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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9일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향후 달라질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삼성 측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지만 검찰의 경우 1년7개월동안 이어온 수사에 동력을 잃게 됐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쯤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혐의,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청구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청구된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 김 전 전략팀장 등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법에 관한 법률의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주식회사 등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검찰은 삼성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시세 조종을 벌였으며 합병 이후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4조5000억원대 삼성바이오 회계 사기를 벌였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 민주화 관련한 입법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부수적 결과라며 이를 부인했다.

판결이 기각으로 결론나면서 검찰은 아쉬움을 표했다. 검찰 측은 이날 오전 2시쯤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고위 임원 3명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직후 “본 사안의 중대성, 지금까지 확보된 증거자료 등에 비춰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인다”면서 “다만, 영장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2시 40분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영장이 기각된 데 대한 취재진들의 질문에 “늦게까지 고생하셨습니다”라고만 짧게 답한 뒤 구치소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제네시스 G90 승용차에 타고 곧바로 자리를 빠져나갔다.

이날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은 “법원의 기각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는 해석을 내놓으며,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거나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재청구를 위해선 새로운 혐의를 포착해야 하는데, 이미 장기간 수사를 이어온 만큼 추가 조사를 벌이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게다가 이 부회장 측 역시 기소 여부 판단을 외부 전문가들에게 맡겨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한 상태로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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