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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역시는 역시였다. 배우 전도연의 힘이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김용훈 감독)에서 한번 더 빛났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세대를 넘나드는 충무로 배우 드림팀이 모인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칸의 여왕’ 전도연부터 정우성, 배성우, 정만식, 진경을 비롯해 신예 신현빈과 정가람 그리고 윤여정 등 다양한 배우들이 모인 작품이다. 이들은 욕망을 매개체로 모인 이들을 연기하며 인간의 민낯을 그려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묘한 인연을 가진 이들의 사연이 소개된다. 태영(정우성 분)은 사라진 애인으로 인해 사채 빚에 시달리며 한 방을 꿈꾸고 있으며 연희(전도연 분)는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인물이다. 가정을 이끄는 중만(배성우 분)은 순수하고 성실하지만,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이끌고 있다.

여기에 빚 때문에 가정이 무너진 미란(신현빈 분), 불법체류자 진태(정가람 분), 기억을 잃은 중만의 모친 순자(윤여정 분), 가족의 생계를 위해 노력하는 영선(진경 분) 등 각자 척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돈가방’을 쫓게 되며, 인생의 한 방을 계획한다.

욕망의 밑바닥까지 내려간 이들이 결국 서로를 속고, 속이게 되는 모습이 긴박하게 느껴지면서도 현실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한 명도 아닌 8명 이상의 주요 인물이 나온다는 점에서 산만함을 우려할 수도 있지만 6장으로 나눠진 영화의 구성이 이를 간결하게 분리해준다. 기존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구성과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이 관객들의 시선을 끝까지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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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틸컷. 사진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무엇보다 전도연의 힘이 빛난다. 중반부터 등장하는 전도연이지만,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전도연은 순수하고 애교 넘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냉혹하게 변신하는 모습까지 선보이며 다채로운 연기를 펼쳤다. 특히 스모키 메이크업을 통해 ‘센 캐릭터’로 변신한 전도연이 반갑게 느껴진다. 분명 선한 역할은 아님에도 응원하게 만드는 오묘한 매력을 자랑하는 캐릭터다. 전작 ‘생일’(이종언 감독)과는 180도 다른 독한 모습으로, ‘왜 전도연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모습이다. 영화의 전반적인 색을 전도연이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비해 정우성의 모습은 아쉽다. 전도연과 비슷한 시기 데뷔한 그지만, 연기력은 아직까지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절박한 현실 앞에 놓였지만 우유부단하면서도 위트 있는 모습을 지닌 태영 캐릭터를 맡은 정우성은 전작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시도하려 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수라’(김성수 감독), ‘증인’(이한 감독) 속 캐릭터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범죄극이라는 장르 안에서 선량한 정우성의 모습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미란 역의 신현빈은 ‘새로운 발견’이다. 연약한 듯 보이지만 알고 보면 욕망 가득한 인물을 연기하며 선배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냈다. 그에 비해 정가람은 초반 무언가 보여줄 듯 기대됐지만 끝까지 그 힘을 지키지는 못했다.

돈가방의 이동, 그를 쫓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민낯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그래서일까. 공감을 자아내긴 했으나, 왠지 모를 씁쓸한 기분이 극장을 나설 때까지 이어진다. 범죄 ‘오락’ 영화를 기대한다면 안될 작품이다. 러닝타임 108분. 청소년 관람불가. 오는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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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