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지난해 연말 귀국길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폭탄선언을 한 ‘끝판왕’ 오승환(37·콜로라도)은 지난달 29일 출국 인터뷰에서 “시즌 후 거취는 자의로 선택할 수 없는 문제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해외진출을 선언할 때도, 모두가 꿈꾸는 빅리그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다 돌연 복귀하고 싶다고 선언할 때도 그의 주무기인 돌직구처럼 거침 없었다. 이런저런 설명도 없었다. 그래서 직접 물어봤다. 취재차 그의 에이전트사 사무실에 방문했다가 출국을 하루 앞두고 개인훈련을 마친 뒤 짐정리를 위해 잠시 들른 오승환을 우연히 마주쳤다. 만난 김에 돌직구 한 번 던져봤다. <中편에 이어>베테랑 홀대 문제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단순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등 떠밀려 은퇴하는 문화도 해외에서는 크게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보다 경쟁이 훨씬 치열한 세계인데도 실력을 유지하면 베테랑들이 더 대우를 받는다. 오승환은 “선수들도 존중받을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품위를 잃지 않고 격식있게 행동해야만 하는 것이 해외리그 선수들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나 미국의 불펜 포수는 볼만 받는다. 현장 보조요원들도 각자 할 일이 명확히 정해져있다. 한국은 불펜포수가 배팅볼도 던지고 짐도 나른다. 그러면서 처우도 썩 좋지 않다. 원정경기에 갈 때는 아직도 선수들이 자기 짐을 옮긴다. 한국에 있을 때는 못느꼈지만 해외리그를 경험하다보니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프런트는 10년이 지나도 프런트직을 유지하지만 현장 인력은 언제 경질당할지 모르는 삶을 살고 있다. 구단과 선수가 상하관계로 서로를 인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형적인 구조를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는 문화 자체가 아쉽다. 오승환은 “선수 개개인의 몸관리 요령, 루틴 만드는 법 등 경기에 도움이 되는 것 뿐만 아니라 구단과 선수가 서로 존중받을 수 있는 방법을 동료들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한국으로 복귀하면 나도 베테랑 축에 속할텐데 실력도 없이 입만 살아있어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복귀한 뒤에도 꾸준한 기량을 보여야 인정받을 수 있고 그래야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힘이 있고 능력을 입증하고 있으니 더 늦기 전에 돌아와 후배들의 의식 전환을 이끌고 싶다는 것이다.
|
오승환은 “어릴 때부터 나는 늘 물음표가 따라 다녔다. 삼성에 입단할 때도 ‘쟤는 몸이 딱딱하고 투구폼도 이상한데 부상없이 뛰겠어?’라는 말을 들었고 일본에 진출할 때도 ‘세밀한 일본야구에서 패스트볼 하나로 버틸 수 있겠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미국에 갈 때도 ‘체구도 작고 150㎞짜리 공은 쉽게 때려내는 무대에서 통하겠어?’라는 물음표가 따라왔다. 이 물음표를 지우기 위해 정말 치열하고 절박하게 훈련했고 성적으로 증명했다. 덕분에 이런 저런 기록이 따라와 이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 번도 스스로를 ‘특별한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은 오승환은 “올겨울 KBO리그를 바라보며 후배들이 스스로 존중받을 권리를 포기하는 듯해 안타깝다. 올시즌의 끝이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당당하게 돌아오려면 잘해야만 한다.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남기고 시즌 후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BO리그로 돌아오면 72경기 출장정지 상태로 시작한다. 오승환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미국에 있을 때에도 톱클래스뿐만 아니라 빅리그 승격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하는 수 많은 젊은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많은 것을 얻은 덕분이다. 그는 “잘 하는 선수에게만 배울점이 있는 게 아니다. 젊은 후배들에게도 배울 게 많다. 젊은 선수들은 다만 기회가 없어 재능을 발휘하지 못할 뿐이다. KBO리그로 돌아가도 해외에서 경험한 대화의 중요성을 실천하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돌부처가 생동감 넘치는 표정을 갖기 시작했다.
zzan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