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올림픽팀 상대로 골맛을 본 벤투호 미드필더 김준형(수원). 사진은 지난 10월 2일 가시마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 원정 경기 앞두고 훈련하는 모습.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수원 삼성이 키우는 ‘제2의 권창훈’ 김준형(22)이 연습 경기에서 골 맛을 보며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김준형은 16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23세 이하 대표팀(올림픽팀)과 비공개 연습 경기에서 1-0으로 앞선 후반 37분 쐐기포를 터뜨리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김준형은 내달 아랍에리미트(UAE)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대비 지난 11일부터 울산전지훈련에 나선 ‘벤투호’에 깜짝 승선한 주인공이다. 송호대 출신인 그는 지난 시즌 프로 무대에 데뷔, 올 시즌 K리그 5경기(4선발)에만 뛰었다. 사실상 무명에 가깝다. 그럼에도 벤투 감독은 지난달 호주 원정 2연전 당시 그를 예비 명단에 포함하는 등 지속해서 관심을 두다가 이번 전훈에 호출했다. 벤투 감독은 익히 알려진대로 기술과 파괴력을 지닌 자원을 선호한다. 수원 스카우트를 지낸 마이클 김 코치가 김준형의 잠재력을 벤투 감독에게 전했고, 벤투 감독은 김준형이 뛴 경기를 유심히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키 176㎝ 김준형은 사리치와 중원 콤비로 나섰을 때 나이답지 않은 유연한 패스 전개와 예리한 돌파와 왼발 슛으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흡사 수원에서 왼발 테크니션으로 불리며 프랑스 무대에 진출한 권창훈을 연상케했다.

현재 수원 사정상 중앙 미드필더로 뛰나, 공격형 미드필더에 더 어울리는 자원이다. 벤투호 출범 이후 붙박이 주전으로 뛴 남태희가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이재성(홀슈타인 킬)이 대체자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백업 자리는 경쟁 구도가 치열하다. 지난 호주 원정에 부름을 받은 베테랑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을 비롯해 이번 울산전훈에 참가중인 한승규(울산) 황인범(대전) 등 K리그에서 검증된 ‘영건’이 있다. 이들에게 가려져 있던 김준형이 오름세를 이어간다면 내부 경쟁을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벤투 감독이 지향하는 플레이 스타일에 부합하는 젊은 자원인 점에서 가산점을 받을 만하다.

김준형 역시 이번 전훈 기간을 들러리로 보낼 생각은 없다. 4년 전 무명 공격수 이정협이 울리 슈틸리케 감독 눈에 들어 대표팀에 깜짝 승선해 아시안컵 본선 무대를 밟아 준우승에 이바지했듯, 자신도 축구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다.

벤투호는 주전조와 비주전조로 나뉘어 전, 후반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3월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 지역 1차 예선을 앞둔 올림픽팀 ‘김학범호’도 실험은 마찬가지였다. 결과가 큰 의미는 없었으나 ‘형님’ A대표팀이 자존심을 세웠다. 지난달 17일 호주 원정 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K리그2(2부) MVP 나상호가 후반 32분 선제골을 터뜨렸고, 5분 뒤 김준형이 골망을 흔들었다. 양 팀은 20일 한 번 더 격돌한다. 이 경기는 미디어 공개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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