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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삼성이 베테랑 투수 윤성환을 전격 방출했다.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방출 결정 시점이 공교롭다.
삼성은 16일 “투수 윤성환을 자유계약선수로 방출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2004년 삼성에서 데뷔한 윤성환은 입단 후 16년 만에 삼성 유니폼을 벗게 됐다.
윤성환의 방출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 지난 2017년 12승(9패)을 따낸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8년 5승(9패)을 따내는 데 그쳤고, 지난해 8승(13패)을 따내며 반등하는 가 싶었지만 올해 1군 5경기 출전에 그치며 2패, 평균자책점 5.79에 머물렀다. 올시즌을 앞두고 윤성환과 1년 계약을 한 삼성은 일찌감치 윤성환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그에게 은퇴 혹은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줄지 의사를 물었다. 윤성환이 삼성에서 뛰면서 세운 공을 고려해 은퇴식도 치러주려는 계획도 했다. 하지만 윤성환은 가타부타 답을 하지 않았고, 사실상 전력외로 분류해 이달 말 보류선수 명단 제외를 확정했다. 그런데 이날 도박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돌자 즉각 방출을 발표했다.
삼성의 갑작스러운 방출 결정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방출을 기정사실화했다더라도 시점이 안좋다. 본인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데 구단이 외면한 꼴이다. 구단은 이번 방출이 논란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를 그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구단의 주장대로 프랜차이즈 스타로 왕조 구축에 힘을 보탠 에이스였고,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 선수단 무단 이탈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얘기 없이 기다려줬다. 논란이 불거졌으면 억울함을 풀어준 뒤 떳떳하게 다음 인생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게 진짜 배려다. 논란이 불거지자 기다렸다는 듯 방출하는 처사는 꼬리자르기에 불과하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혐의없음이 입증될 가능성도 있다. 구단 입장에서도 선수의 억울함을 풀 최후의 보루다. 도박과 관련한 이슈가 끊임없이 나오는 구단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 삼성은 서둘러 선수를 내쳤다. 함께 결백을 증명하고 ‘우리 선수는 나쁜 짓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구단이 KBO에 보고를 하지 않은 것도, 선수를 채근하지 않은 것도 십 수년간 쌓인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큰소리 칠 기회를 차버린 셈이다.
도박 혐의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된 시점은 명백히 윤성환이 삼성 소속일때였다. 수사권이 없는 구단이 경찰의 내사 여부까지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일단 소속 선수가 벼랑끝에 몰렸으면 해결책을 함께 찾는 게 인지상정이다. 더군다나 삼성은 윤성환에 관해 항간에 떠도는 소문의 진위 여부를 알아봤고, 해당 사실에 대한 당사자의 결백 주장도 확인한 상태에서 방출을 통보하는 건 매우 무책임한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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