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
서울에서 뛰던 이청용.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버스 떠난 뒤 손 흔들어봐야 소용 없다.

FC서울은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국내 복귀를 추진한 기성용을 결국 품지 못하면서 팬들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물론 새 시즌 대비, 선수단 구성을 마무리한 서울 입장에서는 갑작스럽게 국내 복귀를 추진한 기성용을 두고 거액을 투자하는 데 미온적일 수밖에 없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진 건 서울과 협상이 어긋나며 라이벌 팀 전북 현대와 연결된 기성용을 두고 11년 전 유럽 진출 당시 장착한 ‘K리그 복귀시 우선협상권 및 타 팀 이적시 위약금’ 문제 때문이다. 당시 구체적인 조항은 서울과 기성용 당사자들만 아는 내용이어서 쉽게 예단할 순 없다. 다만 팬들은 선수 황혼기를 K리그에서 누비고 싶은 기성용의 바람이 오래 전 문서 하나에 발목이 잡히는 것에 못 마땅한 반응이다.

서울 강명원 단장은 “기성용의 영입을 위해 노력했는데 무산돼서 아쉽고 솔직히 혼란스럽다. 그래도 기성용과 좋은 관계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성용은 SNS에 “거짓으로 나를 다치게 한다면 나도 진실로 상처줄 수 있다. 나를 가지고 놀지마라. 내가 가지고 놀기 시작하면 너도 좋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을 저격하는 듯한 글을 남겨 또다시 물음표가 매겨졌다.

기성용이 11일 K리그 구단과 협상 종료를 선언하면서 이 사태를 일단락됐다. 하지만 새 시즌 준비에 열을 올리는 서울 입장에서는 불똥이 튀었다. 그리고 또 다른 과제가 주어졌다. 기성용과 함께 올 겨울 K리그 복귀를 추진한 이청용과의 협상이다. 올 여름 독일 보훔과 계약이 끝나는 이청용은 잔여 연봉 포기와 더불어 기성용처럼 상호 계약 해지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은 이청용도 우선협상권을 쥐고 있다. 물론 이청용도 K리그 복귀에서 서울을 우선으로 여기고 있다. 다만 기성용과 마찬가지로 앞서 몇 차례 협상에서 간극이 벌어졌다. 여러 축구인들은 서울이 이청용과 협상 테이블에서도 실무적으로 계약서상 원리원칙을 따지면 사실상 견해를 좁히는 건 어려우리라고 내다보고 있다. 서울이 몇 년 사이 ‘저비용 고효율’ 기조로 운영 정책에 변화를 줬지만 여전히 ‘1000만 인구, 대한민국 수도’를 점하고 있는 빅 클럽인 만큼 실무적이고 원칙적인 접근, 그 이상의 그림을 그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기성용이 국내 복귀를 추진하던 때 마음을 전했다. 그는 “오랜 기간 유럽 무대에서 인종차별, 문화 등을 극복하고 커리어를 축적하는 동안 외롭고 힘들었을 것이다. 정점을 찍었으니 예전의 향수를 느끼며 안정을 찾고 싶었을 것이고 그것에 오는 자기 만족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청용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청용의 에이전트는 11일 서울과 다시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이 좀 더 적극적이고 진실된 자세를 통해 일부 등돌린 팬 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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