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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류현진은 패턴이 없는 투수다. 상대 타자들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상식을 파괴한다. 자칫하면 홈런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날카로운 제구를 앞세워 상대 타자의 시선과 머릿속을 마음껏 흔든다.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공 뿐이 아닌 몸쪽으로 들어오는 변화구를 과감하게 구사해 여유있게 타자들을 돌려세운다. 성공적인 에이스 도장깨기를 이어가고 있는 류현진(32·LA 다저스)의 활약 요인은 더할 나위 없이 정교한 제구와 이를 바탕으로한 상식파괴의 볼배합에 있다.
에이스가 되기 위해선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압도해야 한다. 강하게 몸쪽을 공략할 수 있는 구종을 장착해야 함은 물론 바깥쪽으로 흐르는 구종으로 안정적으로 헛스윙이나 범타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2018시즌 류현진은 우타자에게는 체인지업, 좌타자에게는 커브나 컷패스트볼을 구사하며 아웃코스를 지배했다. 배트 중심에서 멀어지는 궤적을 활용해 스트라이크존 양쪽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타자 몸쪽에서 도망가는 변화구가 빛을 발하면서 직구의 위력도 상승했다. 지난해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0.3마일(약 145㎞)에 불과했으나 피안타율은 0.202였다. 100마일짜리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부지기수인 메이저리그(ML)에서 포심 패스트볼 피안타율 최저 3위에 올랐다. 다양한 구종을 적절히 섞어던지면 평균 수준의 직구도 엄청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류현진이 증명해 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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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에는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지난겨울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시즌을 준비하면서 구위가 향상됐고 볼배합도 과감해졌다. 올시즌 선발등판한 2경기에서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90.6마일로 조금 올라갔다. 평균 회전수(RPM)도 지난해 2054에서 2148로 상승했다. 컷패스트볼의 구속과 회전수도 동반상승하며 ‘힘 대 힘’의 승부가 용이해졌다. 지난 3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전 1회에 속구 위주의 정면승부를 펼친 것도 구위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자가 속구에 타이밍을 맞추면 귀신처럼 볼배합을 바꾼다. 좌타자에게 체인지업, 우타자에게 컷패스트볼과 커브를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던져 타자의 시선을 무너뜨린다.
2018시즌 류현진은 총 230개의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좌타자를 상대로는 40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체인지업 33개 중 11개를 좌타자에게 던졌다. 좌타자 체인지업 구사비율이 17.3%에서 33.3%로 크게 늘었다. 때로는 스트라이크존 상단에도 체인지업을 넣는다. 전통적인 야구의 관점에서는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인 볼배합으로 타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류현진과 투수코치로 호흡을 맞췄고 류현진의 빅리그 전경기를 시청하는 롯데 양상문 감독은 “배짱이 없으면 할 수 없는 볼배합이다. 그만큼 컨디션과 구위에 대한 자신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현진이는 원래 슬로우 스타터 기질이 강했는데 올해는 시작부터 구위가 좋다. 정말 올해 일 내는 게 아닐까 싶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 또한 감탄사를 반복했다. 로버츠 감독은 류현진이 매디슨 범가너와 에이스 대결에서 승리한 지난 3일 경기 후 “류현진은 정말 다양한 무기를 갖고 있는 투수다. 직구의 제구가 어느 정도 되는 날에는 더 강해진다. 직구와 체인지업, 컷 패스트볼로 얼마든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다. 같은 타선을 반복해서 상대해도 다양한 패턴으로 공략한다”고 극찬했다.
홈경기 47연속이닝 볼넷을 범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제구력과 거포를 상대로 체인지업을 몸쪽에 밀어넣는 과감함이 류현진을 빅리그를 호령하는 에이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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