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 케닌
롤랑가로스 여자단식 첫 우승을 놓친 소피아 케닌이 눈물을 글썽인채 벤치에 앉아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김경무전문기자] 경기 뒤 승자가 코트에서 유쾌하게 우승 소감을 밝히는 동안, 패자는 허탈한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부상으로 왼쪽 허벅지에 큼직하게 테이핑을 하고 있는 패자의 모습은 그를 좋아하는 테니스팬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10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스타 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2020 프랑스오픈테니스(롤랑가로스) 여자단식 결승전. 올해 호주오픈 여자단식 챔피언인 세계 6위 소피아 케닌(22·미국)은 이번 대회 ‘돌풍’의 이가 시비옹테크(19·세계 54위·폴란드)한테 세트 스코어 0-2(4-6 1-6)으로 졌다. 그러나 그는 이번 대회 늘 그랬듯이 경기 내내 다부진 모습과 거침없는 플레이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케닌은 지난해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에서 ‘가장 기량이 발전한 선수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끌었고, 올해 2월초 호주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는 가브리녜 무구루사(27·스페인)에게 2-1(4-6 6-2 6-2)로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해 일약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무구루사는 지난 2016년 롤랑가로스, 2017년 윔블던 등 두차례 그랜드슬램 여자단식 챔피언에 오른 베테랑. 케닌은 예상 밖 그랜드슬램 첫 우승으로 세계 테니스계를 놀라게 했다.

소피아 케닌
소피아 케닌. 파리/AFP 연합뉴스

케닌은 이번 롤랑가로스 4강전에서 윔블던 2회 우승에 빛나는 페트라 크비토바(30·체코)를 2-0(6-4 7-5)으로 잡고 최대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10대 시비옹테크의 파워 스트로크와 정교한 드롭샷, 끈질기 리턴샷에 밀려 쓴잔을 마셨다. 위너(Winners)에서 10-25로 뒤진 게 결정적 패인이었다. 허벅지 부상에도 빠른 발을 이용한 끈질긴 리턴능력을 선보였으나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결정적 한방 능력에서 시비옹테크한테 뒤졌다.

케닌은 1세트 게임스코어 0-3으로 뒤지다 저력을 발휘해 3-3을 만들었는데 5차례 듀스 접전 끝에 리턴샷이 네트에 걸리며 8번째 게임을 내준 게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2세트에서는 1-2로 뒤진 상황에서 7분30초 넘게 메디컬 타임 아웃 시간을 가지며 반전으로 노렸으나 시비옹테크에게 드롭샷, 앵글샷을 잇따라 내주며 1-3으로 게임 차가 벌어지며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소피아 케닌
소피아 케닌은 폭발적인 리턴샷이 특기다. 출처=롤랑가로스 홈페이지

경기 뒤 케닌은 “ 그녀(시비옹테크)가 인터뷰하고 있는 동안 나는 그저 벤치에 앉아 울고 있었다. 분명 많은 감정들이 교차했다. (시상대에서) 말할 때 울지 않으려 했으나 결국 나는 울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승하기를 바랐지만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행복하다. 물론 타이틀을 얻지 못한 게 아주 실망스럽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그랜드슬램을 지배하고 있는 젊은 그룹에 들어 있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새로운 세대들이 오고 있는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아직 젊은 세대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 20대 초반의 나이인 케닌은 춘추전국시대인 WTA 투어 여자단식의 새로운 강자로 주목을 받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 태생으로 아버지 알렉산더 케닌을 따라 어릴 적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5세에 테니스를 시작해 2017년 프로에 데뷔해 WTA 투어 단식 5회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키 1m70. 지난 3월초 세계랭킹 4위까지 올랐다. kkm100@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