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아직은 제 안에 에너지가 많이 남아 있어요. 못해 본 것들이 더 많아요.”

KBS2 ‘꽃보다 남자’, SBS ‘그대 웃어요’, KBS2 ‘빅’, SBS ‘돌아와요 아저씨’, ‘운명과 분노’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배우 이민정(39)이 첫 주말극 도전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며 ‘이민정의 재발견’이란 호평을 얻었다.

최근 종영한 KBS2 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이하 한다다)는 결혼과 이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30%대 시청률로 흥행에 성공했다. 극 중 송가네 셋째 딸 송나희로 분한 이민정은 이상엽(윤규진 분)와 공감 가득한 결혼 생활을 보여주며 ‘나큐커플’이란 애칭으로 사랑받았다.

2013년 이병헌과 결혼식을 올리고 슬하에 여섯 살 아들 준후 군을 둔 이민정은 연기자로서 뿐만 아니라 아내이자 엄마로서 모두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어느덧 30대의 끝자락에 선 이민정. 지나온 과거보다 더 힘차게 달릴 앞날이 더 기대된다는 이민정에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이민정3

-코로나19 여파 속에 촬영을 이어오며 어려운 점도 많았을 거 같다. 작품을 무사히 작품을 마친 소감

코로나와 태풍 때문에 촬영 스케줄도 많이 바뀌고 시간도 지연되기도 했다. 오랜만에 긴 호흡의 촬영을 하다 보니 연기의 완급조절과 건강관리를 해야 했지만, 미니시리즈와 달리 여러분들과 함께하며 만들어지는 것들이 많아서 재밌었다. 오랜시간 촬영해서 그런지 끝난 것 같지 않다.

-송나희라는 캐릭터가 어떤 점에서 매력적으로 느껴져 출연을 결정했나

송나희는 똘똘하고 완벽주의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은근 허당인 캐릭터다. 그런 지점이 규진이 캐릭터와 맞아 떨어지면서 촤충우돌하는 스토리가 재밌었다.

-송나희를 연기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쓰거나 준비한 부분이 있나

감독님께선 나희의 초반 캐릭터 느낌을 주변에 직설적이고 막 나갔으면 좋겠다고 얘기해 주셨고, 작가님은 나희는 사고뭉치 자식들로 마음 고생하는 부모를 생각해 이혼을 말할 때 혼자 끙끙 앓을 정도로, 둘째 딸이지만 첫째 같은 중압감을 갖고 있는 자식이라고 말씀하셨다. 두 분의 말씀을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잡아 나갔던 것 같다. 의사 역할 부분에 있어선 의학용어, 의상 등에 대해 직접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송나희와 실제 본인과 닮은 점은

저도 나희처럼 나 자신을 ‘타이트’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다하지 않아도 되는데 다 챙기려다 보니 일을 만드는 스타일이다. 자신의 속 얘기를 잘 하지 않는 부분도 비슷한 점이다. 엄마에게 유산 얘기를 했던 신에서 엄마가 힘들까봐 말을 못했다고 얘기하는 나희 감정에 공감이 많이 됐다.

-이상엽 배우와 로맨스 호흡은 어땠나

가장 많은 장면을 함께 연기해야 했기에 서로 의지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상엽 씨가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운 부분이 많아서 로맨스 연기할 때 둘의 합이 잘 맞았다. ‘나규커플’이라는 애칭도 붙여 주고, 두 사람 얼굴이 많이 닮아서 함께 나오는 모습이 보기 좋고 편안하다는 얘기도 들었다. 기분 좋았다.

-‘한다다’는 이민정, 이상엽, 이초희 등 젊은 배우들뿐 아니라 천호진, 차화연, 김보연 등 중견 배우들의 활약에 대한 호평도 큰 작품이었다. 선배들과 연기하며 배운 지점도 많았을 거 같다.

선생님들이 저희를 편하게 해주시려고 많이 배려해 주셨다. 천호진 선생님은 ‘그대 웃어요’ 때 함께 했어서 정말 아버지 같으셨다. 김보연 선생님과는 연기적 성격적으로도 너무 잘 맞아서 개인적으로도 많이 친하게 지냈다. 차화연 선생님도 작품 이전부터 알고 지내와서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여러가지로 의지되고 힘이 되어 주셨다.

이민정1

-‘한다다’를 통해 가족과 사랑에 대한 가치관도 변화하게 됐나. 개인적으로 새롭게 느낀 점이 있다면

마지막에 차화연 선생님이 왈츠 추면서 한 나래이션이 드라마의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는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는 부분 말이다. 가족일수록, 부부일수록 그렇게 해야 행복할 수 있는 것 같다. 처음보는 사람한테 잘 보이는 건 쉽지만 가족들에게 잘 보이려 하는건 쉽지 않지 않나. 전래동화 같은 얘기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남편 이병헌과 아들 준후 군도 드라마를 봤는지, 특별히 응원의 말을 해준게 있는지 궁금하다

남편이 디테일하게 매의 눈으로 잘 봐주었다. 의견을 주기도 하면서 같이 공감하며 봐줬다. 촬영 전 아들에게 ‘엄마 빨리 끝내고 와서 놀아줄게’라고 하니 ‘엄마 더 찍어도 돼. 재밌잖아’라고 해주더라. 대본 외우기가 힘들다고 했던 말을 기억해서 응원의 편지를 써서 주기도 했다.

-오랜 시간 연기하며 지켜온 신념이 있나

아직 20년도 안 됐고, 기껏해야 14년 남짓 된 시간이라 사실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데뷔가 늦었기도 했고 배우로서 하고 싶은 열망이 많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그런지 조금이라도 연기적으로 나아지고, 조금이라도 나를 찾아 주는 곳이 있다면 ‘열심히 해야 한다’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늘 한다.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가 있나

사건을 해결하는 스릴러 같은 장르물도 해보고 싶고, 사극도 도전 해보고 싶다.

-100회의 대장정을 마쳤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될까

배우로서의 작품 활동은 물론 엄마로서 아내로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 열심히 하고 잘 해내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우선은 그동안 방치했던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내 몸에 투자를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요가도 다시 시작하려 한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