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팀 태평양 돌핀스(~2000.03)
한국 야구사에 유니폼에 노란색이 들어간 팀이 없지는 않았다. 인천을 연고로 한 태평양은 녹색과 노란색이 상징색이었다.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재계 2, 3위를 다투는 굴지의 그룹 SK가 계열사로 말하기도 어색한 야구단을 신세계그룹에 매각했다. 신세계그룹은 자사 브랜드 이마트를 앞세워 와이번스를 인수하며 ‘유통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선언했다. SK, 정확히는 SK텔레콤이 야구단을 매각한 이유와 신세계그룹이 야구단을 통해 그릴 청사진에 수 많은 물음표가 달렸다. 일단, 공식채널을 통해 확인한 사실만 일문일답형태로 풀어봤다.

-정용진 부회장은 유통혁신 플랫폼으로 왜 야구단을 선택했나?

야구는 팬층이 젊고,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소비 패턴을 갖고 있다. 커뮤니티도 매우 활성화 돼 있기 때문에 온오프 통합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그룹 비전과 일맥상통했다. 가장 활성화 된 스포츠 종목이라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인천 문학경기장(야구장)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 처음 ‘이마트 바비큐존’이 설치된 2011년, 구장을 찾은 팬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기뻐하고 있다. 이제 이마트는 특정 구역이 아닌 구장 전체를 마케팅에 할용한다.(스포츠서울 DB)

-어떤 형태로 유통과 야구를 접목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가?

급박하게 진행된 사안이라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알려진 게 없다. 현재는 구단 인수를 위한 재무쪽 업무에 집중하고 있고, 차후 마케팅 등 다른 영역으로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필드 등 복합문화 콘텐츠와 야구장을 한 곳에 설립할 구상도 있는지?

일단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유관기관과 풀어야 할 문제들도 있기 때문에 구장 건립이나 인프라 확충 등 세부 사항은 구체화된 게 없다. 야구단 운영에 강한 의지가 있다는 선언 정도로 이해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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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사용하게 될 문학구장 전경.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마트나 스타벅스 등 자사 브랜드가 구장에 입점할 가능성은?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구장 구조 등을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어떤 브랜드가 입점할지는 미지수다. 자사 브랜드가 많기 때문에 최대한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구단 명칭에 이마트가 포함되거나, 노란색 유니폼을 입을 계획인가?

각종 커뮤니티 등에 구단 명칭에 관한 팬들의 의견이 많다는 것은 확인했다. 그러나 아직 인수 작업 중이고, 명칭이나 엠블럼 등은 확정된 게 없다. 팬들의 요구를 면밀히 검토 중에 있어 참고하지 않을까 싶다.

2011-2012 신세계-이마트 여자프로농구 KDB생명-신세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여자프로농구 신세계 쿨캣. 지금은 아산 우리은행을 든든히 받치고 있는 김정은은 신세계 간판스타였다. (스포츠서울 DB)

-여자농구단처럼 갑자기 운영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까?

여자농구단도 15년간 운영했다. 장기간 운영한 것만으로도 그 안에 진심이 없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농구단 사업을 접은 뒤에도 컬링에 7년간 100억원 가량 후원했고, 2019년부터 여자축구단을 후원하는 등 스포츠와 꾸준히 인연을 이어 나가고 있다. 특히 야구단은 지역 연고가 뿌리 깊은 종목이라 팬들과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갑작스러운 운영포기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라이온즈 지분은 알려진대로 매각하는가?

냉정히 따지면 와이번스 지분을 매입하는 주체는 이마트다. 라이온즈 지분은 신세계그룹이 갖고 있다. 매각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라이온즈 지분은 이번 야구단 매입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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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그룹 최태원 회장(오른쪽)과 SK 네트웍스 최신원 회장(가운데), SK와이번스 최신원 구단주가 2018년 한국시리즈를 함께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SK그룹은 계열사 분리를 통한 이른바 ‘사촌 경영 종식’ 상징으로 야구단을 매각했다는 얘기가 있다. 사실인가?

와이번스는 SKT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최태원 회장에게 보고는 했겠지만, SK그룹이 매각하라 마라 얘기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최 회장도 매각 절차가 어느정도 진행된 이후 보고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룹차원에서는 계열사 분리와 야구단 매각을 같은 궤로 보고 있지는 않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부회장으로 선임돼 향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도전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스포츠계에 SK의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의견도 있는데?

SKT가 ‘대한민국 스포츠육성 TF를 발족해 다양한 스포츠의 균형 발전과 국내 스포츠의 글로벌 육성 및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것 때문에 얘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야구단 매각을 최태원 회장의 스포츠 영향력 확대 일환으로 보는 것은 너무 나간 관측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