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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큰 기대를 받고 프로 무대에 뛰어드는 신인 중에 실제 개막전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는 쉽게 찾을 수 없다. 지난 7일 롯데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파 72·6301야드)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한 조아연(19·볼빅)은 그래서 눈길을 끈다.
조아연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국내 개막전으로 치른 이번 대회에서 9언더파 279타로 역대 세 번째 개막전 루키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정규투어 시드전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일약 신인왕 후보 0순위로 올라섰고, 실제로 KLPGA 투어 개막전인 효성 챔피언십 with SBS에서 공동 6위에 올라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큰 스포트라이트 속에 참가한 국내 개막전이라 부담이 생길법도 한 데 1라운드에만 살짝 긴장한 모습을 보였을 뿐 특유의 밝고 당찬 표정으로 쟁쟁한 언니들을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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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두 개의 대회를 치렀을 뿐인데 상금 순위 3위(1억 4275만원)에 평균타수 1위(70타), 평균 퍼팅 수 11위(29.6개) 그린적중률 8위(76.2%)에 올랐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도 253.75야드로 21위에 이름을 올려 270야드 이상 장타자로 올라설 기반을 다졌다. 대상(75점)과 신인상(332점) 포인트 1위로 올라서 지난해 KLPGA 투어를 평정한 최혜진(20·롯데)에 이은 대형 신인의 탄생을 예고했다. 똑소리나는 언변과 과감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로 8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을 차지한 고진영(24·하이트진로)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아직 약관도 되지 않은 루키가 단 두 번의 대회 만에 골프팬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일반적으로 장타자는 숏 게임 등 세밀함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 조아연 역시 “숏게임이 약점이라 더 보완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새기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고있는 만큼 KLPGA투어를 평정한 뒤 LPGA 투어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중학교 때부터 세웠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골프채를 잡았고 2018년 세계 아마추어 팀 챔피언십 개인전 우승으로 KLPGA 투어 정회원 입회 자격을 따냈다. 그는 “아마추어 때 최대 목표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다. 대표 선발전에서 짧은 거리 퍼트를 잇따라 놓쳐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을 때 목표를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당시에는 스승이자 캐디였던 부친 조민홍씨를 비롯해 주위 사람들의 격려로 세계선수권에 출전했고 개인전 우승으로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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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는 “아연이는 어릴 때부터 집중력이 뛰어났다. 골프채를 한 번 잡으면 옆에 누가 와도 모를 정도로 집중력이 뛰어나다. 12시간을 쉬지 않고 훈련할 때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대회 기간 중에도 해질녘까지 연습장을 떠나지 않았다. 조아연의 스승들도 “타고난 강심장에 승부사 기질이 있다.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여주는 비결”이라고 밝혔다. 스스로는 “긴장도 하고 떨기도 하는데 주위에서는 멘탈이 강하다고 말씀하신다”며 자세를 낮췄지만 “아마추어 때부터 프로대회에 참가하면 스코어를 의식하지 않고 매 샷을 정확하게 하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말해 남다른 승부근성을 드러냈다.
타고난 샷 감각에 습득력이 뛰어나다는 주변 평가가 있지만 그 이면에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골프를 대하는 끈기가 담겨있다. 조아연은 “시즌 2승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데뷔시즌 가장 큰 목표인 모든 대회 컷 통과를 위해 성적 욕심을 더 내려놓고 플레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때로는 무모할 정도로 과감한 공략으로 위기를 자초하기도 하지만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것도 소득이라는 긍정에너지도 갖고 있다.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한 KLPGA 투어에 진짜가 나타났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