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한국도로공사 세터 이효희(39)는 지쳐 보였다.
이효희는 V리그 여자부 최고령 선수다. 1980년생으로 올해 우리나이 40세가 됐다. ‘불혹’의 세터는 여전히 최고 수준의 기량을 자랑한다. 정확하고 빠르게 올라가는 토스, 특히 센터를 활용하는 속공은 이효희를 따라올 세터가 없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프로의식으로 팀을 지탱하고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도 체력적으로 지친 상황에서 고군분투 하며 한국도로공사를 이끌었다. 아쉽게 우승을 놓치기는 했지만 그의 투혼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이효희는 27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의 V리그 여자부 챔핀언결정전 4차전 2세트에서 패한 후 벤치에 앉아 고개를 떨궜다.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바닥을 바라봤다. 동료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3세트를 준비하는 순간에도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살얼음판을 걷는 승부 끝에 패한 결과였다. 1세트를 잡은 한국도로공사는 2세트마저 가져오면 시리즈 전적을 2승2패로 만들어 챔피언에 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싸웠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흥국생명의 뒷심이 더 강했다. 세트스코어는 동점이 됐고, 분위기는 흥국생명 쪽으로 넘어갔다. 이효희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힘들었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2세트 들어 발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그렇게 2세트를 지고 나니 속이 상했다. 이기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 생각이 들어 고개를 숙이고 바닥만 쳐다봤다”라고 말했다.
|
지치는 게 당연했다. 한국도로공사는 GS칼텍스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남은 체력을 소진했다. 3경기 15세트 접전을 벌인 후 단 하루만 쉬고 흥국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에 돌입했다. 이효희는 “사실 플레이오프까지는 괜찮았다. 전혀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3차전부터 뭔가 이상했다. 홈에서 팬 응원을 받으면 힘이 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힘들더라. 4차전에 들어가니 정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이기고 싶은 열망은 강한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 마음이 아팠다”라고 고백했다.
이효희에게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어느 때보다 간절했다. 통산 4회 우승을 경험했고, 지난 시즌에도 통합우승을 이뤘지만, 욕심을 숨길 수 없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우승 기회이기 때문이었다. 이효희는 “흥국생명 선수들은 아직 어리지 않나. 우리 팀에도 젊은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내가 또 언제 챔프전에서 우승 경쟁을 할지 알 수 없다.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 간절했다. 정말 우승하고 싶었다. 그만큼 속이 많이 상했다. 패한 후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졌다는 생각 때문인지 자꾸 깼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속이 상하기는 했지만 이효희는 경기 후 상대팀 사령탑인 박미희 감독을 찾아가 덕담을 건내며 진심으로 축하를 건냈다. 이효희는 “상대 감독님이지만 경기를 할 때마다 얼마나 열심히 하시는지 봤다. 그만큼 간절하셨을 텐데 우승해서 축하 드린다고 말씀드렸다. 고생 많이 하셨을 텐데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



![[포토] 도로공사 이효희, 공격의 속도를 조절해야...!](https://file.sportsseoul.com/news/legacy/2019/03/29/news/201903290100141670010967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