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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 “6부리그 팀에서 자리 잡은 뒤 상위 레벨에도 도전하고 싶다.”
축구선수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스페인 하부리그에서 도전하는 아마추어 선수 구성은(27)의 포부에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유튜브형 축구선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구성은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동네축구 고수(동고)’로 활동하고 있다. ‘동고’로 통하는 구성은은 지난 2018년 여름부터 1인 크리에이터로 축구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동고’는 초중고 교육 과정을 일반 학생으로 마쳤다. 전문적으로 축구를 배운 건 어릴 때 취미생활로 잠깐 배운 축구 교실이 전부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품었던 축구선수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해 대학 진학 뒤 꿈에 도전했다. 그는 2012년 한 스포츠 브랜드의 축구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해 상위 200인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눈에 띄는 실력을 보여줬다. 자연스럽게 축구계와 연을 맺은 그는 K3리그에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엘리트 교육을 받지 않은 그에게 기회를 주는 곳은 없었다.
결국 동고는 2017년 8월 스페인 7부리그에서 창단된 한국인 팀 ‘꿈FC’에 입단했다. 조건 없이 실력으로만 판단한 꿈FC에서 동고는 엘리트 선수로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다. 1년간 경험하며 한계에 부딪힌 동고는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 도전을 멈추고 귀국했다. 꿈에 대한 갈증을 잊지 못한 그는 유튜버로 활동하며 도전을 다시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7개월 만에 입단에 성공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뜻하지 않은 벽에 부딪히며 팀에서 나와야 했다.
그러나 꿈을 멈추지 않은 그는 7번째 도전을 위해 지난 여름 비행기에 몸을 실어 스페인 마드리드로 날아갔다. 본지는 꿈에 도전 중인 동고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그의 근황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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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고 있나? 스페인 축구 하부리그는 언제 개막하나?
개막까지 5주 정도 남았다. 스페인 하부리그도 라리가처럼 20개팀이 한 시즌 38경기씩 소화한다. 코로나 여파로 이번 시즌만 특수하게 지연되고 있다. 올해는 각 팀과 1경기씩만 치르고 K리그처럼 승격할 팀과 강등할 팀을 나눈다. 올 시즌은 더구나 지난 시즌 강등팀(4팀) 없이 마친 탓에 하부리그로 7팀이 떨어진다. 이번 시즌은 피 튀기는 리그가 될 것이다.
나는 현재 4부리그에 속한 우니온 아다르베의 B팀(6부리그)에서 입단 테스트를 5주째 보고 있다. 보통 개막 한 달 전에는 계약 얘기가 나오기 때문에 곧 결과를 통보하지 않을까 싶다. 선수들이 어느 정도 추려진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계약할 것 같지만 그래도 계약 전까지 방심할 수 없어 열심히 하고 있다.
-유튜버로 활동도 하고 선수로서 운동하기 쉽지 않을 텐데.8월 중순부터 한 달 반 가량 훈련 중이다. 여기도 코로나19 여파가 심해서 밖에 나가기도 쉽지 않아 훈련 때 말고는 집에서 운동만 하고 있다. 나머지 시간에는 유튜버로 돌아가 영상 편집하는데 6~7시간 정도 할애한다. 국내에서는 일주일에 3차례 영상을 올렸지만 여기서는 아무래도 훈련도 하고 몸 관리도 해야 하니깐 주 2회만 게시하고 있다. 유튜버 활동을 하니 도움을 주는 소속사도 생겨서 집중적으로 도움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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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스페인에 가서 아마추어 팀에 문을 두드리게 됐나.
축구선수가 꿈이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운동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대학 진학 후에는 마음대로 하라는 부모님의 말씀 덕분에 다시 도전했다. 우연히 한 스포츠 브랜드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해 200인까지 올라갔다. 군대 전역 뒤에는 스페인 7부 리그에 창단하는 ‘꿈FC’ 오디션에 운 좋게 붙어서 창단 멤버로 입단했다. 하지만 몸과 멘털을 관리하는 다른 선수들과 경쟁이 익숙지 않아 벽에 부딪혔다. 그 뒤로 귀국해 내가 배운 것을 일반인들에게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아 2018년 여름 유튜버를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다시 스페인에 도전하고 싶더라. 스페인 지도자 자격증도 따서 하부리그에서 지도자로 생활해보자는 마음으로 스페인으로 넘어가 도전을 이어온 것이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14만명이다. 지금까지 채널을 키우기 쉽지 않았을 텐데.2년 전만 해도 채널이 다양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슛포러브’ ‘고알레’ ‘JK’ 등 채널이 다양하지 못했다. 대부분 재미 위주로, 정보 전달이 부족했다. 내가 스페인에서 일반인 입장으로 배웠던 것이나 선수는 당연하지만 일반인이 모르는 것을 알려주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너무 진지하지 않고 재미있게 축구 정보를 전달하고자 활동하기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채널이 빠르게 성장했다. 처음에는 단지 기분이 좋았지만, 요즘에는 축구 관계자들도 본다는 소리에 말 한 마디도 신중하게 하고 있다.
-자칭 ‘유튜브형 축구선수’라고 부르는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힘들 것이다.나는 전업 유튜버다. 이게 내 직업이다. 유튜브로 수익 활동을 한다. 이것도 활동하지 않으면 수익이 사라져 멈출 수가 없다. (유튜브가) 내 도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구독자 수도 줄었지만 도전을 이어가는 데는 문제 없다. 물론 입단 테스트에 온전히 집중하기 쉽진 않다. 영상 촬영도 해야 한다. 어떤 구도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기획도 해야 한다. 경기와 훈련에 100% 집중하지 못할 때도 있다.
-테스트를 보면서 제일 힘들었던 건 언제인가.지금 팀은 이전에 한국인 선수가 A팀(4부리그)에 콜업돼 뛰고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 도전했던 팀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내가 경쟁하는 왼쪽 수비수에서 제일 낫다 싶을 정도로 자신했지만 감독은 4주차임에도 나를 믿지 않고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더라. 또 한 번은 내가 스페인어를 완전히 못 하는 것도 아닌데, 훈련 때 감독은 다른 선수에게 나를 가리키며 ‘저기, 중국인 옆에 가 서’라고 말하더라. 그땐 화가 나고 울컥했다. 한국인들이 테스트를 본다면 이런 점을 감안하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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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고의 영상을 보고 꿈을 키우는 이들도 많이 문의한다고.
그렇다. 중고생, 갓 대학에 들어간 분들이 메일을 보낸다. 나처럼 축구를 배우지 못했지만 축구를 하고 싶다더라. 나를 보면서 희망을 품는 분도 있다. 희망을 주는 것도 맞지만 현실적인 조언도 해드린다. 나는 K3~4리그 선수들과 많이 뛰어 봤다. 일반인이 엘리트 선수와 뛰는 건 정말 힘들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바로 K4리그 테스트를 받아 보고는 충격으로 포기하는 분들도 있다. 처음부터 큰 벽을 만나면 좌절하기 쉽다. 차근차근 준비하는 과정이 있어야 자신감을 잃지 않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 무대 도전에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나.목표는 6부리그 팀에 들어가서 팀 핵심 멤버로 뛰고 싶다. 감각을 끌어올리고 그 다음에는 상위 레벨(5부리그)에도 도전하고 싶다. 사실 미래가 어떨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정신적, 육체적인 한계를 느낀다면 과감하게 축구 선수 도전은 멈추고 유튜브에 집중할 것이다.
-국내 복귀 후 미래도 구상 중일텐데 앞으로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국내에서 많은 분이 응원해주고 있다. 나 혼자 도전한 것이지만 구독자를 비롯해 응원해주는 분들이 있어 도전할 수 있었다. 모든 분께 감사하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열심히 준비할 것이다. 도전을 마친 뒤에는 유튜브에 더 집중하겠다. 축구를 통해 더 많은 즐거움을 느끼고 축구를 진지하게 도전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분들에게 기회를 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 축구에 대해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한국 축구 문화를 만드는 데 이바지 하는 게 내 목표다.
purin@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