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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KIA 김선빈(30)이 600일 만에 한 경기 4안타 맹타를 휘둘렀다. 컨디션이 조금 떨어졌을 때 해왔던 루틴을 꺼내들어 부진 탈출을 알렸다.
김선빈은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두산과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2루타 세 방을 포함해 4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1회초 첫 타석부터 두산 선발 조쉬 린드블럼의 슬라이더를 완벽히 걷어 올려 좌중간을 꿰뚫는 2루타로 기세를 올리더니 0-3으로 뒤진 5회초 추격을 알리는 1타점 적시 2루타로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완성했다. 선두타자로 나선 8회초에는 좌전안타로 동점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더니 3-3으로 맞선 9회초 1사 1루에서 윤명준을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역전 적시 2루타로 이날 첫 리드를 안겼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그라운드에 나선 김선빈은 김민우 수비코치에게 “오늘 하루 쉬겠다”고 얘기했다. 코칭스태프도 흔쾌히 “알았어”라며 김선빈의 루틴을 존중했다. 김선빈은 컨디션이 조금 떨어지거나 타격 감이 좋지 않을 때 경기전 수비 훈련을 생략한다. 수비뿐만 아니라 타격도 아주 짧고 가볍게 끝내고 지친 몸을 쉬게 한다. 4월에도 극심한 부진에 빠졌을 때 경기전 훈련을 생략한 뒤 멀티히트를 때려내는 등 타격감 회복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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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던 타격감이 5월들어 뚝 떨어졌고, 이날 경기 전까지 5월에 치른 7경기에서 28타수 5안타 타율 0.179에 그쳤다. 시즌 타율도 0.233까지 떨어져 멘도사라인으로 추락할 것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외국인 타자가 빠진 상태라 테이블세터로 전진배치 되다보니 유격수 수비까지 소화하느라 체력이 두 배로 소진됐다. 1, 2년 선수생활을 한 게 아니라 경기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노하우를 갖고 있어 경기전 훈련을 생략해도 정상적인 몸놀림을 보이는데 큰 문제가 없다.
김선빈이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자 안치홍이 깔끔한 중전 적시타로 투수들에게 여유를 안겼다.
올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김선빈은 지난 겨울 절치부심했다. FA 대박보다 내구성을 다져야 한다는 위기감에 빠졌다. 발목, 무릎 등에 잔부상을 달고 있었고 허벅지와 허리 등 크고 작은 통증도 잦았다.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혹독하게 체중 감량에 집중했다. 체지방은 줄이고 근력은 유지하느라 식단 조절도 철저히 해가며 퍼스널 트레이닝(PT)을 받아 7㎏가량 감량에 성공했다. 지난해에 비해 날렵한 몸매로 돌아와 야심차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때아닌 논란에 휩싸여 마음고생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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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해설위원이 마치 김선빈이 굶어서 살을 뺀 것처럼 얘기했고, 이를 들은 일부 팬들이 ‘왕자병’ 운운하며 김선빈이 겨우내 흘린 땀을 무시했다. 팀과 개인 성적 모두 기대를 크게 밑돌아 일정 비난은 감수해야 하는 위치라는 점을 고려해도 절치부심한 노력까지 무시당하는 것은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다. 그래도 김선빈은 “내가 못해서 그런 것”이라며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켰다. 남몰래 선행도 많이 배푸는 등 ‘인성좋은 선수’로 불리는 이유를 서서히 증명해내고 있는 김선빈이다. 그는 “원정경기이지만 많은 팬들이 찾아와주셔서 꼭 이기고 싶었다. 이기는 경기에서 내가 역할을 해서 기분 좋다. (이)명기 형이 살아나간 상황이라 이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눈에 보이면 치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좋았다. 장타가 많이 나와 나도 놀랐다. 인생경기였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팀 성적이 안좋지만 어린 선수들이 잘 해주고 있고 경기 수가 많이 남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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