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LG 윌슨, 3회 갑작스런 교체...?
LG 트윈스 선발 윌슨이 4일 수원 kt전에서 5-1로 앞선 3회 투구 중에 몸에 불편을 호소하며 교체되고있다. 2020.10.04.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수원=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언뜻 보면 ‘선발투수’ 경력직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빅리그 커리어를 지닌 투수 대부분이 한국에서 개인 통산 최다이닝을 기록한다. KBO리그 첫 해 괴력을 발휘했다가도 시간이 흐르면 이런저런 통증에 시달리다가 구위저하를 겪고 어쩔 수 없이 이별한다.

많이 이들이 그랬다. 2017년 KIA 우승 주역이었던 헥터 노에시는 3년차인 2018년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리며 한국무대를 떠났다. 2017년 중반 한국땅을 밟고 키움 에이스로 우뚝 솟은 제이크 브리검은 3년차였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잦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후반기 최고 외인 투수 중 한 명이었던 한화 채드 벨도 올해는 부상과 구위 저하로 3주가 넘게 전력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벨과 원투펀치로 이뤘고 지난해 192.1이닝을 소화한 워윅 서폴드도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다.

LG 모범 외국인선수 타일러 윌슨도 3년차인 올해 비슷한 위기와 마주했다. 구속저하로 인해 극심한 기복에 시달렸던 윌슨은 지난 4일 수원 KT전 도중 팔꿈치에 통증을 느끼며 조기강판됐다. 트레이너 검진 결과 우측 팔꿈치 후방 충돌 증후군에 의한 통증으로 밝혀졌고 5일 병원 검진을 받을 계획이다. 아직 정확한 검진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날 유난히 구속이 안 나왔던 것을 고려하면 윌슨이 곧바로 돌아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과부하일지도 모른다. 헥터와 브리검, 채드벨, 서폴드, 그리고 윌슨까지 외인투수 대다수는 선발투수로 한 시즌을 완주한 경험이 많지 않다. 빅리그에서는 주로 선발과 불펜을 오갔고 마이너리그에 내려가야 꾸준히 로테이션을 돈다. 그런데 최근 마이너리그 전문 선발투수는 사실상 멸종 상태다. 현재 키움 투수코치인 브랜든 나이트가 현역으로 뛸 당시에는 트리플A에서 터줏대감과 같은 선발투수가 있었다. 트리플A 한 구단에서만 5, 6년 선발투수로 뛰다가 30대 초중반에 은퇴하는, 마이너리거가 직업인 투수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세계 야구선수 중 그 누구도 30대까지 마이너리그에서 뛰기를 원하지 않는다. 빅리거가 안 되면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좋은 계약을 찾아 나선다. 현재 한국에서 뛰는 외국인선수 모두가 그렇다. 재계약을 1순위 목표로 삼으면서 최대한 길게 한국에서 야구하기를 바란다. 간혹 메릴 켈리나 조쉬 린드블럼처럼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을 맺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극소수다. 일단 켈리와 린드블럼처럼 KBO리그에서 4, 5년 가량 꾸준히 활약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KBO리그 외국인투수들은 개막시리즈에 대비해 캠프에서 가장 먼저 페이스를 올린다. 주 2회 등판도 많고 비상 시국에는 요일에 관계 없이 4일만 쉬고 마운드에 오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처음으로 한 해 170, 180이닝을 넘긴다. 연차가 쌓이면서 개인 통산 이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결국에는 한계와 마주한다.

물론 고생한 대가는 확실하다. 마이너리그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보상을 받는다. 빅리그 루키 연봉에 2배 달하는 금액을 손에 넣는다. 그러나 이미 드러난 것처럼 ‘롱런’ 혹은 ‘스테디 셀러’ 보다는 한 두 시즌 반짝하는 ‘원히트 원더’가 대다수다. KBO리그에서 선발투수로 꾸준히 활약하는 것은 외인 투수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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