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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이 지난달 29일 스페인국왕컵 헤타페전을 준비하고 있다. 출처 | 발렌시아 인스타그램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지금은 뛰는 게 가장 중요한 시기다.

이강인(18·발렌시아)은 19일 만 18세가 됐다. 생일을 맞았지만 이강인의 상황은 마냥 유쾌하지 않다. 소속팀 발렌시아에서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지난달 30일 헤타페와의 국왕컵(코파델레이) 8강 2차전에 교체로 출전한 후 5경기 연속 결장하고 있다. 벌써 20일 넘게 실전에 나서지 못했다. 이강인이 주로 뛰는 왼쪽 미드필더로 데니스 체리셰프가 자리를 지키고 부상에서 돌아온 곤잘로 게데스가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다. 이강인이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거나 아예 제외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발렌시아 감독이 구사하는 4-4-2 포메이션에 이강인이 어울리지 않는다. 이강인은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인데 마르셀리노 감독은 공수 밸런스가 좋은 중앙 미드필더 두 명을 가운데에 배치한다. 지도자와의 궁합이 맞지 않는 상황이다.

발렌시아가 라리가를 비롯해 코파델레이,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까지 병행해 이강인에게도 출전 시간이 주어질 수 있지만 마르셀리노 감독은 공개적으로 “17세 선수가 뛸 시간은 많지 않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강인의 입지가 극적으로 넓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강인에게는 지금이 축구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 성인 무대에 적응하고 기량을 끌어올리는 과정이다. 이 시기를 잘 보내야 하는데 이강인은 1군에 데뷔해 정착하려는 시점에 출전 기회를 상실했다. 이강인 측에서 발렌시아에 다음 시즌 임대를 요청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왕성하게 성장해야 할 시기에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면 자칫 정체될 수 있다. 1군에서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시선도 있지만 이강인은 이미 1군 맛을 봤기 때문에 훈련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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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이 지난 15일 영국 글래스고 셀틱파크에서 열린 유로파리그 발렌시아-셀틱전 뒤 본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글래스코 | 장영민통신원

실전의 중요성은 유럽 무대에서 만개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손흥민(27·토트넘)의 사례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손흥민의 경우 만 18세였던 2010~2011시즌 함부르크에서 충분한 기회를 얻어 빠르게 성장했다. 당시 손흥민은 개막 전 부상을 당해 10월 말에 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게다가 아시안컵 일정으로 인해 한 달간 자리를 비웠다. 그래도 분데스리가 13경기에 출전했다. 그 중 선발 출전이 8경기였다. 꾸준히 기회를 받으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그 다음 시즌에는 27경기에 출전하며 주전급으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 박지성은 지난해 12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팀에 속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기에 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어린 유럽파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실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이강인의 상황이 안타까운 것도 이 때문이다.

남은 3개월이 이강인에게는 중요한 시기다. 일단 이번 시즌까지는 방법이 없다. 기회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경쟁 또한 프로선수라면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에 이강인도 지금 시기를 잘 넘겨 성장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