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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쳐 | 인스타그램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 울산 현대를 응원하는 것은 비단 국내 팬에 국한되지 않는다.

울산이 2020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 진출을 확정한 13일 인스타그램에 울산을 응원하는 이란발(發) 계정이 등장했다. 이 계정에는 태극기와 울산 선수들, 엠블럼 사진이 연이어 올라왔다. 울산이 비셀 고베와 치른 준결승전 하이라이트도 볼 수 있다.

이 계정은 이란 테헤란을 연고로 하는 에스테그랄 팬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에스테그랄은 이번 대회 결승에 진출한 또 다른 이란 팀 페르세폴리스의 지역 라이벌이다. 두 팀은 테헤란 더비를 벌이는 강력한 경쟁자로 지난 50여년간 치열하게 싸워왔다. 2008년 월드사커가 선정한 아시아 최고의 더비의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두 팀 팬은 축구 이상의 가치에서도 충돌한다. 이슬람 혁명 이전인 1970년대까지 페르세폴리스는 노동자·서민 계급을 대변했다. 반면 에스테그랄(당시 타즈SC)은 상류층의 지지를 받는 팀이었다. 정치, 사회적 개념에서도 상이하다는 의미다.

이 계정에는 에스테그랄과 울산 엠블럼 사이에 악수 이모티콘을 넣고, 페르세폴리에는 대변과 손가락 욕설을 담은 사진이 올라와 있다. 울산 호랑이가 페르세폴리스 소를 쫓아다니는 사진도 있다. 울산 선수들을 비롯해 K리그, 대한축구협회 계정을 팔로잉하는 것도 눈에 띈다.

공교롭게도 울산과 에스테그랄이 나란히 파란색을 팀 상징컬러로 활용하고 있다. 빨간색 유니폼을 입는 페르세폴리스를 주적으로 삼기에 좋은 명분이 있다.

이 계정은 페르세폴리스의 선수의 인종차별 행위도 고발하고 있다. 페르세폴리스의 이사 알레카시르가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전형적 인종차별 행위인 눈을 찢는 모습을 올려 비판했다.

이번 대회에서 페르세폴리스는 착실하게 단계를 밟아 결승에 진출한 반면 에스테그랄은 16강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같은 나라 국민이지만 라이벌의 우승을 원하지는 않는 에스테그랄 팬의 바람을 엿볼 수 있다.

울산과 페르세폴리스는 19일 결승서 격돌한다. 울산은 2012년 이후 8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페르세폴리스는 2018년 결승에 올랐지만 일본의 가시마 앤틀러스에 패해 준우승을 거둔 게 ACL 역대 최고 성적이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