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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2019 KBO 프로야구는 그 어느 해보다 젊은 유망주 투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선두주자로 꼽히는 이가 두산의 우완정통파 5선발 이영하(22)다. 13일 현재 7경기에 선발 등판해 45이닝을 던져 5승 무패, 방어율 1.60으로 다승과 방어율 2위에 올라있다. 1점대 방어율 선수는 1위 조쉬 린드블럼(1.53)을 포함해 LG 타일러 윌슨(1.66), SK 앙헬 산체스(1.84)까지 총 4명인데 국내선수론 이영하가 유일하다.
올시즌 등판내용을 봐도 특급투수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7번의 선발 등판 중 5번의 퀄리티피칭(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을 했는데 그 중 8이닝 무실점이 2번, 7이닝 1실점이 한 번으로 완봉에 가까운 완벽투를 펼쳤다. 한화와 롯데전에서 각각 5이닝씩 밖에 소화하지 못한 게 옥에 티일 정도로 지난해에 비해 또 한 번 괄목상대할 성장을 일궈냈다.
이영하는 지난해 불펜으로 출발해 시즌 중간 선발로 전환하며 10승 3패 2홀드로 생애 첫 두자릿수 승수를 기록했다. 올시즌엔 더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는 2016년 두산 1차지명선수로 입단해 수술후 한 시즌을 재활에 몰두했다. 2017년 불펜으로 프로무대 첫 선을 보인 그는 20경기에 서 35.2이닝을 던지며 워밍업을 했고 2018년 처음 풀타임 1군 투수로 뛰었다. 입단 4년째, 프로무대 본격피칭 불과 3년째에 이런 놀라운 성장을 이뤄낸 비결은 무엇일까.
이영하는 포심패스트볼이 주무기다. 최고구속 150㎞의 직구에 포크볼,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섞어 던진다. 강속구가 주무기인 투수인데 요즘 어린 선수들과는 달리 구속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이영하는 “150㎞짜리 공을 매 순간 던질 수도 없고 던질 이유도 없다. 던진다고 안 맞는 것도 아니다”라며 “제구가 되고 필요한 순간, 필요한 곳에 던지는 능력이 더 중요한 것 같다. 80%의 힘으로 꾸준히 던질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다”고 구속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어린 투수들은 호승심 또는 불안감 때문에 구속에 의지해 힘으로만 피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스로 힘을 빼고 부드러운 피칭의 잇점을 터득해가고 있다는 애기였다. 눈부신 성장의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 그의 피칭내용을 보면 7경기에서 볼넷 20개에 탈삼진도 20개다. 강속구를 보유한 투수들의 경우 삼진 욕심을 내는 경우도 많지만 이영하는 삼진보다는 효율적인 피칭에 주력한다.
이영하는 또다른 비결로 “포수를 믿고 던진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포수를 못 믿었다는 말은 아니다. 상황상황을 염두에 두고 여러가지 생각이 많았는데 지금은 잡념을 버리고 사인대로 단순하고 빠르게 던지려고 노력하니 공이 잘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이영하는 지난해 122.2이닝을 던졌다. 올해는 지금 추세를 유지한다면 최소 150이닝 이상에 15승 이상을 달성할 수 있는 페이스다. 시즌 후엔 국가대표 우완 선발 후보로 뽑혀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영하는 주변의 이런 기대치에 대해 손사래를 친다. 이영하는 “지금이 100% 컨디션인 것 같아서 앞으로 떨어질까봐 불안하다”면서 “많은 생각하지 말고 팀이 이기는데만 집중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다른 모든 것들은 자연스럽게 다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고 각오를 덧붙였다.
이영하는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시즌 6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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