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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9년 전 손흥민처럼.
독일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에서 뛰는 ‘영건’ 정우영(22)이 리그 명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격침하는 원더골을 터뜨리며 날아올랐다. 정우영은 7일 오전(한국시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슈바르츠발트 스타디온에서 끝난 2020~2021시즌 정규리그 20라운드 도르트문트와 홈경기에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격, 0-0으로 맞선 후반 4분 왼발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부터 재치 있는 돌파와 패스, 효율적인 압박으로 눈길을 끈 정우영은 후반 4분 ‘0의 균형’을 깨는 데 앞장섰다. 빈첸초 그리포의 패스를 받은 그는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통렬한 왼발 중거리포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정우영의 발을 떠난 공은 미사일처럼 날아가 도르트문트 왼쪽 골문을 저격했다. 마르빈 히츠 골키퍼가 몸을 던졌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정우영이 골 맛을 본 건 지난달 23일 열린 슈투트가르트와 18라운드 이후 2경기 만으로 시즌 3호 골에 성공했다. 최근 3경기 연속 선발진에 이름을 올리며 새해 주전 요원으로 거듭난 그는 빅클럽 도르트문트를 상대로도 존재 가치를 뽐내면서 자신의 시대를 예고했다.
정우영은 인천 유나이티드 유스 팀 대건고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17년 여름 분데스리가 ‘1강’ 바이에른 뮌헨과 4년 6개월 계약을 맺어 화제를 일으켰다. 먼저 U-19 팀에 합류한 그는 잠재력을 인정받아 만 19세였던 이듬해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1군 데뷔전을 치르며 주가를 높였다. 이후 스타가 즐비한 바이에른 뮌헨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그는 2019~2020시즌 프라이부르크로 적을 옮겼다. 그러나 여전히 ‘미완의 대기’로 불리면서 2군에서 주로 활약했는데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프리시즌부터 두각을 보이며 전격적으로 1군에 합류했다.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 감독은 초반 정우영을 조커 위주로 활용했지만, 최근엔 주전 공격수 임무를 맡기고 있다. 새해 들어서만 2골을 집어넣으며 완벽하게 녹아들고 있다.
도르트문트전 득점은 정우영이 한 단계 더 거듭나는 데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처럼 10대에 분데스리가에 데뷔한 ‘롤모델’ 손흥민(토트넘)도 적응기를 거쳐 1군 데뷔 세 번째 시즌이던 2012년 9월22일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멀티골을 쏘아올린 적이 있다. 이후 손흥민은 유독 도르트문트만 만나면 강한 면모를 보이며 ‘양봉업자’라는 애칭도 안았다. 특히 당해 시즌 리그 12골을 넣으며 데뷔 이후 처음으로 유럽 커리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우영은 지난해 12월12일 빌레펠트를 상대로 1군 데뷔골을 넣은 적이 있다. 당시 골키퍼 키를 넘기는 칩슛으로 눈길을 끌었는데, 과거 손흥민의 분데스리가 데뷔골과 흡사한 장면이어서 더욱더 관심을 받았다. 실제 손흥민은 만 18세이던 지난 2010년 10월30일 FC쾰른전에서 골키퍼 키를 넘기는 볼 터치로 데뷔골을 해냈다. ‘비슷한 데뷔골’에 이어 도르트문트 격침까지. 롤모델과 비슷한 행보를 쓰는 정우영이 이 기세를 지속해서 이어갈지 관심사가 됐다.
이날 정우영은 선제골 뿐 아니라 후반 6분 터진 요나탄 슈미트의 결승골 과정에서도 절묘한 힐패스로 기점 노릇을 했다. 프라이부르크는 정우영의 활약을 앞세워 지난 2010년 5월 이후 10년 9개월 만에 도르트문트를 잡는 데 성공했다. 8승6무6패(승점 30)를 기록한 프라이부르크는 리그 8위로 올라섰다. 6위 도르트문트, 7위 묀헨글라드바흐(이상 승점 32)와 승점 격차를 2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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