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김민 \'승리를 위하여\'
2020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KT 선발투수 김민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수원=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KT니까 선발하는 것이다.”

KT 이강철 감독이 이례적으로 호투한 제자에게 쓴소리를 했다. 취재진에 자신이 말한 내용을 기사화해달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만큼 이 감독은 쓴소리의 의도가 제자에게 닿길 바랐다. 이 감독 발(發) 일침의 대상은 5선발 김민이었다.

6이닝 4안타 6탈삼진 3실점. 김민이 지난 16일 삼성전에서 달성한 기록이다. 선발 투수의 덕목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고,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겉으로 봤을 땐 좋은 성적이다. 하지만 17일 경기를 앞두고 이 감독은 김민에 대한 칭찬에 앞서 작심발언을 했다. 140㎞ 중후반을 넘나드는 패스트볼을 보유하고 있는 건 분명 큰 장점이지만 지나친 자부심으로 패스트볼만 고집하는 성향을 꼬집었다. 이 감독은 “(김)민이는 자신의 패스트볼이 리그 최고인 줄 안다. 하지만 실상은 리그 최하위에서 2~3번째일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김민의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0.337로 보유 구종 중 가장 높았다. 패스트볼 구종가치는 -13.5로 전체 257명의 투수 중 254위를 기록했다.

이 감독과 투수 파트는 통계로 나타난 김민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김민에게 상대 타자 상대 효율이 좋은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이라고 여러번 주문했다. 지난해 김민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221로 김민의 구종 중에 가장 낮았다. 이 감독은 “KBO리그 타자들이 빠른 볼을 얼마나 잘 치나. 우리는 민이에게 슬라이더의 비중을 늘려야 산다고 꾸준히 말했다. 하지만 본인은 아니라고 하더라. 그래서 우리도 ‘결정은 네가 하는 것이니 알아서 해보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패스트볼 구사를 즐기는 김민의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았고, 이로인해 경기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잦았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두산전에서도 총 투구수 71개 중 빠른 볼 계열을 48개 던졌는데, 결과는 4이닝 7실점으로 좋지 않았다.

이 감독은 “보다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어리지만 알아야 할 건 확실히 알아야 한다. 본인이 지금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았으면 좋겠다. KT니까 선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코칭스태프는 김민이 중간 계투에서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선발 자리를 지키고 싶으면 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김민은 첫 승을 따낸 삼성전에서 패스트볼 욕심을 버렸다. 총 투구수 97개 중 슬라이더의 비중을 늘리며 62개를 던졌다. 이 감독은 “볼 배합을 바꾼 것은 고마웠다. 삼성전을 통해서 본인이 느꼈으면 좋겠다. 포수가 요구하는 대로 던지기만 해서는 안된다”면서 “지난해 선발로 풀타임을 뛰었다. 그러면 깨닫는게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자가 더 좋은 투수가 되길 바라는 이 감독의 마음은 다음 발언에서 나타났다. 그는 “민이를 살리고 싶은 마음에서 하는 얘기다. 스스로 미래를 더 좋은 방향으로 설정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달라질 모습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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