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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국내와 해외 사업자 간 망 이용료 차별문제 개선을 위해 인터넷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망 이용계약 시 국내외 사업자들의 지위에 따른 협상력 차이로 인해 차별적으로 체결하지 않도록 한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을 두고 사업자 간 의견 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 국내 통신사 중심의 인터넷제공사업자(ISP)는 가이드라인 마련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구속력이 없는 데에 우려를 제기했고, 콘텐츠제공사업자(CP) 진영은 아예 가이드라인 ‘제정 반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방통위는 5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한 공청회에서 14개 조항으로 된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11월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공동 연구반을 구성,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해왔다. 이번 초안은 공식적인 첫 결과물인 셈이다. ISP와 CP 사업자들의 심층인터뷰 등을 통해 그들의 의견을 수렴해 가이드라인을 제작했다는 것이 방통위 측의 설명이다.
이날 반상권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ISP와 CP 사업자를 대상으로 10번에 걸쳐 심층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 가이드라인을 제작했다”며 “이번 초안은 지난달 사업자, 시민단체, 학계 등이 참여한 제2기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에 수정안을 올려 논의 끝에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이날 공청회에 발표된 초안을 바탕으로 추후 논의 과정을 거쳐 연내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후 1개월 후부터는 시행할 계획이다.
◇ 가이드라인 불공정행위 금지·이용자보호가 핵심방통위가 공개한 가이드라인 초안은 크게 ▲망 계약 관련 불공정행위 금지 ▲이용자보호를 위한 ISP와 CP의 의무가 담겼다.
망 이용계약 분쟁의 핵심은 국내 ISP가 CP와 망 이용계약을 체결할 때 국내외 사업자들의 지위에 따른 협상력 차이로 차별적인 대가를 산정하게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 CP 대다수가 내지 않는 망 사용료를 국내 CP들은 내야 하는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국내 대·중소 CP 간 차별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가이드라인에선 계약 당사자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현저하게 불리한 조건을 요구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또한 이용계약 당사자는 본인이 체결한 다른 이용계약 조건과 비교해 상대방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인터넷망 이용조건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다만 LG유플러스와 넷플릭스의 계약과 같이 콘텐츠 경쟁력, 사업전략 등 시장상황과 대량·장기 구매 등에 의한 할인율 등 전략적 망 이용계약에 대해선 예외로 한다.
이와 함께 이용자 보호를 위한 ISP와 CP의 의무를 강화했다. ISP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만약 이를 이행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사전에 CP 등 계약상대방과 협의해야 하며, 인터넷망 이용계약의 변경 또는 종료에 따른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CP는 인터넷 트래픽의 경로 변경 또는 트래픽 급증으로 인해 이용자 피해가 예상될 경우 사전에 ISP에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에 대해 반 과장은 “사업자 간 사적계약의 영역인 망 이용대가에 정부가 직접 관여하기보다는 과정에서 발생할 불공정 행위와 이용자 피해를 막는데 초점을 뒀다”면서 “과거 페이스북 사태와 같은 이용자 피해 재발 방지와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 이용계약 분쟁 중재 시 법 해석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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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자간 대립 ‘팽팽’…ISP “찬성, 법적 효력도 부과해야” vs CP “제정 반대”
이번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초안을 놓고 사업자간 의견 대립도 여전하다.
ISP 진영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측은 가이드라인 제정에 찬성한다면서도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즉, 가이드라인에 법적 효력을 부과해 구글과 넷플릭스 등 해외 CP 대상으로 강제력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해외 CP들은 정부, 정치권, 여론 등의 압박에도 해외에 본사가 있다는 점과, 서비스의 높은 인기를 이용해 ISP에 망 이용료를 일부만 내거나 거의 안 내고 있는 상황이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정부의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제정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구속력이 없어 해외 CP들에게 적용되지 못한다”면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글로벌 CP에 대한 조항도 포함하고 망 이용계약의 법적근거와 효력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통해 공정한 인터넷 이용환경이 조성되도록 국회,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인터넷기업협회를 주축으로 한 CP 진영은 가이드라인 제정 자체를 반대하고 나섰다. 국내외 CP 간의 역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오히려 역차별을 심화할 것으로 본 것이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가이드라인을 두고 국내외 CP간 역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국내 CP에 과도한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역차별을 가중시키는 가이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국내 사업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로 자리매김할 갈라파고스적 망 이용 가이드라인 제정 절차를 중단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이드라인은 그 형식과 내용으로 볼 때 방통위의 의도와 달리 실효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내 사업자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해 역차별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CP와 통신사 사이의 갈등 관계를 고착화해 인터넷 생태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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