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구장을 찾은 한 여성이 머리에 파울볼을 맞아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야구팬들로 하여금 야구장이 마냥 안전한 공간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야구의 참맛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익사이팅존'을 찾는 이들이다.
◇ '전 구장 익사이팅존 시대'의 도래
잠실구장 익사이팅존에서 바라본 그라운드. 출처|온라인커뮤니티
'익사이팅존'은 경기가 펼쳐지는 그라운드와 가장 가깝고, 그라운드와 같은 눈높이에서 경기를 관전할 수 있는 좌석이다.
현재 국내 9개 구단의 구장 중 대구와 목동 구장을 제외한 8개 구장에서 익사이팅존을 운영하고 있다. 이 좌석의 명칭은 다양하다. 사직, 울산, 한밭, 청주, 잠실 구장은 관중을 흥분시킨다는 의미에서 '익사이팅존', 문학 구장은 그라운드와 친하다는 의미에서 '프렌들리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마산은 보다 역동적인 움직임을 지켜볼 수 있는 좌석이라는 의미에서 '다이나믹존', 광주 챔피언스필드는 놀라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서프라이즈존'이라 부른다.
한편, 현재 시공 중인 서울 고척돔과 대구 구장에 각각 2015년, 2016년 '익사이팅존(가칭)'이 생긴다. 전 구장 익사이팅존 시대가 머지 않았다.
◇ 회전좌석부터 포수후면석까지

잠실구장 익사이팅존 회전좌석. 출처|온라인커뮤니티
관중은 익사이팅에서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에서 함께 경기를 하고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파울볼을 막아주는 그물망도 상당히 낮게 조성돼 있기 때문에 관중석으로 날아오는 파울볼을 잡을 기회가 많다. 경기 시작 전에 해당 존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 연습 중인 선수에게 사인을 받을 수도 있다. 경기 중 선수나 심판이 팬서비스로 던져주는 공을 받을 기회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잠실 구장은 해당 존에 구장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회전 좌석을 설치해 관전 시야를 넓혔다. 부산 사직 구장은 익사이팅존 옆에 내야불펜을 설치해 불펜 투수들의 투구연습을 볼 수 있게 했다. 대전 한밭구장은 내야 익사이팅존과 더불어 포수후면석을 도입했다. 'MLB 꿈의 좌석'으로 불리던 이 좌석의 도입으로 관중은 투수의 투구 내용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박진감 넘치는 홈 승부도 지켜볼 수 있다.

대전 한밭구장 포수후면석. 출처|MBC Sports+ 중계화면 캡처
◇ 美 야구장 전 좌석이 익사이팅존? 철저한 안전의식 필요해

미국 LA다저스 홈구장 다저스타디움. 출처|온라인커뮤니티
야구의 본 고장 미국의 경기장은 좌석 대부분에 보호 그물이 쳐져 있지 않다. 맨 앞줄 관중석의 높이도 그라운드 레벨로 낮은 편이다. 이렇게 전 좌석이 '익사이팅존화' 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철저한 안전 의식에 있다. 미국에서 펜스와 가까운 곳에서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은 온전히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글러브를 챙긴다. 스스로 파울볼에 대비를 하기 때문에 파울볼 관련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국내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설문조사 결과 한국 야구팬들은 야구 관람의 이유로 '응원이 좋아서(31%)',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24%)', '데이트를 위해(19%)', '야구경기에 집중하기 위해(17%)' 순으로 응답했다. 야구 경기가 주가 되기보다는 현장의 들뜬 분위기에 더 열광하는 경향이 있어 파울볼에 대한 경각심이 크지 않다.
잠실, 문학, 사직 등의 구장은 파울볼 관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익사이팅존 입장 시 헬멧 착용을 권고한다. 그러나 현재 이 간단한 권고 사항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익사이팅존은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안전과 재미가 공존하는 익사이팅존을 조성하기 위해 구단관계자는 글러브, 헬멧 등 안전 장비 지참을 강제하고, 야구 관람객은 경기 내용에 더 집중해 타구의 방향을 예측하는 등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진주 인턴기자 ginger@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