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연타석포 로하스 \'정대야 홈런 축하해!\'
KT 4번 로하스가 5월 마지막날 열린 2020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KT위즈의 경기 1회초 3점홈런에 이어 2회초 공격에서도 2점홈런을 터트리며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신(新) 타고투저 시대다. NC 구창모 등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 투수가 지난해보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LG와 KT가 선발 전원안타를 뽑아냈는데, 올해만 벌써 13번이나 쏟아졌다. 시즌 타율은 0.273, 평균자책점은 4.78이라 지난해 120경기 시점의 0.264, 4.30과 비교해도 소폭 상승했다. 타고투저 절정기인 2018년 117경기 시점의 0.276, 4.83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른바 저반발 공인구시대를 맞아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변화를 택한 것도 있다. 개막 연기로 투수들이 100% 구위로 시즌을 시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미 시즌은 시작했고, 타자들의 기세가 지난해보다 훨씬 매섭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투수들이 빠르게 전략을 수정하는 등 생존방법을 찾아야 한다. KBO리그 대표 투수 조련사이자 사령탑인 KT 이강철, 키움 손혁 감독은 “투수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종합하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도 된다.

KT전 역투하는 이승호 , 1회초 로하스에 2점홈런 허용[포토]
키움 선발 좌완투수 이승호가 5월 마지막날 열린 2020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KT위즈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KT 이강철 감독은 “초구 스트라이크 중요성이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아두면, 결정구를 2구째에 쓸 여유가 있다. 변화구를 하나 보여줄 수 있는 여유는 결국은 자신감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시속 150㎞ 이상 강속구를 꾸준히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아니라면 제구와 완급조절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KBO리그에는 제구와 완급조절 능력을 두루 갖춘 투수가 많지 않다. 초구에 볼을 던지면 2구째 변화구를 던지다 장타를 허용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겨 빠른 공 위주로 승부를 할 수밖에 없다. 이 감독은 “결국은 자신감 싸움이다. 구위와 제구, 완급조절 능력이 엇비슷하다면 마운드 위에서 누가 더 자신감을 갖고 던지느냐로 A급과 B급이 갈린다”고 강조했다. 결정구를 초구에 던질 수 있는 결단력과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배짱이 투수들에게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포토]4회말 5실점 배제성, 힘겨운 마무리
KT 선발투수 배제성이 5월 마지막날 열린 2020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KT위즈의 경기 4회말 5실점 수비를 마무리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그래서 키움 손혁 감독은 ‘하이패스트볼’을 강조한다. 그는 “투수가 가장 힘있게 던질 수 있는 구종이 하이패스트볼이다. 투구 매커닉으로 볼 때 정상 릴리스포인트보다는 조금 뒤에서 공을 놓지만, 오히려 모든 힘을 제대로 실을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힘대 힘으로 붙어야 한다면 포수 마스크 부근을 타깃으로 놓고, 제대로 힘을 실어 보내는 게 승산이 있다는 뜻이다. 물론 타자들도 높은 공은 장타로 만들어내기 쉽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타구 발사각 등을 중요시하면서 어퍼블로(상향타격)가 전체 흐름으로 자리잡은 탓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하이패스트볼 공략은 평범한 팝플라이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일종의 모험이지만, 작정하고 던지는 하이패스트볼은 타자의 시선을 흐트러뜨리는 데 매우 유용한 구종으로 평가된다. 손 감독은 “그래서 하이패스트볼을 힘있게 던지는 훈련을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타고투저 흐름이 지속되고, 투수가 수세적인 운영을 하다보면 볼넷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심판진이 시즌 초반부터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한 여파로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졌다는 의견이 많다. 투수가 삼진이라고 확신하고 발걸음을 옮기다 멈추는 장면이 유독 자주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손 감독은 “좌우뿐만 아니라 상하 코너워크를 하려다보면 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2018년처럼 각 팀 투수들이 전체적으로 볼넷을 많이 내주는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개막 첫 달 KBO리그 투수들은 816개의 볼넷을 내줬다. 경기당 평균 7개꼴이다. 볼넷 남발은 경기 리듬감을 떨어뜨린다. 야수 집중력도 함께 떨어진다. 2018년 117경기 시점의 1209점보다 홈런 수(278-227)는 줄었지만 득점(1209-1237)은 증가했다. 타자들에게 “적당히 타격하라”고 주문할 수 없으니, 투수들이 해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 KBO리그가 또 한 번 진화할 변곡점으로 활용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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