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두산 김재환. 1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롯데와 두산의 경기. 사직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타자들이 겨우내 흘린 땀의 결과가 초반 투수들의 컨디션 저하와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른바 ‘탱탱볼 논란’을 정리하는 말이다. 실제로 올시즌 초반, 타구 속도와 발사각은 미세하게 향상됐다. 그러나 히팅포인트는 팀 마다 차이가 있어 확실히 ‘앞으로 당겼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표본이 작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시즌 초반 홈런을 포함한 장타 증가는 타자들의 컨디션이 투수들보다 좋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포토] 키움 이정후, 병호 형...저도 넘겼어요~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가 9일 고척 한화전에서 홈런을 쳐낸 뒤 박병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KBO리그에 또 공인구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개막 직후 국민체육진흥공단(KSPO) 스포츠용품시험소에 의뢰해 공인구 3타(36개)를 검사했더니 반발계수가 평균 0.4141로 측정됐다. 지난해 조정한 반발계수 0.4034~0.4234의 딱 중간치에 해당한다. 홈런 폭죽이 터지던 2018년 6월의 0.4176보다는 낮고, 지난해 10월 마지막 검사결과인 0.4105보다는 높다. 이 차이 때문에 홈런이 증가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반발계수 0.003이 실제 타격 비거리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구종, 타구 속도, 발사각, 볼 회전, 타구 회전, 바람, 습도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아 메이저리그(ML)에서도 공인구 반발계수와 비거리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풀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토] 9회 솔로포 강백호 \'이제 1점차야\'
KT 강백호가 9회초 우중월 홈런을 날린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강한 타구 전반적으로 증가

스포츠서울이 국내 스포츠 데이터분석 전문업체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에 의뢰해 지난 13일 기준 홈런 상위 20명의 최근 3년간 타구 속도 비율을 조사했다. 배트 중심에 맞은 130㎞이상 강한 타구를 만들어낸 비율이 홈런 폭죽 시대인 2018년보다 전체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관측됐다. 가령 홈런 네 방을 쏘아 올린 두산 김재환은 2018년 26%였던 강한타구 비율이 지난해 14%로 급감했다가, 올해 20%로 회복했다. SK 한동민은 2018년(22%)보다 두 배 이상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빈도가 늘었다. 홈런 3개를 쏘아올린 KT 강백호도 루키시즌 20%에서 지난해 15%로, 올해 24%로 증가했다. 이들 셋은 올해 타격 폼을 수정해 타이밍과 리듬, 스윙궤도에 변화를 준 선수들이다. 공인구 반발계수는 2018년보다 감소했지만 강한 타구를 만드는 타자들의 빈도는 증가했다는 의미다. LG 류중일 감독의 “타자들의 타격 기술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는 진단이 ‘고반발 공인구 회귀’ 주장보다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근거다.

타구속도비율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이 지난 13일 기준 홈런 상위 20명의최근 3년간 분석한 타구 속도 비교표. 제공=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

◇홈런증가, 진짜 5월 개막 여파?

숫자 얘기가 나온 김에 지난해 개막 초반과 5월초, 올해 개막 초반 타율과 홈런 등을 들여다봤다. 지난해 개막 후 전체 40경기를 소화한 4월 1일까지 팀 타율은 0.251에 홈런 75개(371타점)가 쏟아졌다. 타자들이 반격을 시작한 5월 5일부터 14일까지 40경기에서는 타율이 0.272로 향상됐다. 반면 홈런은 63개로 줄었는데 타점은 385타점으로 증가했다. 장타 대신 정확성과 기동력으로 전략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개막 후 37경기(세 경기는 우천 취소) 수치를 보면 팀 타율 0.273로 지난해 5월과 비슷하다. 대신 홈런이 82개나 쏟아졌고, 376타점이 나왔다. 홈런 폭등이 대량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끝내기 홈런 등 유독 인상적인 장면이 자주 나온 것이 오히려 홈런 증가로 확대해석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데이터추적
스포츠투아이가 KBO에 제공한 지난해와 올해 5월초 타구속도와 히팅포인트 변화 표. 제공=스포츠투아이

◇타구속도 발사각 일괄 향상

KBO 공식 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가 투구추적시스템(HTS)으로 집계한 지난해 5월초와 올해 개막초반 리그 전체 타구 평균 스피드는 135.3㎞와 135.6㎞로 큰 차이가 없다. 히팅포인트도 지난해 49.6㎝에서 49.7㎝로 0.1㎝ 당겨졌다. 재미있는 사실은 13일 현재 팀 홈런 1위(14개)인 NC와 공동 2위 두산 롯데(이상 11개), 4위 KT(10개) 모두 팀 히팅포인트가 지난해보다 뒤에서 형성됐다는 점이다. 특히 NC는 지난해 5월초 40경기에서 51.6㎝였던 히팅포인트가 올해 44.1㎝로 밀렸다. 홈런 7방을 쏘아올린 KIA는 타구 속도가 135.4㎞에서 132.9㎞로 줄어들었는데도 히팅 포인트는 9.4㎝(41.8㎝-51.2㎝)나 앞으로 이동했다. 단순화하면 상대 투수가 NC 타자에게는 빠른 공, KIA 타선에는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 위주로 승부를 건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팀 평균값이기 때문이다. 애슬릿미디어가 같은기간 지난해와 올해 타구 속도 상위 10% 타자들의 발사각을 추적한 결과 10.1도에서 11.3도로 1도 2분 가량 향상됐다. 타구 속도도 165.2㎞에서 166.4㎞로 1.2㎞ 빨라졌다. 빠르게 떠오르는 타구가 홈런을 만들어내는 빈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타자들의 타격 방식 변화를 유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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