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 감독
키움 손혁 감독.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LG와 키움의 더블헤더 2차전. 2020. 6. 25.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이지은기자] “공이 2~3㎞ 정도만 빨라진다면…”

키움 손혁 감독은 선수 시절 이 말을 심심찮게 들었다고 했다. 투수로 LG, KIA, 두산에서 뛰었던 손 감독은 8시즌 만에 비교적 빠르게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른 은퇴는 실력이 아닌 부상 탓이었다. 고교 시절 ‘코리아 특급’ 박찬호와 함께 공주고 에이스 역할을 했고, 프로에 와서는 컨트롤을 무기로 타자들과 수싸움에서 강점을 보였다. 그러나 늘 구속이 강점인 선수들과 묶여 비교당했다. 140㎞ 안팎의 속구를 두고 주변인들은 ‘속도를 조금만 더 붙였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건네곤 했다.

선수라면 응당 이런 얘기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손 감독 자신조차도 볼 스피드에 대해 아쉬움이 있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다. 그 세월을 통해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공이 빠르지 않은 선수가 속도에 대한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150㎞ 초반의 공을 던지는 선수가 155㎞까지 던지는 건 그 차이가 유의미하지만, 130㎞대 후반의 구속을 140㎞대 초반으로 끌어올리는 건 의미가 없다. 과하게 세게 던지다 보면 제구력이 떨어지고 실투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포토] 키움 이승호, 야수 호수비에...엄지 척!
키움 히어로즈 선발 이승호가 30일 고척 두산전에서 2-1로 앞선 5회 이닝을 마치며 야수들에게 엄지를 세워보이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사실 과거의 추억은 선발 이승호(21)를 논하며 소환됐다. 이승호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지난해 선발 첫 풀타임 시즌을 치러 개인 최다승(8승)을 올렸고, 가을야구에 대표팀까지 경험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후 새 시즌을 준비하며 가장 열을 올린 부분은 자신이 생각하는 단점을 보완하는 일이었다. 캠프에서부터 구속 증가를 최고 목표로 벌크업에 몰두했다. 그러나 최고 구속은 여전히 140㎞대 언저리였다. 오히려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 제구가 흔들리며 개막 첫 달 부진에 허덕였다.

6월 들어서는 성적이 월등히 좋아졌다. 5경기 평균자책점 1.86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공이 빠른 선수는 아닌데 속도에 대한 욕심을 냈다. 이젠 속도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난 것 같다”던 손 감독은 “모든 변화구가 스트라이크존에서 형성되고 있다. 제구가 잘되니 투구 패턴을 세팅하기 편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속구 구속도 향상돼 변화구가 더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약점을 최소화할 수 없다면 강점을 최대화하면 된다. ‘강한 것을 더 강하게’라는 손 감독의 운영 철학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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