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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이 14일 하노이 베트남축구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하노이 | 정다워기자

[하노이=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박항서 감독의 마지막 승부수가 궁금하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15일 베트남 하노이의 미딩국립경기장에서 말레이시아와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2018 결승 2차전을 치른다. 베트남은 1차전 말레이시아 원정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상대 홈에서 2골이나 넣었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에 비해 여유가 있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말레이시아와 달리 베트남은 0-0, 혹은 1-1로 비기기만 해도 원정다득점 원칙에 따라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박 감독은 지난 1년간 베트남을 전례 없는 황금기로 인도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4강에 올랐다. 여기에 베트남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스즈키컵서 10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으니 박 감독은 ‘명장’이라는 수식어를 얻어도 어색하지 않다.

단순히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 박 감독은 이번 대회 결승까지 안착하며 실패 없는 리더십으로 크게 인정받고 있다. 박 감독은 현지 언론으로부터 따뜻하면서도 꼼꼼한 지도력을 높이 평가 받는다. 그에 비해 전술적인 능력은 덜 드러난다. 그러나 그는 베트남을 전술적으로 완성도 있는 팀으로 만들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박 감독은 3백과 4백을 혼용하는데 상대의 전술과 능력에 따라 다양한 작전을 구사한다. 상대 처지에선 까다로운 스타일이다.

한 가지 더, 박 감독은 종 잡을 수 없는 용병술로 상대를 혼란에 빠뜨린다. 지난 결승 1차전에서는 일부 주전 선수들을 선발에서 제외했다. 응유엔 안둑과 응유엔 판추옛, 응유엔 반토안, 르엉 쑤언 쯔엉 등이 아예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사실상 1.5군으로 나선 경기였다. 그럼에도 2-0으로 앞서 나가며 좋은 경기를 했다. 무승부에 그친 것은 아쉽지만 결승전이 180분 싸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 감독 선택은 2차전에 큰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 감독은 2차전에서도 깜짝 카드를 쓸 가능성이 크다. 원톱으로는 이번 대회 들어 주로 교체로 출전하던 응유엔 콩푸엉이 베스트11에 들어갈 수 있다. 콩푸엉은 1995년생으로 아직 젊지만 A매치 25경기에 나선 경험까지 갖춘 선수다. 신장이 168㎝에 불과하지만 빠르고 드리블 능력이 좋다. 기동력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골을 넣고 승리해야 하는 말레이시아가 공격적으로 나올 때 잘 활용할 수 있는 선수다. 경기 전 날 기자회견에는 주전 공격수인 안둑이 등장했다. 일종의 선발 예고인 셈인데 만약 그가 아닌 콩푸엉이 선발로 나선다면 베트남 언론은 다시 한 번 박 감독의 승부수에 놀랄 수 있다.

경기 전 날 훈련에서 박 감독은 세트피스 위주의 훈련을 했다. 말레이시아가 세트피스에 강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준비했다. 역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코너킥, 프리킥 패턴도 구성했다. 말레이시아가 1차전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예상 밖 플레이로 수비를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감독이 꼼꼼하게 준비한 작전이 어떤 결과를 낼지 궁금하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