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콘텐츠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짧아야 보는’ MZ세대를 겨냥한 숏폼(Short-form) 콘텐츠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간편한 시청에 기반을 둔 짧고 간결한 형태의 숏폼 콘텐츠가 최신 트렌드와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의 취향을 사로잡았다. 15초에서 1분 이내 영상만을 올릴 수 있는 ‘틱톡’부터 20분 내외 분량씩 업로드되는 웹드라마, 웹예능 등이 대표적이다.

모바일 비디오 소셜미디어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틱톡은 몇 번의 터치만으로 15초에서 1분 분량의 영상을 만들 수 있고, 이는 세계 150개국가 10억명 이상이 유저들과 공유하고 즐긴다. 여기에 유명 아이돌, 인풀루언서들과 함께 해시태그 챌린지를 진행하면서 자발적인 숏폼 콘텐츠 생산에 더욱 불을 붙이고 있다. 최근 ‘아무 노래’ ‘깡’ 등 밈 열풍이 급격히 확산된 기반에도 틱톡이 제공한 짧은 동영상 서비스의 성공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콘텐츠 기업들뿐만 아니라 국내 방송사들도 숏폼 콘텐츠의 흐름에 탑승하고 있다. 숏폼 형식을 재가공해 정규 편성하거나 10~20분의 콘텐츠로 만들어 본방송 뒤에 붙인 뒤 원본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내보내는 형식이다. tvN의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아이슬란드에 간 세끼’ ‘라끼남’ ‘금요일 금요일 밤에’ 등이 대표적 사례다. 비슷한 형태로 JTBC는 지난달부터 숏폼 드라마 형식의 ‘장르만 코미디’를 방영 중이다.

틱톡

최근 TV 예능들이 줄지어 선보이고 있는 디지털 스핀오프 웹예능도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성공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MBC ‘나 혼자 산다’ 본방송 직후 방영된 디지털 스핀오프 ‘여자들의 은밀한 파티-여은파’(이하 여은파)는 15분가량의 짧은 영상으로 제작돼 공개 일주일 만에 400만 조회수를 넘어서며 화제성을 입증 중이다. ‘나 혼자 산다’ 주역인 박나래, 한혜진, 화사의 솔직한 일상과 화끈한 입담을 숏폼 플랫폼에 적절히 담아냈다는 반응이다.

JTBC도 예능 ‘아는 형님’의 스핀오프 ‘아는 형님 방과 후 활동’을, ‘뭉쳐야 찬다’ 외전 ‘감독님이 보고계셔-오싹한 과외’를 TV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방송사들 역시 변화하는 시청 트렌드에 발맞춰 TV와 온라인 플랫폼의 연계를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방송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병행 숏폼 예능은 이젠 각 방송사가 앞다퉈 제작할 만큼 보편화된 형식으로 정착되고 있다”며 “경쟁이 치열해진 예능 시장에서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만든 숏폼 예능은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되는 측면이 있어 PPL과 같은 광고협찬 역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도 숏폼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웨이브·티빙·왓챠·시즌 등은 막대한 돈을 투자해야 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10~20분 분량 미드폼, 숏폼 등을 다각도로 논의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회당 러닝타임 15분 이내인 시트콤 ‘브루노라니까!’, SF 앤솔로지 시리즈 ‘러브, 데스+로봇’ 등을 제작해 방영하기 시작했다.

OTT

국내 양대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10분 내외 동영상 콘텐츠인 숏폼 시장에 발을 들였다. 네이버는 지난 4월 숏폼 동영상 편집 서비스인 ‘블로그 모먼트’를 출시했고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M을 통해 스타 PD를 대거 영입하는 등 숏폼 콘텐츠 제작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올 하반기 카카오M만의 디지털 숏폼 플랫폼 ‘카카오TV’를 통해 드라마 ‘연애혁명’와 예능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같이 숏폼 콘텐츠가 각광 받는데는 주요 콘텐츠 소비층인 MZ세대 성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반응이다. 메조미디어가 올초 발표한 ‘2020 숏폼 콘텐츠 트렌드’에 따르면 10대와 20대는 타 연령층에 비해 동영상 1회 시청시간이 15분 내외로 가장 짧았고, 30대도 16.3분 정도로 짧은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의 과반수가 넘는 56%가 동영상 시청 시 10분 미만의 길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콘텐츠가 넘쳐나고 시청에 시공간 제약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숏폼 콘텐츠 소비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 콘텐츠 시장에서는 MZ세대의 취향을 공략한 짧은 콘텐츠가 이미 주류가 됐다. 방송사에서도 숏폼 콘텐츠의 제작이 본격 논의되는 분위기”라며 “이젠 단순히 길이의 문제를 넘어 콘텐츠 다양성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들이 숏폼 콘텐츠 시장에 적극적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틱톡, 유튜브 등은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영상을 추천하고, 최근 넷플릭스에서도 일방적인 스토리 전달이 아닌 시청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콘텐츠 제작에 나서며 이용자의 사용 경험을 극대화하고 있다. 콘텐츠를 통해 직접 참여하고 즐기고 싶어하는 MZ세대의 욕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글로벌 경쟁 속 숏폼 콘텐츠가 살아남기 위해선 단순히 콘텐츠의 시간 단축에 급급하지 말고, TV·OTT·동영상 플랫폼 등 폼 형식에 적합한 구성력과 콘셉트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틱톡, 카카오, MBC, JTBC,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