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강원FC 김병수 감독, 4-0 점수에...눈이 휘둥그레?
강원FC 김병수 감독이 9일 강원도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2019 20라운드 상주 상무와 경기에서 3-0으로 앞선 후반 이현식이 추가골을 성공시킨 뒤 자신에게 달려오자 기뻐하고있다. 춘천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김병수식’ 축구의 핵심은 측면 수비수다.

‘병수볼’로 화제인 강원의 김병수 감독은 최근 독특한 스리백을 활용해 성과를 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리백은 센터백 세 명으로 구성되는 수비적인 전술로 분류된다. 그러나 김 감독은 센터백을 김오규 한 명만 배치하고 좌우에 원래 사이드백인 윤석영과 신광훈을 세우고 있다. 후방에서부터 정확하고 예리한 빌드업을 하기 위한 방편이다. 윤석영과 신광훈 일반적인 센터백들에 비해 더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스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최후방에서부터 빠르고 짜임새 있는 빌드업이 이뤄질 수 있다. 실제로 강원은 전북과 울산 같은 우승후보를 상대로도 뒤에서부터 짧은 패스를 통해 전진해 수비를 허무는 강력한 공격 전개를 선보였다. 윤석영은 “감독님께서 정확한 빌드업과 공격 관여를 요구하신다. 보통 센터백들은 공을 의미 없이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짧은 패스로 동료에게 연결하는 임무를 받는다. 때로는 과감하게 공격적인 전진 패스를 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재성 SPOTV 해설위원은 “윤석영, 신광훈 모두 김 감독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다. 기본 실력이 있고 경험과 축구 지능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경기를 보면 센터백들이 롱패스하는 모습을 쉽게 보기 어렵다. 김 감독이 원하는 빌드업을 후방에서부터 굉장히 잘 만들어가더라”라고 평가했다.

해외에서는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 감독이 비슷한 철학으로 수비를 구성한 사례가 있다. 바이에른 뮌헨 부임 때 제롬 보아텡과 메드히 베나티아 같은 센터백에 측면이 주포지션인 다비드 알라바를 배치, 공격적인 스리백을 정착시킨 적이 있다. 맨시티에서는 카일 워커가 센터백으로 변신해 수비와 공격에 모두 관여했다. 다만 과르디올라 감독은 센터백 두 명은 고정시켜 수비에 안정감을 일정 수준 지킨 반면 김 감독은 측면 수비수를 두 명 배치해 공격력을 극대화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해외축구에서 자주 보던 전술을 K리그에서 보니 흥미롭다”라면서 “오히려 강원이 더 실험적이고 과감한 전술인 것 같다. 바이에른이나 맨시티의 경우 리그 최고급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어 여러 작전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펼칠 수 있다. 강원의 스리백도 준수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지만 리그 최고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병수볼이 더 돋보인다. 전술적으로 보면 해외에서도 참고할 만한 수준의 인상적인 퍼포먼스가 나오고 있다”라며 김 감독의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했다.

신세계와 볼다투는 윤석영[포토]
강원 윤석영이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9K리그 수원삼성과 강원FC의 경기 전반 수원 신세계와 볼을 다투고 있다. 수원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김 감독의 다채로운 측면 수비수 활용은 수비에 그치지 않는다. 병수볼에서는 이 포지션 선수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윤석영과 신광훈뿐 아니라 정승용, 강지훈, 박창준, 오범석 등이 김 감독으로부터 다양한 역할을 부여 받는다. 원래 포지션에서 뛰기도 하지만 윙포워드(강지훈 박창준)와 중앙 미드필더(오범석) 등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제외한 전 포지션에 걸쳐 기용된다. 최근 영입한 일본 선수 나카자토의 경우 원래 미드필더인데 강원에서는 윙백으로 뛰고 있다. 한 위원은 “현대축구에서는 풀백 혹은 윙백이 키플레이어다. 공수에 모두 관여하고 돌파와 연계를 모두 수행해야 한다. 활동량도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라며 “강원을 보면 이 포지션 선수들이 비중이 굉장히 크다. 측면 수비수 출신 선수들이 동시에 6~7명이 뛰기도 하는데 김 감독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K리그 감독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감독의 공격지향 전술은 수비 쪽에서 약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라인을 높이 올리기 때문에 역습에 취약하다. 발 빠른 공격수들이 버티는 팀을 만나면 실점 위기에 자주 노출된다. 뿐만 아니라 장신의 센터백은 한 명만 투입하기 때문에 코너킥이나 프리킥 같은 세트피스에서 실점이 나올 여지가 있다. 실제로 올시즌 강원의 무실점 경기는 5번에 불과하다. 34실점으로 리그에서 네 번째로 많은 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공격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리스크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감독은 “실점은 어쩔 수 없이 있는 게 당연하다. 반대로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갈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 말대로 강원은 최근 10경기에서 24골이나 터뜨렸다. 중하위권에서 4위까지 치고 올라간 원동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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