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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신동국(39). 이름보다 ‘소방관 파이터’라는 애칭으로 익숙하다. 바위처럼 단단한 몸, 직진하는 시선, 저돌적인 스타일 등 그를 보면 금세 떠오르는 것들이다.
지난 5월 제주에서 열린 로드FC 053에서 일본의 하야시 타모츠를 1라운드 TKO로 이기며 팬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2018년 첫 대결에서 로블로 감점으로 판정패한 이후 1년여 만에 치른 리벤지 매치에서 화끈하게 승리하며 파이터로서 강한 근성을 과시했다.
신동국 이름 앞에 항상 따라다니는 ‘소방관’은 군 제대 후 시작됐다. 신동국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한 전사들을 배출하는 특전사를 자원입대했다. 나라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입대했다. 이라크에 파병가는 등 그의 군 시절은 험난하기만 했다. 소방관도 군대에 들어갔을 때의 마음으로 시작했다.
제대 후 우연히 목격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조연 역할이었다. 도와주고 싶어도 ‘매뉴얼’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도서관에서 일 년 동안 틀어 밝혀 공부한 후 당당히 소방관에 합격했다. 특전사요원, 소방관 모두 자신보다는 나라를, 타인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다.
파이터로서 그의 꿈은 무엇일까? 신동국은 “케이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이미 꿈은 실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승패와 관계없이, 챔피언의 자리에 상관없이, 경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싶다”며 담담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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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투기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소방관으로 근무하면서 많은 주검과 마주하는 등,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다. 술독에 빠져 살 때가 많았다.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나를 구해준 것이 격투기였다. 소방관으로서 나약해져서는 인되기 때문에 다시 손을 내민 것이 격투기였다.
- 소방관이 된 계기는군복무를 마치고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을 때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이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사고를 수습한 소방대장이 나더러 ‘일찍 조치를 취해줘서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이후 소방관이 되기로 작정했다. 서점에서 소방 관련교재를 구입하고 바로 시립도서관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아침 8시에 시작해 도서관이 폐관하는 자정까지 약 1년 간 밤낮으로 공부만 했다. 2008년 충북소방 구조대원으로 임관했다.
- 직업상 자격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소방관으로서 필요한 대형운전면허와 수난구조대원으로서 필요한 잠수자격증, 선박면허, 수상인명 구조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기회가 되면 응급구조사 자격을 취득해 구급현장에서 전문응급처치를 시행해보고 싶다.
- 소방왕 선발대회에서 우승한 것으로 알고 있다2009년 소방관으로 임용된 지 1년이 지난 후 대회에 참가했다. 16개 시도에서 참가한 32명의 선수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해 행안부장관 표창과 1계급 특진의 영예를 안았다. 2015년 야간근무를 하던 새벽에 심정지발생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이동해 구급대원들과 신속한 심폐소생술을 시행, 병원이송 전에 환자를 살려냈다. 그로 인해 심정지환자를 소생시켰을 때 수여되는 하트세이버 인증서와 은뱃지를 수여받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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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관으로서의 근무량과 보람은
구조, 구급대에서 근무 당시 하루 평균 5,6건 정도 출동을 나갔다. 연간 2000여건의 현장 활동을 했다. 소방관들이 다니는 현장은 고통의 몸부림과 절규, 생과 사를 오가는 삶의 경계가 대부분이다. 죽음의 기로에 서있는 사람을 구조했을 때 느끼는 보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고, 바꿀 수도 없다. 하지만 현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생명을 구하지 못 할 때는 죄책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는 모든 소방관들이 짊어져야할 숙명이다. 우리가 활동하는 현장은 삶과 죽음의 경계다
- 격투기 선수로서 롤모델은원주 로드짐에서 함께 운동하고 있는 김수철 선수다. 로드FC 전 밴텀급 챔피언 김수철은 나보다 10살 어리지만 굉장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 격투기선수로서 타고난 승부욕과 근성이 굉장하다. 김수철을 보면서 세상은 넓고 상식을 뛰어넘는 강자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현역 이상의 기량을 가지고 있다. 아니 그 이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김수철은 하루도 체육관을 빠지는 일이 없다. 자신에게 철저한 김수철을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 격투기 선수와 소방관을 병행하기가 어려울 텐데내가 소방관과 현역 격투기선수를 병행하니까 근무에 소홀하거나 근무 시간에 격투기 훈련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출동이 없을 때는 일과표를 준수하고 체력단련시간을 이용해 기본체력훈련 만을 할 뿐이다. 근무 중 격투기 훈련시간을 따로 배정받지는 않고 있다. 나는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철저히 남는 시간을 활용해 운동을 하고 있다.
일과를 마치고 퇴근 후와 비번을 활용해 원주 로드짐에서 훈련한다. 소방관 파이터라는 이름을 걸고 많은 분들의 관심과 기대 속에 경기를 하는데, 정작 업무에 소홀하고 운동에만 매달린다면 ‘소방관 파이터’라는 타이틀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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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투기 선수로서의 꿈은
올해 우리 나이로 마흔에 접어들었다. 케이지에 오를 수 있는 것만으로 이미 꿈을 이룬 셈이다. 솔직히 챔피언 타이틀에는 욕심이 없다. 그저 내게 주어지는 한 경기, 한 경기를 정말 멋지게 싸우고 싶을 뿐이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주먹을 쥘 힘조차 없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싶을 뿐이다. 그런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 주고 싶다. 격투기사에 길이 남을 명경기 하나면 내 꿈은 그걸로 끝이다.
- 소방관으로서의 꿈은소방관으로서 정년까지 아직 22년의 긴 시간이 남아있다. 남은 시간동안 더 많은 현장에서, 더 많은 인명을 구하고 싶다. 소방관이라면 누구나 듣는 말이 있다. ‘ First in, Last out(가장 먼저 들어가서 가장 늦게 나온다)’, ‘1% 가능성만 있다면 단 한사람도 포기하지말자’ 등이다. 이 글을 떠올릴 때마다 이 직업을 택한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 소방관들은 누구나 목숨을 걸고 불속을 뛰어들어 한 생명을 구하는 일에 주저함이 없다. 그것이 바로 소방관에게 주어진 사명이고 두려움 없이 불속을 뛰어 들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이다. 소방관으로서 내 꿈은 그저 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이다
- 닉네임이 있다면몸과 체력이 좋고, 표정이 없다고 ‘터미네이터’라고 불리고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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