선아가 나서는 ‘붉은 달 푸른 해’는 무거운 주제만큼 그늘질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모습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는 쉽지 않았다. ‘붉은 달 푸른 해’는 의문의 아이와 사건을 마주한 한 여자가 시(詩)를 단서로 진실을 추척한다는 미스터리 스릴러. SBS ‘마을-아치아라의 비밀’로 두터운 팬층을 지닌 도현정 작가의 특장점이 드러나는 장르물이면서 전작 ‘내 뒤에 테리우스’가 두 자릿수 시청률 돌파라는 의미 있는 성적을 냈기에 후광 효과도 노려볼 만했지만, 현재로선 수목대전 경쟁작들 중 비교우위에서 밀리는 분위기다. 특히 방송 초반 뜻하지 않은 ‘코 블러 논란’에 부딪히며 연기보다 외적인 부분에서 주목 받아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배우의 매력대결 뿐 아니라 전반적인 극의 화제성에 있어서도 ‘황후의 품격’이 ‘붉은 달 푸른 해’를 앞섰다. ‘붉은 달 푸른 해’는 서정주 시인의 시 구절이 사건의 실마리로 등장하고 묵직한 소재와 메시지를 담아 웰메이드 드라마를 내세우지만, 스피디하면서 쫄깃한 전개를 보인 ‘황후의 품격’에 대한 화제성과 주목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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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송혜교의 ‘남자친구’가 첫 방송되며 수목극장이 새 판을 짜게 됐다. 지상파와 케이블이라는 채널 차와 앞선 두 작품이 오후 10시 이후 시작되는 것에 비해 ‘남자친구’가 오후 9시 30분에 먼저 방송된다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 굳건한 인기를 가진 톱스타 송혜교와 대세남 박보검이 가세한 만큼 ‘수목대첩’의 패권이 옮겨온 분위기다.
이를 입증하듯 28일 ‘남자친구’의 첫 방송 시청률이 지상파와 케이블을 모두 아우른 수목극 중에서 가장 높은 기록을 세웠다. 29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남자친구’의 이날 시청률이 8.7%(유료가구기준)으로 지상파 포함 전 채널에서 1위를 차지했다. ‘황후의 품격’은 5.7%-7.9%로 지난주보다 다소 떨어졌고, ‘붉은 달 푸른 해’는 3.8%-4.7%, KBS2 ‘죽어도 좋아’는 2.4%-3.5%를 기록했다. MBN ‘설렘주의보’는 1.7%에 그쳤다.
게다가 이는 역대 tvN 드라마 중 ‘미스터 션샤인’(8.9%)를 뒤잇는 첫 회 시청률 2위 기록이다. 또 다른 시청률조사회사 TNMS에서는 9.4%로 집계되면서 ‘미스터 션샤인’(8.5%)를 넘어 역대 tvN 드라마 최고 기록이 됐다.
‘남자친구’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보지 못한 여자 수현(송혜교 분)과 맑은 영혼을 지닌 평범한 남자 진혁(박보검 분)의 설렘 가득한 이야기를 그린 정통 멜로드라마. 경쟁작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스토리는 잔잔할 수 있지만 오랜만에 안방으로 복귀한 송혜교와 박보검의 스타파워, 한국 드라마 최초로 쿠바 로케이션을 진행할 만큼 특별한 영상미로 승부수를 걸었다. 덕분에 케이블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그래도 아직 시작에 불과해 수목극 대첩의 진짜 승자는 누굴지 주목된다. 장나라가 다시 정상을 찾을 수 있을지, 드라마 불패 신화 저력의 송혜교가 흥행 파워를 발휘할지, 김선아가 뒷심으로 추격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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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승섭·배우근·김도훈기자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