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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필리핀의 거친 태클도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의 열정을 넘을 순 없었다.
‘박항서 매직’이 베트남을 넘어 동남아 전체를 집어 삼키고 있다.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2018 동남아시아 스즈키컵에서 순항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이제 두 경기 남았다. 축배를 드는 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베트남은 6일 수도 하노이의 미딘 경기장에서 열린 스즈키컵 준결승 2차전 필리핀과 홈 경기에서 4만 관중의 응원 속에 후반 37분 미드필더 응우옌 꽝 하이와 후반 41분 응우옌 꽁 프엉의 연속골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지난 2일 필리핀과 원정 경기에서도 2-1로 이겼던 베트남은 2연승을 기록,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우승을 놓고 베트남과 다툴 상대팀은 이 대회 3연패를 노리던 태국을 물리치고 올라온 말레이시아다. 말레이시아는 1차전 홈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뒤 2차전 원정 경기에서 2-2로 또 비겼다. 원정 다득점 원칙에 힘입어 결승에 먼저 올랐다.
이어 베트남이 바람을 타고 결승에 갔다. 두 팀은 오는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15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베트남은 지난 2008년 이 대회 첫 우승에 성공한 뒤 10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린다. 베트남 입장에선 말레이시아를 만나게 된 것이 반갑다. 지난 달 16일 조별리그 홈 경기에서 만나 2-0으로 한 번 이긴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말레이시아의 전력도 만만치 않지만 동남아 터줏대감 태국보다는 부담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홈에서 박 감독 조련 하에 잘 다듬어진 패스 축구로 원정팀을 공략했다. 반면 스웨덴 출신 명장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이 이끄는 필리핀은 북유럽식 선굵은 축구와 태클로 대응해 나갔다. 필리핀은 두 골 차 이상 승리가 필요해 거친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았으나 베트남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서두르지 않았고 오히려 수비와 활동량에서 필리핀보다 앞섰다. 결정적인 순간도 베트남에 더 많았다. 베트남은 응우옌 꽝 하이가 전반 27분 문전으로 날아온 크로스를 그림 같은 오버헤드킥으로 연결하는 등 전반전에선 슛에서 7-1로 필리핀을 압도했다.
베트남이 후반에도 필리핀의 공세를 적절히 차단하자 박 감독은 말레이시아전도 대비했다. K리그 인천과 강원에서 뛰었던 르엉 쑤언 쯔엉과 응우옌 아인 득을 차례대로 빼며 체력을 아꼈다. 결국 마지막에 지친 필리핀의 뒷공간을 공략, 환호했다. 판 반 득이 후반 37분 왼쪽 측면을 질풍처럼 드리블한 뒤 문전으로 패스했고, 이를 응우옌 꽝 하이가 방향 바꾸는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선제골로 완성했다.
베트남은 이후에도 상대를 몰아쳐 응우옌 꽁 프엉이 후반 41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대각선 슛을 꽂아낳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냉정하게 경기를 보던 박 감독도 이번 만큼은 결승행을 확신한 듯 앞으로 뛰쳐나와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쳤다. 필리핀은 제임스 영허즈번드가 후반 44분 만회골을 넣었으나 너무 늦은 시간 나온 득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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