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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예상못했던 (흥행)스코어인데 담담하다. ”
한국 영화계 역대 흥행 1위로 최초로 1500만 관객돌파를 앞둔 ‘명량’의 김한민(45) 감독은 담담해했다. 18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감사한 마음일 뿐이다. 영화 촬영후 후반작업에만 1년이 걸려 마지막까지 시간이 촉박했다. 해상전투신이 1시간이 넘다보니 컴퓨터그래픽, 음악, 믹싱작업까지 완성도 높은 작업을 위해 몰두했다. 해군 특별시사회부터 시작해 무대인사, 인터뷰 등을 소화하느라 여유있게 볼 시간이 없었다. ‘어, 뭐지?’ 하는 데서 오는 준비되지 않은 담담함이라고나 할까. 지금도 그런 느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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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최종병기 활’(2011년) 이후 쉴 새도 없이 ‘명량’의 작업에 바로 들어가느라 촬영 도중 신경통과 두통에 시달려 최근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김 감독이 밝힌 ‘명량’의 인기 비결은 뭘까. 그는 “요즘처럼 리더십 부재의 시대에 이순신의 리더십에 대한 갈망이 강한 흥행 요인이다. 거기다 그런 이순신과 현재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구조로 해상전투가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강하지 않았을까 한다”며 “가장 고민한 게 이순신 장군을 어떻게 요즘 관객들과 소통시킬 수 있을까 였다. 그 지점을 해상전투라고 봤다. 인간 이순신의 고뇌와 부담감이 관객과 소통할 수 있었고, 해상전투신까지 맞물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07년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데뷔한 김 감독은 ‘최종병기 활’에 이어 ‘명량’의 잇단 성공으로 작품성을 겸비한 흥행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이순신 장군에 주목하게 된 이유로 “역사에 관심이 많아 영화감독이 되고 나서 이순신 장군을 작품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순신 장군의 정신적인 요체를 명량해전으로 봤다. 어떤 종교나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어도 어느 누구도 이순신 장군을 싫어하지 않지 않나”하고 반문했다.
이어 “이순신 장군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백성들과 소통했던 인물이자 너무나 큰 역경을 극복해내 지금 시대에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의 갈동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시대정신인 통합과 치유의 아이콘으로서 용기와 힘을 주고 있는 것 같다. 많은 관객들이 그렇게 해석해줘 ‘명량’이 더 잘되고 있는 것 같다. 다행스럽고 정말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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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의 성공후 이순신 장군 3부작인 ‘한산’과 ‘노량’의 제작도 추진하고 있다. 김 감독은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있고 ‘한산:용의 출현’은 시나리오까지 나와있다. 그러나 시기는 좀더 교통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대한민국 영화계가 제3의 르네상스라고 얘기하는데 나는 조금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며 “예산은 굉장히 커졌지만 이를 감당할 만큼의 관객규모가 절대치에 와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중국이나 좀더 글로벌한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야 할 때인 것 같다. 관객 파이를 키울 필요가 있어 중국 등 해외관객까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산’보다는 명나라 수군이 대거 참여한 ‘노량’이 한중합작에 유리할 것 같고 다른 아이템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최종병기 활’에 이어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명량’ 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때 이봉창 의사와 김구 선생 등 역사에 유독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이에 대해 “역사속에는 과거를 살았던 인물의 치열함과 생생한 발자취가 있어 지금 시대에 교훈거리가 있어서 역사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며 “역사 3부작의 첫부는 이봉창 의사와 김구 선생 이야기였는데 2008년에 1930~40년대 영화가 많이 나왔고 당시 내가 그렇게 파워있는 감독도 아닌데다 독립투사 얘기를 다루겠다고 하니까 어느 투자사에서도 관심을 안가졌다. 반면 ‘명량’ 기획아이템은 투자사들이 좋아했고 예산규모가 너무 커져 약간 주저하긴 했지만 시나리오와 함께 맞춰가면서 과감한 결단을 해줬다”고 전했다.
‘명량’을 비롯해 역사적인 사실에 바탕을 두고 영화적인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은 역사왜곡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 감독은 이와 관련해 “그럴 법한 개연성과 해전을 통해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주제의식에 기초해서 상상력을 가미했다. 두 가지 기준에서 벗어난 건 없어 그 점에서 만족스럽다. ‘명량’을 통해 자기 희생과 헌신을 통해 솔선수범하는 진정한 리더십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역사적인 사실과 상상력은 7대 3이나 8대 2의 비율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순신 장군이 쓴 ‘난중일기’를 “남의 일기를 훔쳐 보듯 재미있게 봤다”며 “읽다보니 장군님이 어떤 사정이나 상황이었을 지 유추가 되고 혼자 피실피실 웃기도 했다. 누가 찾아와 술을 마신 다음날 ‘맑음’만 있고 일기는 없더라. 수군에게는 날씨가 중요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신경썼다는 뜻이 아닌가. 정유년 일기는 굉장히 러프하게 쓴 것과 후에 세세히 기록한 것 두가지가 있다. 힘들때는 대충 사건만 간략히 적고 여유있을때 그걸 근거로 기억을 되짚어 쓰지 않나. 너무 급박할 때는 일기가 없다. 한산대전에 대한 기록과 옥포해전 기록은 없다. 오로지 전쟁자체에 몰두하느라 일기 자체를 쓸 겨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들의 가슴을 울리는 주옥같은 대사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대사로 이순신 장군 역의 최민식이 수봉(박보검)과 토란을 먹으며 내뱉은 “이 쌓인 원한을 어이할꼬”를 꼽았다. 시나리오에 원래 있었던 대사로, 이순신 장군이라면 싸움의 승리에 도취되지 않고 희생된 넋들에 대한 연민이 있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순신 장군으로 열연한 최민식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말 좋았다. 경륜있고 자타공인 내공있는 배우지만 감독이야기를 굉장히 경청했고 감독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강했다”며 “이순신 장군역에는 내공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경륜과 연기적인 깊이감이 있어야 하고 나이대까지 비슷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세가지 조건에 최민식 밖에 없었다. ”
김 감독은 이순신 장군에 대해 “평생 은혜를 갚아도 모자란 굉장히 고마운 분이다. 개봉 전 장군님이 장수들과 함께 꿈에 나타나 나를 내려다봤다.‘너 잘해라’ 이런 느낌이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자신이 대표인 빅스톤픽쳐스가 제작한 ‘명량’이 1000억원대 매출을 돌파해 100억원의 수익이 예상된다는 말에 “허수가 많다”며 웃음지었다.
조현정기자 hjcho@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