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플랫폼의 경계는 무너졌고 콘텐츠 무한 경쟁 시대가 왔다. OTT, 모바일 플랫폼에 익숙해져 TV 시청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 속에서 포털발 콘텐츠의 급부상으로 방송사 예능국의 고민이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네이버 나우(NOW)의 오리지널 예능 쇼가 방송가에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네이버의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네이버 나우에서는 10개의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하성운의 심야 아이돌’, ‘헤이즈의 일기’ 등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포털의 한축인 카카오도 9월부터 카카오톡을 등에 업고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예능을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제휴된 방송사의 방송을 짧은 클립으로 볼 수 있었던 카카오TV가 자체 제작한 영상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것.
새로운 플랫폼이 뜨니 자연스럽게 스타들도 몰리고 있다. 네이버 나우에는 정형돈, 박나래 같은 예능인부터 송민호·피오 등 아이돌과 김응수와 같은 중견배우까지 참여하는 스타의 폭도 넓다. 카카오TV는 아예 BH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 숲 등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고, 지상파 히트 메이커 PD들을 대거 영입하며 인기 스타를 활용한 콘텐츠 확장에 나섰다. 이경규, 이효리 등 인플루언서를 앞세운 ‘찐경규’ ‘페이스아이디’ 등이 초반 흥행에 성공하면서 공개 일주일도 안돼 자체 콘텐츠가 1000만뷰를 돌파하는 등 숏폼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네이버 나우나 카카오TV 콘텐츠는 모두 새로움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10~20대를 공략하고 있다. 기존 TV프로그램의 편성과 같은 구애를 받지 않으니 새로운 서비스와 트렌드 반영이 빠르고 쉽다. 네이버 나우 오리지널 예능은 실시간 채팅창에서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른 이용자들뿐 아니라 스타와도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나우 역시 곧 드라마 장르도 포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카오TV는 국내 최대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통해 남녀노소 불구하고 전 연령대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
방송사들은 포털과 OTT의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털 양강 네이버·카카오뿐 아니라 유튜브, 넷플릭스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에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 등까지 가세하며 방송사들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위협받고 있는 형국이다. 제작비에 규모에 따라 휩쓸릴 수밖에 없는 드라마 시장은 이미 선두권을 내어준지 오래지만, 예능만은 달랐다. TV 예능은 차세대 스타 탄생의 온상이었다. 그러나 이젠 콘텐츠를 만들 기회도, 만들 수 있는 곳도 다양해졌다.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이마저도 뺏길 위기에 처한 것. 최근 유튜브 예능 ‘가짜 사나이’처럼 인기를 끈 콘텐츠나 출연자들이 거꾸로 방송사의 러브콜을 받는 역전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방송업계 입장은 복잡하다. KBS의 한 예능PD는 “똑같이 콘텐츠로 경쟁하지만, 지상파는 내용부터 편성, 광고까지 많은 제한이 있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포털의 콘텐츠와 OTT 오리지널은 심의도 자유롭게 재원 확보에도 유연하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방송환경이다”라고 강조했다. 케이블, 종편의 등장에 이어 유튜브, 넷플릭스 등 OTT의 영향력이 커지며 미디어 시장에서 콘텐츠 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플랫폼은 물론이고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입지도 줄어들게 된 지상파 프로그램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넷플릭스에 자사 콘텐츠를 내놓고 있기도 하다.
물론 대중매체라는 강점을 활용한 예능의 파급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문제는 하나가 성공하면 비슷한 포맷의 따라하기식 예능이 방송사를 막론하고 쏟아진다는 것이다. 최근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트로트 예능과 부동산 집방 예능이 단적인 예다. 한 예능 PD는 “MZ세대를 잡으려는 예능도 물론 있지만, TV 밖의 플랫폼에 시청자들을 뺏기다보니 사실상 대부분의 방송들은 4050 시청층을 주요 타깃으로 한다. 그러다보니 예능의 소재도 포맷도 거기서 거기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상파 관계자는 “내부의 한정된 프로그램과 편성 속에서 PD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맡거나 새롭게 기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방송사에서 심의규제가 자유롭고 디지털 미디어 이용자와의 접근성이 높은 플랫폼으로 인력 유출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네이버, 카카오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