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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연기는 리액션이더라구요. 상대배우를 잘 서포트해주고, 선배로서 후배들이 좀더 현장에서 편안하게 연기하도록 해주는데 신경썼어요. 그런 측면에서 이번 작품은 많이 도움됐고 공부가 됐네요.”
최근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지현우는 보다 유연해져 있었다. 어느덧 연기 경력 17년째다. 그동안 지현우와 같이 호흡을 맞췄던 상대 배우들은 인터뷰에서 그를 언급하며 “편하게 연기하도록 이끌어줬다”고 입을 모아 칭찬한다. 비교적 후배들이 많았던 이번 MBC 에브리원 드라마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에서 지현우는 스스로만 돋보이는 것이 아닌 상대 배우들이 같이 빛나도록 노력한 듯 했다.
KBS2 ‘올드미스 다이어리’ 속 연하남으로 사랑받으며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다져온 그는 MBC ‘메리대구 공방전’, SBS ‘달콤한 나의 도시’, tvN ‘인현왕후의 남자’, KBS2 ‘트로트의 연인’ 등 다양한 로맨스물에서 여주인공의 꿈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을 주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내며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또 2015년 군 제대 후를 기점으로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거나 무거운 주제의 MBC ‘앵그리맘’, JTBC ‘송곳’, SBS ‘원티드’, 영화 ‘살인소설’ 등의 작품은 그의 연기 자세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지현우는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송곳’, ‘원티드’, ‘앵그리맘’, ‘슬플 때 사랑한다’에서 무거운 감정을 많이 표현했어서 밝은 걸 하고싶은 마음이 있었다. 보는 사람들도 무겁지 않게 보면서 좀 머리를 식힐 수 있고, 감정 소모가 덜한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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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한 정신과 의사 차강우 역할을 위한 남다른 노력도 언급했다. 지현우는 “처음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아봤다”고 귀띔하며 “의사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주고 싶지 않았다. 병원에서 의사 가운이나 직함 등을 보면서 ‘이 사람은 환자고, 정상이 아니다’라는 느낌이 드는 것 자체가 강우라는 캐릭터와 맞지 않아보였다. 친구에게 털어놓듯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가운도 안 입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지현우는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고 성장했다. 매번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한 변화가 생기지 않았을까. “어느 순간 결혼이 생각이 없어졌다”는 그는 “결혼한 친구들한테 물어보면 ‘너를 이해해줄 여자는 없다’고 얘기한다. 나는 어디론가 혼자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결혼하면 절대 혼자 못간다. 그래서 친구들이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은 혼자 있고 싶은 순간이 있는데, 그런 걸 존중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며 함께하고 싶은 반려자의 성향에 대해 얘기했다.
특히 지현우의 자유로운 성향은 예능에서 잘 묻어나온다. 최근 지현우는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과 ‘나 혼자산다’ 등을 통해 무소유 일상을 보여주기도 했던 것. 그는 “예전엔 배우로서 예능을 나가면 차강우란 캐릭터가 보이는 게 아니라 지현우가 보일 것 같아서 꺼렸는데 주변에서 그렇지 않다고 권유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전 억지로 웃기거나 컨셉을 만들어서 짜내는 걸 못하는 사람이라 편하게 임할 수 있는 예능부터 나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지현우는 “강우처럼 대중에게 편안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말했다. “부담 갖지 않고, 웃으면서 인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또 시청자들이 일상에서 다른 일들을 하시고, 나에게 휴식을 주는 시간에 시청하는데 그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melody@sportsseoul.com
사진 | 라이언하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